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한낱 숫자일 뿐이었습니다.
영원한 로커 한대수.
지난 4월 25일 그의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후배 뮤지션들이 함께 마련한 한대수 트리뷰트 콘서트.
훈훈한 잔칫집 같은 분위기에
나이든 로커의 추억 되새기기 무대가 되지않을까 생각했던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파란만장하고 남다른 삶의 곡절,
고독과 고립속에 자신을 묶어놓고 끝없는 자유와 열정으로 담금질해 뽑아낸 음악들.
일흔을 바라보는 로커의 목소리를 통해 나오는 노래는
거칠거칠 서걱서걱한 질감을 지닌
뜨겁고 진한 삶의 진액이었습니다.
함께한 다른 가수들의 면면도 공연의 품질을 더 끌어 올렸습니다.
강산에의 오프닝으로 시작된 공연은
포크대모 장필순, 피아니스트 이우창, 시간여행걸그룹 바버렛츠, 보컬리스트 호란이 이어가며
다채로움을 더했지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더해도 좀체 대적할 수 없을만한
엄청난 무대가 공연 후반부에 이어졌습니다.
바로 기타의 신이라 불릴법한 4명의 기타리스트와 한대수의 합동무대였습니다.
김도균, 김목경, 손무현, 신대철.
마치 세기의 기타 배틀이 벌어지는 듯
기교의 향연이 펼쳐졌습니다.
내로라하는 대가들의 연주를
한자리에서 보는 호사라니요.
한편으론 이들 역시
이렇게 서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는지
춤을 추는 듯 연주를 보여줬습니다.
그 짧은 순간 국내 뮤지션들의 기량과 그에 반비례하는 음악계의 현실등이 겹쳐지며
짠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공연 초반 한대수가 꾸린 밴드의 기타리스트
하타슈지(일본인입니다)의 연주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눈앞에서 보면서도
이건 믿을 수 없는, 묘기에 가까운 연주였습니다.
마지막 다들 일어나서 '행복의 나라'를 떼창했습니다.
목놓아 행복의 나라를 부르며 괜히 눈시울이 시큰...
40여년전 행복과 자유를 갈구하며 그가 만들었던 이 노래가
그만큼의 세월이 지난 지금 더 절실한 현실도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습니다.
전에도 한번 소개한 적 있는데
그의 노래는 박정희 정권 당시 금지곡이었습니다.
행복의 나라, 물 좀 주소 등이었는데
이유가 기가 막힙니다.
행복의 나라가 북한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
또 물 좀 주소는 물고문을 연상시킨대서.
그는 공연 중 여러번 마지막 공연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무대에 섰던 피아니스트 이우창씨는 "수십년 전에도 마지막 공연이라고 하셨다"며
장난스러운 태클을 걸었지요. 다들 웃음이 터졌습니다.
나이도 나이지만 그만큼 로커가 공연하기 힘든 현실 때문에
마냥 웃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의 '마지막 공연'이 이번에도 허언이 되길,
무대에서 늙어가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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