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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스코프

DC vs 마블 영웅 입문 가이드

by 신사임당 2016. 4. 27.

 

 올들어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블록버스터가 잇달아 개봉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슈퍼맨과 배트맨이 대결을 벌이더니 오는 27일에는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진검승부를 펼친다고 합니다.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대작 영화를 만들어낼 법한 슈퍼 히어로들이 여럿 등장해 관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듬뿍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같은 슈퍼 히어로 캐릭터를 만들어 세계를 주무르고 있는 곳은 바로 마블과 DC입니다. 전세계 슈퍼히어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이 두 회사를 통해 우리가 아는 웬만한 스타들이 탄생했습니다.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 엑스맨 등등. 쉽게 말해 글로벌 슈퍼 히어로의 2대 소속사라고 하면 되겠네요. 두 회사의 차이와 특징은 무엇인지 살펴볼까요. 제대로 살펴보려면 매우 전문적으로 들어가야 하고 그 갈래와 역사도 복잡합니다만 여기선 영화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기초 입문 수준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DC와 마블
두 회사의 이름은 각기 DC 코믹스, 마블 코믹스입니다. 만화책 출판으로 시작된 회사들이지요. 뛰어난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영웅 캐릭터를 만들어냈습니다. 여기서 탄생한 캐릭터는 만화에 머무르지 않고 드라마와 실사영화로 확장됩니다. 특히 이 두 회사는 1990년대부터 자사 캐릭터를 영화화하는 작업을 활발히 해왔습니다. 할리우드를 통해 형상화된 영화 속 캐릭터는 세계인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했고,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면서 슈퍼 히어로의 전성시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볼까요. DC는 1934년 내셔널 얼라이드 퍼블리케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습니다. DC라는 이름은 1937년부터 출판되기 시작한 ‘디텍티브 코믹스’라는 이름에서 온 것입니다. 1960년대 후반 헐리우드 주요 영화사인 워너브라더스가 DC를 인수하면서 소속 영웅들의 영화가 1970년대 활발히 제작됐습니다. 이후 1989년 타임과 워너가 합병하면서 현재 DC는 타임워너 소속입니다.
 마블은 DC보다는 조금 늦은 1939년 타임리코믹스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가 1961년 마블코믹스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2009년 월트 디즈니가 마블을 인수하면서 한식구가 됩니다.

 

 

 

 

 

■DC의 영웅들
 그럼 DC의 영웅들을 보겠습니다. 중·장년 이상이 된 분들이라면 아마도 DC의 캐릭터가 훨씬 친숙할겁니다. 어린 시절 만화와 드라마로 봤던 슈퍼맨, 원더우먼, 배트맨, 아쿠아맨. 40대 이상이라면 이들 캐릭터와 함께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슈퍼맨 용감한 힘의 왕자 배트맨 로빈 정의의 용사 원더우먼 하늘을 나른다 아쿠아맨 바다의 왕자’. 이 노래는 1980년대 방송됐던 애니메이션 <슈퍼특공대> 주제가입니다. 직접적으로 캐릭터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이중에서 슈퍼맨은 슈퍼히어로의 아이콘이자 대명사입니다. 크립톤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지만 평소엔 클라크라는 이름을 가진 소심한 성격의 기자로 살아가고 있지요. <배트맨 대 슈퍼맨>을 보신 분이라면 알 수 있듯, 슈퍼맨은 신체적인 능력 면에선 지구인들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슈퍼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배트맨은 소돔과 고모라를 모티브로 한 가상의 도시 고담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본명은 브루스 웨인. 웨인 인더스트리라는 회사를 이끌고 있는 거부 사업가입니다. 어릴 때 부모가 살해당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범죄와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게 된 인물입니다.

 

오랜 전통과 역사에 비해 아직까지 영화화되지 않은 캐릭터는 바다의 왕자로 불린 아쿠아맨입니다. 바다의 왕자라면 개그맨 박명수를 떠올릴 분이 있을지 모르나 원조는 아쿠아맨입니다. 해저왕국 아틀란티스의 지배자인 아쿠아맨은 오는 2018년 개봉될 영화 <아쿠아맨>을 통해 대중들과 만날 수 있습니다.
악당중의 슈퍼 히어로급인 조커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배트맨의 숙적으로 등장하는 조커는 영화사에 남을 악당 캐릭터의 대표 주자로 꼽힙니다.

 

 

 

 

■마블의 영웅들
 DC의 영웅들이 기성세대에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존재라면 마블의 영웅들은 신세대들과 함께 호흡하며 인기를 누려왔습니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 엑스맨, 헐크, 토르, 앤트맨, 데드풀 등 정말 많지요. 21세기 들어 이들 각각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면서 마블 영웅들의 전성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는 언뜻 배트맨과 비슷한 스펙을 갖고 있습니다. 글로벌 군수업체인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최고 경영자이자 천재 발명가인 그는 재력과 능력,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인물입니다. 과학의 결정체인 아이언맨 수트를 통해 토니 스타크는 초인이 됩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2차대전 당시 미국의 생체실험을 통해 탄생한 인물입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힘과 결투 실력을 갖춘 그를 상징하는 것은 비브라늄으로 만들어진 방패입니다. DC에 인간이 아닌 슈퍼맨이 있다면 마블에는 신 토르, 괴물 헐크가 있습니다. 하반기에 개봉할 <닥터 스트레인지>도 마블 소속입니다.

 

 

 

 

■일코 vs 대중친화적 스타
 DC의 히어로들이 ‘일코’를 한다면 마블은 대중친화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코’, 즉 일반인 코스프레의 준말이죠. 슈퍼맨과 배트맨이 대표적입니다. 슈퍼맨은 평소엔 기자 클라크로, 배트맨은 사업가 브루스 웨인으로 살아갑니다. 최측근을 제외하고 슈퍼맨과 배트맨의 실체를 모릅니다. 반면 마블의 아이언맨은 슈퍼 히어로이자 대중 스타입니다. 심지어 청문회에도 나가 자신의 정체성과 의미에 대해 역설합니다. 상대적으로 지질한 정치인들과 대비되는, 열정적이고 신념에 찬 그의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가면서 대중들을 사로잡지요.   

 

 

 

 

 

■DC와 마블의 특징
 두 회사의 스타일은 많이 다르고 그 특징과 고유의 스타일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DC가 대체로 어둡고 진지한 분위기라면, 마블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유쾌한 편입니다. 흔히 DC는 스토리 중심이고 마블은 캐릭터 중심이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개인적으로 느끼고 판단하실텐데 대체로 DC의 작품들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주변인과의 관계나 갈등이 전면에 나선다면 마블의 작품들은 캐릭터가 가진 사연이나 특징이 두드러집니다. 철학적 메시지가 강한 DC 작품은 이를 연출하는 감독의 특성이 나타나고 재해석의 여지도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 처럼 말입니다. 연출자에 따라 캐릭터가 달리 표현되는 것이 DC라면 마블은 ‘중앙 집권적’으로 캐릭터를 통제합니다. 강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마블 유니버스’라는 고유의 세계에서 움직이다보니 연출자의 개성이 드러나지는 않는 편입니다.

 

 

 

 

 

 

 ■캐릭터 올스타팀
2012년 개봉된 <어벤져스>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발상이었습니다. 독립된 영화의 주인공이던 각각의 캐릭터가 한꺼번에 모인 종합선물세트랄까요. 캐릭터별로 재미를 본 뒤 다시 이들을 모아 재활용해 엄청난 히트상품으로 만들어낸 마블의 아이디어가 돋보였습니다. 지난해 개봉됐던 두번째 시리즈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서울이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선 1천만명을 넘는 관객을 모았고요. 

 

 

 

 

 

마블에 올스타팀 어벤져스가 있다면 DC엔 저스티스 리그가 있습니다. 마블이 선수를 치며 기선을 제압하고 나선 상태에서 DC가 이에 대적하기 위해 따라나선 모양새지요. 얼마전 개봉했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그 첫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엔 슈퍼맨과 배트맨, 그리고 원더우먼이 가세했습니다. 앞으로 다른 캐릭터들까지 참여하는 <저스티스 리그 파트 1>이 내년 개봉할 예정입니다.


 

 

 

■왜 엑스맨 스파이더맨은 어벤져스에 안나올까
 엑스맨과 스파이더맨 역시 마블의 대표적인 캐릭터죠. 그런데 어벤져스 시리즈에 이들 캐릭터가 나오지 않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건 복잡한 집안문제 때문이라고 봐야 합니다. 디즈니가 마블을 인수하기 전까지 마블은 자사의 캐릭터를 영화화하기 위해 다른 영화사와 개별적으로 제휴를 했습니다. 스파이더맨은 소니에, 엑스맨은 폭스에 판권을 팔아 영화를 제작했던거죠. 같은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뿔뿔이 입양되어 자라게 된 셈입니다. 이후 마블도 영화제작에 뛰어들게 되고 아이언맨을 성공적으로 데뷔시킵니다. 부모 입장에선 예전에 눈물을 머금고 보냈던 자식들을 되찾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이미 스파이더맨이나 엑스맨은 그 자체로 독보적인 캐릭터로 성공했습니다. 만화부터의 팬들이라면 당연히 이들이 함께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어른들’의 세계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소니나 폭스 입장에서 쉽게 돌려줄 리 만무하죠. 그래서 마블에 판권이 귀속되지는 않더라도 회사간 협상과 협업을 통해 함께 출연하는 것을 기대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에 스파이더맨이 출연하게 된 것도 ‘어른들’ 사이의 협상이 잘 진행되었기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