국민 어느 분 하나 두근거리는 가슴 진정시키며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마는 지금 금쪽같은 새끼들을 군대에 보낸 분 심정같겠습니까. 이번 연평도에 북한군 포격으로 또 두 젊은이의 목숨이 희생됐습니다. 경기 북부지역에서 복무하고 있는 제 조카는 내년 2월 제대인데 지금 얼마나 비상체제로 긴박한 분위기에서 대기하고 있을지 걱정스럽습니다. 연평도랑 가까운 곳이라 비상체제로 대기하고 있는 건 안봐도 비디오입니다. 불안감에 잠못이룰 형님 걱정 부채질할까봐 조심스러워 전화도 못하고 그저 실시간 전해져오는 뉴스만 보고 있네요....
불타고 있는 연평도/경향신문 자료사진
짜증스럽고 가슴이 답답한게 내가 왜 이런 나라에 살고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께서 몇배의 화력으로 응징하겠다고 하셨는데 이게 어떻게 퍼지고 있는지 곳곳에서 진짜 전쟁나는 거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넘 많습니다. 그나마 신문사에서 일한다고 뭐라도 좀 아는 줄 알고. 갑자기 6·25전쟁 당시에 라디오 방송으로는 우리 국군이 북으로 한창 진격하고 있다고, 안심하라며 국민들이 가만히 머물 것을 ‘독려’하던 그 시추에이션이 오버랩되는것은 왜일까요...
버르장머리 운운하시는 분들 말마따나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고,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거 정말 중요합니다. 국민들 좀 안심하고 편히 살게요. 그래야 하구요. 정치하는 사람 뽑아놓은거 그런거 하라고 뽑아놓은 거지 국민들이 설거지 해달라고, 밥해달라고, 안마해달라고, 등좀 긁어달라고 뽑아놓은거 아닙니다.
그런데 왜 툭하면 이렇게 가슴벌렁거리는 일들이 자꾸 생겨나는 걸까요.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조차도 갑자기 불쑥 전화와서는 전쟁나는거냐고 물어보는데 그 아이들에게 전쟁이란 어떤 의미로, 어떤 실체로 다가갈지 너무 두렵고 무섭습니다. 저 역시 전쟁을 겪은 세대가 아니지만 내 이웃의 젊은이들이 맥없이 죽어나가는 현실을 보면서 전쟁이라는 단어가 주는 실체적 공포에 몸이 떨립니다.
천안함 발생 직후에 한 언론에서 봤던 기가막힌 칼럼이 있었습니다. 3일만 국민이 참아주면 북한을 때려부셔서 승리할 수 있다, 전쟁을 각오해야 전쟁을 피할 수 있고, 그런 국가의 능력을 믿으라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다시 그런 류의 이야기가 힘을 얻고 있는 듯 합니다. 그분의 이야기나 확전방지하라고 했다가 그 말 취소하고 몇배로 응징하라는 최고권력자 이야기나 다 같은 맥락이겠지요. 사랑하는 조국 산하를, 꽃다운 젊은 피를 희생시킨 그 분노를 이기지 못해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나오는, 그들의 나라사랑하는 방식인가 봅니다.
그런데 왜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 공감보다는 오히려 분통터지고 끓는 분노가 차오르는 걸까요. 가죽잠바 입고, 지하벙커 들어가서, 오바마에게 전화한다는 게 현정부의 위기 대응방식이라는 우스개가 웬만한 사람이라면 알 정도로 퍼져 있는데도 이런 식의 모습은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하벙커에 들어가 회의하는 사람 중 군필자가 국방부장관밖에 없는 이런 지도층은 거기 모여 앉아서 무슨 대응을 논의한다는 걸까요. 한두 번도 아니고 무슨 일이 터질때마다 이말했다가 와전됐다고 변명하고 말바꾸는 해프닝이 계속 일어나는데 도대체 국민들 보고 뭘 믿고 뭘 의지하라는건지 모르겠네요.
청와대 제공 사진
지금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대물의 1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대통령 서혜림이 전쟁의 위기에 처한 한반도의 상황 타개를 위해 직접 중국으로 날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자신의 신변에 대한 문제까지 협상의 카드로 내던지는 모습 말입니다. 그 모습 보면서 저는 천안함 당시 지하벙커에서 회의하던 그들의 모습이 자꾸 겹쳤습니다. 씁쓸하게 웃으며 다시는 보게되지 않을 줄 알았던 그 모습을 한달만에 다시 보게 됐네요. 리얼리티와는 한참 동떨어진, 환상속에서나 존재할 서혜림같은 대통령이나 위정자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지하벙커에서 회의하시는 분들에게 그저 하나 물어보고 싶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고 사랑하고 헌신하겠다는 말 다 믿겠습니다. 그런데 대답해 주십시오. 적진에서 날아오는 총알을 향해 당신, 그리고 금쪽같은 당신의 친아들과 친손자들의 가슴을 내줄 수 있습니까? 그토록 사랑한다는 조국의 땅에 당신의, 당신 친아들과 친손자의 피를 기꺼이 뿌릴 각오가 돼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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