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고 싶어 미치겠다! 이렇게 외칠 사람이 어디 한둘일까. 그래서 요즘 시작했다. 여행준비를.
뭔 여행준비냐고? 이 상황이 5년, 10년간 이어지지는 않을거라 생각한다. 적어도 3년 후 쯤에는 다시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오히려 지금 여행지를 정해서 차근차근 정보를 정리해 놓아야겠다 싶다. 원래 여행 준비 하는데 가장 오래 걸리던 시간이 먹고 마실 장소에 대한 정보찾기였는데 이런 때 미리 찾아놔야겠다. 평소같으면 급부상한 인스타용 맛집에 낚일 가능성이 많았겠지만 오히려 방문 리뷰가 공백 상태인 지금이야말로 나만의 세렌디피티 후보지를 추려놓기 좋은 때라고 본다.
최근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도시는 비엔나다. 8년전 가봤던 이 도시는 너무나 즐기고 체험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 곳이었다. 하지만 3박4일간의 짧은 시간으로는 수박 겉핥기도 아닌, 수박 멀리서 보기 정도였던 아쉬움만 남기고 말았다.
마음 한 구석에 접혀 있던 열망을 되살린건
얼마전 내 자리 한구석에 쌓인 우편물 중에서 ‘이게 여기서 왜 나오나’ 싶게 발견한 잡지 <Vienna, Intl.>.
비엔나의 관광청에서 발간한 2020/21 통권 1호 버전이다. 잘됐다 싶어 비엔나 여행을 준비하기로.
아트, 컬쳐, 패션, 건축, 디자인, 푸드, 드링크 등 다양한 영역이 소개돼 있는데 우선 푸드와 드링크를 먼저 펼친다. 최근 새롭게 생긴 신상 레스토랑과 카페 10곳이 소개되어 있다.
비엔나 하면 카페 자허 토르테와 레스토랑 플라슈타 정도만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나같은 사람에겐 눈이 번쩍 뜨일만한 곳들. 꼭꼭 잘 저장해놔야겠다.
1. Das kleine Paradies
다스 클라이네 파라디스. 이렇게 쓰는게 맞는지 책임을 질 수 없다. 난 독일어를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 파파고 번역기에 입력해서 들리는대로 적었다.
원래 이곳은 합스부르크 제국 시절 타자기를 판매하던 가게였다. 고풍스럽던 이 가게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레스토랑으로 변했다는데 비엔나적인 매력을 흠씬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또 이곳에 예약한 손님에게는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차원 높은 식음료를 만날 수 있다고. 우리 다들 가서 확인해보자.
2. Bar Campari
비엔나 Goldenes Quartier는 대표적인 명품거리. 이곳에 생긴 이탈리아식 바다. 내부 인테리어는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가 마테오 툰(Matteo Thun)이 디자인했다. 이탈리아식 매력이 강렬한 이 공간에서 이탈리아식 음주 문화, 즉 아페리티보(식전주)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가게 이름에 들어가는 캄파리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주류 브랜드다. 이 가게가 그 회사와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3. Seven North
이스라엘 출신의 유명 셰프 에얄 샤니(Eyal Shani)가 비엔나에 오픈한 레스토랑. 에얄 샤니는 뉴욕, 파리, 멜번 등지에 미즈논이라는 레스토랑으로 이스라엘 음식을 유행시킨 장본인이라고. 물론 비엔나에도 미즈논이 있다고 한다.
에얄 샤니의 별명은 콜리플라워 킹. 통째로 구운 콜리플라워 요리가 그의 시그니처 메뉴다. 세븐 노스는 콜리플라워킹 에얄 샤니가 비엔나에 선보인 신상 레스토랑인데 이곳에선 지중해식 요리와 중동식 요리가 결합된 형태의 요리를 내놓는다고 한다. 물론 그의 명성에 콜리플라워가 빠질 수 없으니 이 레스토랑에서도 맛볼 수 있다... 고 기사는 소개하고 있다.
국내 다른 레스토랑에서 콜리플라워를 통으로 구운 걸 먹어본 적이 있는데 정말 놀랍게 맛있었다. 그 맛이 너무 좋아서 콜리플라워 사다가 집에서 에어프라이어에 돌려본 적이 있는데 대충 그럭저럭, 또 해먹어보고 싶은 맛이 났다. 에어프라이어 있는 분들은 한번 해보시라. 씻어서 소금 살짝 뿌려서 그냥 돌린게 전부다.
4. Wirtschaft am Markt
파파고에 넣고 돌려보니 ‘비르차프트 아 마크트’라고 들리는데 역시 모르겠다.
기사는 첫문장부터 막힌다. The first marketplace eatery to be awarded a toque by Gault Millau!
대단한 시장맛집인건 알겠는데 토크는 뭐고 또 저 이상한 고유명사는 무엇인가. 이럴 때 찾는건 내 친구 위키피디아. 이거슨 ‘고에미요’(Gault Millau)라고 읽어야 하는 프랑스의 레스토랑 가이드다. 우리가 레스토랑 가이드 하면 미슐랭만 아는데 '고에미요' 역시 미슐랭에 필적하는 레스토랑 가이드다. 1969년에 발간되었다니 미슐랭에 비해서는 역사가 반밖에 안된다. 미슐랭이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가치를 추구한다면 고에미요는 누벨퀴진, 즉 새롭고 창의적인 요리를 주로 다룬다고 한다. 토크는 프랑스어로 요리사 모자. 그러니까 미슐랭은 별을 주고, 고에미요는 토크를 준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암튼 이 레스토랑이 고에미요로부터 별을 받은 곳이니 가볼만 할 것 같다. 위치는 비엔나 12구역 메이들링거 시장(Meidlinger markt) 안이라고. 우리가 흔히 시장통 식당이라고 생각하면 떠올릴 법한 그런 번잡스러운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비엔나식 현대 요리의 진수를 맛보러 언젠가 가볼 수 있겠지...?
5. Dogenhof
활활 타오르는 장작이나 석탄불 위에서 조리하는 모습을 곁에서 생생하게 지켜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라고.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오픈 키친 정도로 상상해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곳에서 조리하는 식재료는 인근 지역의 소규모 농가에서 조달한다고 한다. 이런 방식 서울에선 힘들겠...
6. Sperling im Augarten
도자기 좋아하는 분들은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라고 생각된다. 아우가르텐은 3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오스트리아 명품 도자기 브랜드다. 마리 앙트와네트 엄마인 마리아 테레지아 시대부터 이어져 온, 왕실이 소유하고 보호하고 장려한 도자기다. 마리아 테레지아를 비롯해 합스부르크 왕가의 식탁에 올라갔겠지. 비엔나 외곽 아우가르텐 공원에 이 아우가르텐 도자기 공장과 레스토랑 등이 있다고 한다. 그곳에 있는 레스토랑 이름이 스페를링 임 아우가르텐(그냥 소리나는대로 읽음 ㅠㅠ)인 것이다. 매력적인 채식요리 메뉴가 다양하고 명성이 높다고 하니 도자기에 관심이 많은 미식가들이라면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겠다.
사족하나 붙이면 이 아우가르텐 공원에는 비엔나 소년합창단 본부도 있다고 한다.
7. Adlerhof
아들러호프
원래는 유명한 펍이었던 곳. 예전 스타일과 매력적인 특징들을 살려서 현대적으로 리뉴얼했다고. 예전에 안가봤으니 비교하긴 힘들겠지만 암튼... 과거와 현대가 공존해서 시간여행이 가능한 공간쯤 되시겠다. 물론 음식도 좋다고 하니 당연히 킵.
8. Herzig
헤르지크? 읽는건 그냥 포기하기로.
유명 셰프이름을 딴 레스토랑. 디너는 파인 다이닝, 런치는 가볍게 즐길 수 있다고 하지만 가볍다고 해도 비쌀 것 같다. 홈페이지 들어가보니 5월19일부터 재개장한다는 안내문이 나온다. 코로나 19의 타격을 전세계 자영업자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었다는 점을 다시 깨달으며 ㅠㅠ.
9. Schlawiener
슈라비너? 역시 못읽겠음.
아시안 스타일을 가미한 비엔나식 요리를 내놓는 곳. 인테리어나 분위기는 전형적인 비엔나 스타일이 아닌 엄청 힙한 곳이라고 소개하고 있음. 더불어 물도 좋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 가서 확인해봐야겠지. 칵테일이 훌륭하다고.
10.Hausbar im kunstlerhaus
하우스바 임 쿤스트러하우스 (파파고 번역에는 예술가의 집에서... 로 나온다. 아 힘들..)
2019년인가 개관한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그런데 실제로는 코로나 폭풍이 시작된 2020년 5월 개관했다고) 알베르티나 모던 뮤지엄에 있는 레스토랑이다. 알베르티나 모던은 19세기 건물인 쿤스트러하우스를 개조해 꾸몄다고 하는데 알베르티나의 현대미술 분관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 때문에 이 곳을 방문한 리뷰는 거의 찾을 수 없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 나왔던 배경은 원래의 알베르티나 뮤지엄이고 여기서 걸어서 10분거리 정도에 알베르티나 모던이 있다. 레스토랑 어쩌구 따질게 뭐 있나. 알베르티나 모던. 말뭐? 무조건 가야지.
우선 알베르티나 모던 웹사이트.
https://www.albertina.at/en/albertina-mod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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