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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통신

설특집 춤봤다를 보며

by 신사임당 2010. 2. 15.

나의 완소 프로그램 하이킥의 황정음이 MC를 본다는 말에 다른 것 제쳐두고 시간까지 맞췄다. 스타댄스격돌 춤봤다를 보기 위해. 동글동글 깎아서 기름을 발라놓은 듯 반지르르하게 눈에 띄는 황정음의 외모가 어느 때보다 눈에 띄었다. 오프닝 때 엠블랙과 함께 카라의 댄스를 선보일때까지만 해도. 그런데 이후 그의 등장은 일거수 일투족이 말 그대로 손발을 오그라들게했다.
계속 진행카드(대본이겠지?)만 들여다보는 모습에 안쓰럽더니 다른  MC들 사이에 말할틈 없이 끼어들지 못하는 모습엔 민망함 마저... 그러다가 자신의 존재감을 느꼈는지 생뚱맞게 치고 나오는 모습엔 어이가 없어질 지경이었다. 게다가 하이킥의 황정음캐릭터를 그대로 가져다가 말투며, 어휘며, 표정이며 똑같이 따라하는 모양새에는 짜증을 넘어선 화가 치밀었다. 마치 하이킥에 흠집을 내는 느낌이 들어서였을까...
그나마 그를 둘러싼 다른 베테랑 MC들의 놀라운 수습능력 덕분에 어색한 상황도 재미와 웃음으로 덮어 넘길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 실수나 처음 해보는 일에 대한 어설픔에 대해 요즘 시청자들은 그다지 까탈스럽지 않다.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며 격려하고 박수쳐주려 준비하고 있는 시청자들이 오히려 대부분일터. 그러나 그의 모습을 보노라니 누구에게나 닥치는 "처음"이 주는 긴장감, 정글같은 예능에 대한 적응의 어려움 차원이 아니었다. 전혀 준비와 노력의 흔적이 보이지 않고 자신을 띄워준 캐릭터에 얹혀서 계속 묻어가겠다는 욕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 역력해 불쾌감이 들었다. 
하이킥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그는 요즘 더할나위 없이 행복할게다. 통장에 몇백원있다던 그는 몇달새 십수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연에계의 핫 이슈로 떠올랐고 광고모델에 드라마 주인공에 영화, mc까지 밀려들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을게다. 슈가로 데뷔하고 그룹이 해체되고 오랜 무명세월을 지내는 동안 맘고생도 많이 하면서 절치부심 했을 그에게 실제 연인과 함께 출연한 <우결>, 그리고 그녀의 실제 캐릭터를 딱 잡아내 맞춤옷을 입히듯 극중에 그대로 살려낸 <하이킥>은 일생에 몇번 오지 않을 천우였을테고 그녀 역시 그 기회를 준비된 모습으로 최대한 활용했다. 그녀에게 몰려들고 있는 러브콜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그녀 자신일테다. 그리고 오래 아팠고 힘들었던 만큼 잘해내기를 응원했다. 그러나 어제 방송을 본 후 그런 기분은 웬지 모를 찜찜함과 안타까움으로 바뀌었다. 순간에 반짝거리며 별처럼 뜬 뒤 여기저기 얼굴을내밀지만 용량을 넘어서는 버거움으로 비틀거리다 거품처럼 사라지는 사람들이 연예계에 한둘이었던가. 오랜 기다림의 시간동안 그가 얼마나 많은 내공을 쌓았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예전엔 그 내공을 펼쳐보일 기회조차 없던 그에게 앞으로는 좀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리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 "앞으로는"이 얼마나 오랜 기간을 말하는 것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성이더라도 대기가 될 수 있는 선택을 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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