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층이 즐기던 장르였던 힙합은 최근 몇 년 새 대중음악계에서 주류 콘텐츠로 부상했다. 음원차트에서 힙합 뮤지션들이 차지하는 지분이 크게 늘어났고 대중적 스타가 된 래퍼도 속속 나오고 있다. 힙합을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은 연예계의 주요 이슈메이커가 됐고, 힙합 뮤지션들이 보여주는 역동적 에너지는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획사 중심으로 움직이는 아이돌 가수들과는 달리 힙합신은 몇 개의 주요 레이블을 중심으로 지형이 형성돼 있다. 레이블은 개성을 살리는 앨범을 만들기 위한 아티스트들의 모임을 의미한다. 힙합에서 자주 사용되는 ‘크루’가 동호회적인 성격에 가깝다면, ‘레이블’은 앨범을 만들어 발표하는 회사에 가까운 개념이다.
주류 힙합신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레이블을 살펴봤다. 각 레이블의 음악적 특성에 대해서는 음악평론가 겸 흑인음악 전문 웹진 ‘리드머’ 강일권 편집장이 도움말을 제공했다.
■국내 힙합의 중추…아메바컬쳐
10년 이상 이어진 레이블로, 대표적 뮤지션은 레이블을 설립한 다이나믹 듀오다. 다이나믹 듀오는 국내 힙합신에서 오랫동안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힙합으로 시작해 다양한 흑인음악 장르로 뮤지션을 발굴했다. 프라이머리, 리듬파워, 크러쉬, 얀키 등이 함께한다. 최근 YG로 이적한 자이언티도 이곳에서 성장했다.
다이나믹 듀오는 미국의 전통적인 힙합의 감흥과 정서를 잘 살리면서 국내 대중의 정서에도 호소할 수 있는 힙합음악을 구사한다.
■빠른 트렌드…일리네어 레코즈
2011년 더콰이엇, 도끼가 만들었고 빈지노도 합류했다. 국내 레이블 중 미국 힙합신의 트렌드를 가장 발빠르게 흡수해서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류 힙합 트렌드인 남부힙합, 특히 ‘트랩뮤직’이 강점이다. 2014년 발표했던 ‘연결고리’가 대표적이다.
■스타 래퍼 우르르…브랜뉴뮤직
래퍼 라이머를 중심으로 다양한 래퍼 라인업을 갖췄다. 버벌진트, 범키, 산이, 피타입, 키디비 등이 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스타 래퍼가 많아 힙합 레이블을 거론할 때 우선적으로 꼽히지만 힙합신에선 논쟁적인 레이블이기도 하다. 대중적이고 달콤한 감성의 멜로디와 랩을 섞은 노래로 음원차트에서 큰 인기를 얻은 곡을 많이 냈다. 강일권 편집장은 “‘랩=힙합’은 아니다”라면서 “엄밀히 말해 랩을 이용한 대중적인 음악을 하는 레이블”이라고 말했다.
■힙합+블랙뮤직…AOMG
2PM 멤버였던 박재범이 2013년 설립하면서 힙합신과 아이돌 팬들의 주목을 동시에 받았다. 현재는 사이먼 도미닉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올 초 CJ E&M이 지분 투자를 하면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그레이, 로꼬, 어글리덕 등 힙합신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뮤지션들이 소속돼 있다. 박재범을 중심으로 힙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R&B 등 미국의 주류 블랙뮤직 스타일을 총괄해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언더에서 오버로…하이라이트레코즈
팔로알토, 스웨이디, 허클베리피 등이 있다. 대표적인 언더그라운드 힙합 레이블이었으나 현재는 CJ E&M 산하 레이블이다. 미국 주류 힙합신의 트렌디한 스타일과 1990년대 유행했던 전통적인 스타일이 잘 어우러진 힙합음악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팔로알토가 발표한 ‘거북선’을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쇼미더머니 출신 다수…저스트 뮤직
스윙스가 설립했으며 바스코, 블랙넛, 기리보이, 씨잼, 천재노창 등으로 라인업이 구성돼 있다. 상당수 래퍼들이 Mnet <쇼미더머니>에 출연하면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졌으며 논쟁적 가사를 많이 쓰는 편이다.
■인디 자부심…비스메이저&데이즈 얼라이브
래퍼 딥플로우가 이끄는 레이블로 우탄, 던밀스 등이 함께한다. 제리케이가 이끄는 데이즈 얼라이브는 사회적 이슈에 천착하는 가사로 논쟁적인 화두를 던진다.
두 레이블 모두 주류와 타협하지 않는, 인디의 정체성에 맞는 행보를 보이는 곳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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