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달걀이다. 교회에서 나누어 주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달걀을 받아본 추억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달걀이 부활절을 상징하게 된 것은 달걀이 가진 의미 때문이다. 속에 깃들인 생명이 알을 깨고 나와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 부활을 닮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달걀을 주고받으며 부활절의 상징물로 사용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성경에는 부활절 달걀에 대한 기록이 없다. 이 같은 기원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십자군 전쟁 당시 남편을 잃은 여인이 마을사람들의 친절에 보답하기 위해 달걀에 색을 칠해 나누어 줬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미국 남북전쟁 후에 생긴 문화라는 이야기도 있다. 또 17세기 한 수도원에서 시작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방 종교의 영향 때문이라는 주장이 좀 더 설득력이 있다. 이는 부활절의 명칭과도 관련 있다. 부활절은 성경에 ‘The Resurrection Day’라고 나와 있지만 영어로 부활절을 일컫는 단어는 ‘이스터(Easter)’이다. 이는 고대 북서유럽 지역에 살던 튜턴족의 여신 ‘에아스트레(Eastre)’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리스도교가 국교가 된 뒤 이방 종교를 믿던 사람들이 개종하면서 원래 갖고 있던 풍속과 문화가 그리스도교와 섞이게 됐다는 것이다. 19세기 영국 목사 알렉산더 히슬롭이 쓴 <두 개의 바빌론>은 이스터라는 이름, 생명과 다산의 상징물로서의 달걀은 고대 바빌론 시대 유프라테스강에 떨어진 달걀에서 부화한 여신 신화에서 시작됐다고 적고 있다.
달걀 외에 부활절을 대표하는 음식은 양고기다. 성경에서도 양은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었으며 예수를 ‘어린 양’으로 비유한 부분도 많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부활절을 축하하며 ‘어린 양’ 예수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양고기를 많이 먹는다. 초대교회 전통을 이어가는 정교회가 뿌리내린 그리스에서 부활절은 한국의 설날과 같은 의미를 지닐 정도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도 부활절의 음식 문화가 여러 군데 묘사돼 있다. ‘그날 우리는 부활절을 축복하기 위해 오르탕스 부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석쇠에다 양고기를 구웠고 모래 위에 흰 천을 깔고 계란도 몇 개 색칠해 두었다.’
국내에서 부활절은 종교적인 기념일이지만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에서는 신앙과 상관없이 가장 큰 명절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명절음식처럼 부활절에 특별히 먹는 빵이나 과자, 케이크가 지역별로 발달했다. 가톨릭 국가인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부활절 케이크는 비둘기 모양을 한 ‘콜롬바 파스쿠알레(Colomba pasquale)’다. 영국과 호주에서는 표면에 십자가 모양으로 장식이 돼 있는 빵 ‘핫 크로스 번(Hot Cross Bun)’을 주로 먹으며 러시아에서는 각 가정마다 원통형 빵 ‘쿨리치(Koulitch)’와 치즈, 건포도로 만든 케이크 ‘파스하(Paskha)’를 준비한다. 스페인에서 먹는 빵 ‘모나 드 파스쿠아(Mona de Pascua)’는 도넛처럼 생긴 빵 속에 달걀을 넣어 장식한 것이다. 이외에도 그리스의 ‘추레키(Tsoureki)’, 폴란드의 ‘바브카(Babka)’, 핀란드의 ‘멤미(Mammi)’ 등이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부활절 과자다. 네덜란드에서는 부활절에 즐겨 마시는 술 ‘아드보카트(Advocaat)’가 있다. 브랜디에 계란 노른자, 설탕과 바닐라 등을 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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