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름이 만들어지는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조리 방식이 붙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지역 이름이나 조리 도구를 따르기도 한다. 계란말이, 비빔밥, 프라이드 치킨이 재료를 조리한 방식이라면 평양냉면, 카프레제 샐러드 등은 지역 이름이 붙은 것이다. 항아리수제비, 철판볶음밥 따위는 조리도구를 따른 작명이다.
사람 이름을 따서 붙인 음식 명칭도 꽤 된다. 여기에는 흥미로운 서사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동파가 즐겨 먹던 돼지고기 요리에 붙은 ‘동파육’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단무지라는 단어 대신 지칭했던 ‘다쿠앙’도 17세기 일본의 대선사였던 다쿠안 소호라는 스님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평소 쌀겨와 소금으로 무를 절여 버무린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했던 스님에게 감화를 받은 에도 막부의 3대 쇼군 도쿠가오 이에미쓰가 이를 대중들에게 권하면서 널리 퍼졌다.
earl of sandwich 홈페이지
샌드위치의 유래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카드놀이 하느라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웠던 샌드위치 백작이 하인에게 고기와 야채를 빵 사이에 끼워 가져오라고 했던 데서 이 음식의 이름이 샌드위치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한다. 18세기 영국 샌드위치 가문의 4대 백작이던 존 몬태규 샌드위치는 카드가 아닌, 일 중독에 빠져 밥 먹을 시간도 아까워했다고 한다. 샌드위치도 그런 이유로 만들어 먹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해군에서 요직을 맡았던 그가 정책 판단에 패착을 두면서 정치적 위기에 빠졌고 루머에 시달렸다. 제대로 된 식사가 아니라 샌드위치를 먹을 정도로 카드놀이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는 것이 그중 하나였다.(<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에서). 현재 그의 후손들은 조상의 스토리를 사업으로 재탄생시켰다. 국내에도 들어와 있는 얼오브샌드위치(Earl of Sandwich·샌드위치 백작)는 그의 직계 후손인 11대 존 몬태규 샌드위치와 그의 아들 올랜도 몬태규가 2004년 미국에서 시작한 샌드위치 체인점이다.
서울 서교동의 한우 오마카세 전문점 압도에서 내놓는 안심 샤토브리앙 구이. 이곳에서는 한식을 기반으로 샤토브리앙, 등심, 업진살 등 다양한 한우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샤토브리앙은 고기 좀 먹는다는 사람들은 아는 소고기의 최고급 부위이다. 소고기 안심의 한 부분인 샤토브리앙도 사람 이름에서 유래했다. 19세기 프랑스 귀족 출신 작가이자 정치인이던 샤토브리앙은 몽미 레이유라는 솜씨 좋은 전속 요리사가 구워주는 안심 스테이크를 늘 즐겨 먹었다. 까다로운 미각을 가졌던 고기 마니아의 이름이 안심의 특정 부위에 붙은 것이다. 안심은 소고기의 여러 부위 중에서도 특히 부드럽고 연한 부위다. 그중에서도 샤토브리앙은 안심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최고급 스테이크 재료로 취급받는다. 소 한 마리에서 나오는 샤토브리앙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샤토브리앙 외에도 안심의 또 다른 부위로는 필레미뇽, 투르느도, 필레 등이 있다.
대중적인 일반 고깃집에서는 등심, 안심 등으로 소고기 부위를 접하게 되지만 고급 서양식 레스토랑이나 한우 오마카세 전문점에서는 고기의 특정 부위를 세부적으로 나누어 내놓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우 오마카세와 같은 전문 레스토랑이 늘어나면서 단순한 ‘안심’이 아닌, 샤토브리앙, 필레미뇽 등 특정 부위를 까다롭게 구분하고 선별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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