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먹부림...
고창을 떠나 향한 곳은 전남 구례입니다.
앞서 말했듯 식탐여행이라
이번 여행 코스도 먹거리 위주로 짰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식당을 알아보고 예약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략 그 지역에 맛있는 음식이나 명물이 뭔지 알아보기만 하고
현지에 가서 어느 식당에 가서 먹을지 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블로그를 통해 많은 맛집들이 소개되지만
그닥 믿을 수 없는 곳들이 많아서지요.
물론 신뢰할만한 훌륭한 곳들도 있지만
생각보다 아닌 경우가 꽤 많아서요.
사실 맛집이란게 지극히 주관적인거고
또 호불호가 갈리는 곳이다보니
어떻다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긴 합니다.
저 역시
제가 맛있다고 해놓은 곳이
다른 분들은 맛 없을 수도 있는 곳이니까요.
그리고
처음엔 고즈넉하고 조용한 맛집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소문이 나고 사람이 몰리면서
도저히 처음에 지켜왔던 물리적 원칙들을
지키지 못하고 변질되는 곳들도 많습니다.
그런 곳들을 뭐라고 할 수는 없죠.
황금을 보고 돌로 여기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손님이 더 많이 오면 좋고
돈을 더 많이 벌고 번창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면 좋은건데
그 적정한 수위를 정하고 맞추는 것이
누구나 고민스럽고 어려운 일 아니겠습니까.
여튼 쓰잘데 없는 이야기가 길었고
현지에 가서 찾는 맛집은
숙박업소의 주인장부터 시작해
인근 파출소나 부동산 중개업소,
낚시가게, 세탁소
혹은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분들..
대략 현지에서 이런분들에게
여쭤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것도 아니면
택시기사분께
맛난 곳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제일 간단하고 편하긴 하죠.
하지만 그 택시를 안타고 제 차를 가지고 다니면서
세워서 물어보는 것이 민망하여
자주 그러지는 못한다는...
여튼
섬진강변을 따라 곡성으로 가면서 찾아갔던 곳은
참게매운탕으로 유명하다는 별천지가든이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여러곳이 나와 있었는데
가면서 느낌 오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지요.
별천지 가든은 섬진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17번국도변에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때가 오후 2시 정도였는데도
식당 앞에 차가 그득히 주차가 돼 있더라고요.
맛있는 곳인가 싶어 내려보았지요.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주인장 아저씨의 이야기.
종이에 써주는 번호표를 받고 기다렸습니다.
그많은 사람들이 외지인인지 관광객인지 구분할 수는 없었지만
여튼 가족단위 손님들이 바글거렸습니다.
말투를 들어보니 경상도 사투리 쓰는 듯하기도 하고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듯도 했습니다.
가차운 지역 분들인것도 같고 알쏭달쏭한데
여튼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요거이 식당 외부 모습입니다.
곡성 별천지가든...
내부는 널찍합니다.
섬진강변에 길게 자리잡고 있는 곳이라 리버뷰가 있는 쪽이 명당이지요.
여기가 꽉 차면 그냥 방 안에 앉아야 합니다.
시원한 강바람, 푸릇푸릇 풍광을 보는 것도
무척 좋더구만요.
부모님도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일단 맛 이전에 분위기가 좋으면
뭐든 감동하며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습니까.
기왕이면 다홍치마
맛도 분위기도 좋은 곳이
진정 우리가 찾는 맛집들이지요.
은어가 제철이라 은어튀김을 시켰습니다.
한접시에 3만원.
고소하고 맛났습니다.
음... 이 사진을 보니 좀 거시기하네요.
뜨거운 기름에 튀겨지는 은어의 몸부림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한....
반찬은 기본 찬들과 함께 막 부친 전이 나옵니다.
아까 조기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 바로 고추밭이 있습니다.
고추밭 뿐 아니라 밭에 이런저런 야채들이 자라고 있는데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허리를 굽힌 채 밭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이렇게 직접 키운 야채들을 밥상에 올린다고 하네요.
두둥!!!
참게메기매운탕 5만원짜리인 대자를 시켰습니다.
참게가 진하면서도 담백한 베이스의 육수를 만들어주나 봅니다.
메기의 탄력있고 보드라운 살이
비린내나 특유의 흙냄새 없이 아주 착착 입에 감겨옵니다.
참게도 딴딴하고 토실한 알과 살로 꽉 차서
씹는 맛도 좋네요.
바닷가 출신이시라
매운탕에 한 까다로움 하시는 울 아버지도
맛나다를 연발하시며
공기밥을 싹싹 비우셨습니다.
울 딸래미도 엄청난 식탐을 부렸지요.
점심을 빵빵히 먹고 지리산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근처에 있는 화엄사를 한바퀴 돌고 이리저리 뒹굴뒹굴하다가보니
어느새 저녁.
점심을 늦게 먹은 바람에
저녁은 간단히 때우고 싶었습니다.
숙소 주변엔 지리산 국립공원 입구가 있었던터라
관광지 느낌 물씬 나는 산채비빔밥집이 많았습니다.
또 우리가 이런 관광지스러운 식당은 지양하는 관계루다...
무조건 구례 읍내로 나가자고 했습니다.
시장에 들어가 복숭아를 사고 농협 등 이곳저곳을 거치면서
검색해 놓은 여러 후보 중 동아식당으로 낙찰했습니다.
동아식당은 한 문인이 쓴 글에 언뜻 언급이 되어 있었습니다.
싸고 동네 인심을 푸근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며
구례읍내 주택가에 있는 평범한 식당이었습니다.
들어갔더니 에어콘 없이 선풍기만 돌아가는 눅눅하고 후텁지근한 공기가 와락 닿았습니다.
동네 아저씨들이 불콰한 얼굴로 막걸리를 드시고 계신...
그렇게 2팀이 있었습니다.
엉거주춤 앉은 우리들은 주인장 할머니께
서울서 왔는데 뭘 먹어야 하냐고 여쭸더니
가오리찜을 먹으라고 하십니다.
식구가 다섯이라고 했더니
그럼 2만5천원짜리 시키면 된다시더군요.
그런데 우리가 점심을 늦게 먹어 배가 빵빵하다고 했더니
2만원짜리로 하라고 하시네요.
앉아서는 된장찌개가 되면 그것도 하나 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조금있다가 두둥!! 반찬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먼저 계란 후라이...
정말 시골집에서 할머니가 해주신듯한 정성어린 모습이죠..
다음으로는 두부를 내주십니다.
시원한 묵은지와 함께 먹으라며
양껏 먹으라고 듬뿍듬뿍 두접시 주시네요.
드뎌 가오리찜이 나옵니다.
2만원짜린데도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얼마나 큰지 느낌 오시는지...
가오리찜은 뼈까지 오도독 씹어 먹을 수 있는, 버릴게 하나도 없는 음식인거 아시죠??
자칫 삭히면 홍어맛이 날 수 있는데
이건 살짝 꾸덕 말렸다가 쪄낸 듯
탄력있으면서도 부드러운 육질이,
게다가 간도 적당하면서 슴슴하고 담백한 것이
아주 좋았습니다.
매운 양념장, 일반 간장 등 취향대로 찍어 먹으면 됩니다.
갖은 산나물과 김치와 장아찌 반찬에 가오리찜에 ...
이쯤되면 참을 수 없죠.
막걸리를 한병 시킵니다.
달고 상쾌한 맛이 강한 현지 막걸리 입니다.
다같이 건배!!!
맨 위쪽에 보이는 허여멀건한 사발은
딸래미용 사이다에 막걸리 두어방울을 떨어뜨린
일종의 폭탄사이다죠...
밥먹을 때 끓여주신 된장찌개.
이것도 시골에서 예전에 할머니가 끓여주신것 같은
깊고 구수한 맛!!
딸래미는 된장찌개 넘 맛나다며 폭풍흡입...
이 식당 메뉴는
가오리찜과 돼지족탕, 그리고 제육볶음이라고 합니다.
돼지족탕은 돼지족발을 삶아서 탕을 끓인 것이라고 하는데
다음에 와선 이걸 먹어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주인 할머니 말씀으론 서울에서도 찾아오는 단골이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아, 조기찌개도 무지 맛날거 같습니다.
하긴 김치와 된장찌개 맛있는 곳은
뭘 시키든 실패가 없는 법이지요.
식당 외부입니다.
요렇게 배부르게 실컷 실컷 먹고
우리가 낸 돈은 2만5천원입니다.
가오리찜 2만원이고 공기밥도 5개, 막걸리 1병, 사이다 1병이었는데
그냥 2만5천원만 받으십니다.
게다가 된장찌개도 해달라고 주문했는데
된장찌개는 보글보글 끓여 큼직한 사발에 담아주시면서
아예 반찬 취급(?) 하시네요... ㅋㅋ
맛나고 푸근하고 실컷 먹었는데도 내미는 손 민망할 정도로 싼 값까지...
정말 다시 오고 싶은 식당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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