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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토크

다니엘 그의 매력의 끝은 어디일까

by 신사임당 2018. 6. 24.


독다 다니엘 린데만과 인터뷰를 했다. 앨범을 발매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음악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부리나케 시간을 잡았다. 물론 '사심'도 있었다. 인정한다.  2014년 비정상회담을 처음 봤을 때부터 '찍었다'. 그당시 딸래미는 '호다', 난 '독다' 파였다. 호다는 호주 출신의 또 다른 다니엘이다. 아무튼 그와 인터뷰 할 기회를 처음 가졌던 것은 지난해 가을이다. CBS에서 제작한 예능형 다큐였는데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현지를 돌며 종교개혁의 의미를 살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때 프로그램에 그와 루터교 최주훈 목사, 이렇게 두 사람이 종교개혁의 의미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식의 기사였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그와 인터뷰를 할 수 있게된 것은 앨범 소식이 나오고서다. 지난해 인터뷰 직후 앨범을 발매했었던터라 바로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음번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며, 와신상담의 심정으로... 그까지는 아니고. 아무튼 드디어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사심 인터뷰라고 지적하는 누군가에게 "너 샘나서 그러지?" 했더니 솔직히 인정한다. 사심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겠나. 사심은 모든 일의 추동력이다. 즐기면서 하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가 말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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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철훈 선임기자 촬영


다니엘 린데만(33)은 스타 산실이 된 외국인 토크쇼 <비정상회담>(JTBC)이 배출한 대표적 방송인이다. 외국인이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한국어를 구사하는 그는 예능부터 역사·시사를 다루는 전문 프로그램에서까지 두루 활약한다. 진지하고 학구적인 면모, 따뜻한 인간미로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아온 그는 ‘독다’(독일 다니엘)라는 애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최근 직접 작곡하고 연주한 피아노 미니 앨범 <세레나데>를 발표했다. 지난해 가을에도 <Esperance>라는 앨범을 냈으니 벌써 두 번째인 셈이다. 전작이 꿈꾸는 듯 나직한 목소리로 건네는 밀어였다면 이번엔 좀 더 격정적인 토로에 가깝다. 첫 번째 앨범은 불황인 음반시장에서 2000장 넘게 팔렸다. 


방송을 통해 피아노 연주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던 그는 공연 무대에도 여러 차례 섰다. 이 같은 활동이 앨범 발매로까지 이어진 것은 음원을 찾는 팬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그동안 작곡을 하거나 유명한 곡을 편곡해 연주하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해서 유튜브에 꾸준히 올렸어요. 아무래도 음질이 좋지 않고 듣기도 불편하니 제대로 된 음원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어려서부터 가족과 합주는 흔한 일상 

그는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거나 체계적으로 교육 받은 적은 없다. 파이프오르간 연주자였던 할아버지, 합창단 지휘자였던 할머니,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엄마와 피아노를 치던 삼촌 등 가족들과 삶 속에서 음악과 더불어 지냈다. 어려서부터 할머니에게 플룻을 배웠던 그에게 온 가족이 모여 합주하며 노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10살 때부터는 플룻 대신 피아노를 배웠다. 연주에만 열중해야 하는 플룻과 달리 피아노를 치며 다른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삼촌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피아노에 재미가 붙은 그는 함께 음악을 배우던 친구들과 힙합이나 록음악을 연주하기도 했고 장난스럽게 자리를 바꿔가며 곡을 이어 치는 식으로 피아노를 가지고 ‘놀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파이프오르간도 배웠다. 큰 인기를 얻었던 예능 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그와 같이 출연했던 ‘절친’ 마리오도 고등학교 시절 그와 함께 오르간을 배웠다. 


“오르간을 가르치던 선생님은 깜짝 놀랄 만한 편곡을 미사 때마다 보여 주셨어요. 성가에 영화 <007> 시리즈 음악을 섞는다거나 볼레로 박자를 넣어 편곡하는 식이었거든요. 당연히 어른들은 많이 당황하셨는데 저는 그 선생님 덕분에 편곡이나 코드에 대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쌓을 수 있었어요.”


그의 고향은 뒤셀도르프와 쾰른 사이에 있는 ‘깡촌’ 랑엔펠트다. 13살 때부터 태권도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본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한 뒤 2008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처음 왔다. 2013년 연세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과 한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것은 2014년부터다. 낯선 땅의 이방인 삶에 힘이 됐던 것은 음악이었다. 장르를 불문하고 음악을 들었고 틈나는 대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일상의 친구 같던 음악은 3년 전 어느 날 일종의 ‘도전’으로 다가왔다. 



“우연히 방송에서 피아니스트 이루마씨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평소에도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날은 음악과 영상이 그렇게 마음을 파고들 수 없더라고요. 문득 나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곡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그때가 처음이었죠.”


그의 창작에 많은 영향을 줬던 뮤지션은 이루마와 히사이시 조, 그리고 미국의 연주 그룹인 피아노가이즈다. 이루마와 히사이시 조가 감성적인 부분을 매만졌다면 형식과 기교 면에서는 피아노가이즈의 연주가 참고서가 됐다. 그의 ‘뮤즈’가 됐던 이루마와는 SNS를 통해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았을 뿐 아직 대면하지는 못했다. 음악을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지만 요즘은 드뷔시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 그리고 헝가리 출신 팝 피아니스트 피터 벤스에게 푹 빠져 있다. 피터 벤스는 기교적이고 화려한 연주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피아니스트다. 


“제가 갑자기 클럽 음악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음악적으로 더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해보고 싶어요. 어떤 분은 저보고 ‘아티스트’라고 하셨는데 그건 너무 과분한 표현이고요. 그저 제 음악을 듣는 분과 비밀을 공유한 것 같은 유대감을 느끼고 싶다면 욕심일까요.”


전문적인 직업 음악가의 결과물을 기대한다면 그의 앨범에 조금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음악을 대하는 겸손함과 진지함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앨범은 들어볼 만하다.


그는 6월 하순부터 2주가량 독일에 머무른다. EBS에서 방송되는 역사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서다. 문화재를 다루는 <천상의 컬렉션>에도 1년 이상 고정출연하고 있는 그는 지적인 이미지 때문에 인문학 관련 프로그램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는다. 최근에는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경쟁적으로 그를 찾고 있다. 대학원에서 한국 현대사를 공부하고 북한에 관한 주제로 석사 논문을 쓴 독일 출신 방송인을 한반도 평화 무드가 확산되고 있는 이때 방송사들이 가만히 놓아둘 리 만무하다.


“한국에서 외국인이 출연하는 방송의 패러다임도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봐요. 서툰 한국말로 ‘김치 잘 먹어요’ 하는 식의 경험담을 소재로 하는 시대는 아니죠. 저마다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고 배우는 장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감사하게도 그런 점에서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바쁜 방송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틈틈이 음악작업을 하고 있는 그에게 또 다른 중요한 일과는 운동이다. 10년째 합기도를 수련하고 있는 그는 경복궁 근처의 합기도장에서 사범으로도 활동한다. 제자를 자처하며 찾아오는 팬들도 상당할 것 같다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저를 보고 버티기에 합기도는 정말 힘든 운동”이라며 “운동이 목적이 아닌 분들이 오신 적도 있는데 금방 떠나시더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