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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과 탐식

일본에선 왜 스시를 먹게 됐을까

by 신사임당 2017. 12. 13.

 

 

스시 하면 생각나는 나라가 일본이다. 예전부터 먹었으니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이번에 읽은 책에 그 이유가  좀 설명돼 있었다. 일본의 역사와 건축, 디자인 등을 오래 연구해 온  학자 애즈비 브라운이 쓴 <만족을 알다>라는 책이다.

 

이 책은 타임머신을 타고 에도시대로 돌아가 그곳을 집집마다 방문하고 마을길을 걸어 돌아다니며 여행하듯 써 놓았다. 여행기라기보다는 관찰보고서에 가까운데 나름 읽는 재미가 있다. 에도시대하면 쇼군과 막부, 사무라이 정도 외에 특별한 지식이 없던 내게 새로운 정보를 줬다.

 

에도시대는 한마디로 녹색삶을 실천한, 지속가능한 사회였다. 재화가 풍부하지 않은 것은 그 시대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이 책이 그린 에도시대는 효율적이면서 단단하고 내실있는 공동체 삶이 구현되었던 것 같다. 재활용, 재사용이 몸에 뱄고 실용성과 기능성을 추구하는 삶의 원칙을 지켰으며 에너지와 자원 절약이 생활화되어 있다. 스시 역시 식사를 준비하고 가열할 때 사용되는 연료를 절감하기 위해 조리하지 않은 날음식을 즐겨 먹게 됐고 그렇게 나온 것이 스시라는 것이다. 물론 날 음식 외에 훈제나 절임음식도 즐겼는데 이 역시 연료가 들지 않는 조리법이다.

 

그 시대 생활상을 보면 지금도 깜짝 놀랄만한, 앞선 지혜들이 많았다. 현재의 일본을 특징짓는 요소들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죽 내려오고 있는 것들도 꽤 많고 그중에는 따라해보고 싶은 것들도 있다. 물론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황당한 상황들도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지금은 일본에서 사라져가는(그렇다고 저자가 생각하는) 당시의 정신적 태도를 보여주고 싶어서다. 에도 시대 일본 사회에 널리 퍼져 있던 환경을 대하는 정신적 태도. 그것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지침이 될만하다.

 

재미있는 몇몇 대목을 발췌해 본다.

"다산을 노골적으로 금지한 건 아니지만 대가족은 사회적 규범 때문에 제한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을 인구를 적정하게 유지해야만 모두가 충분한 자원을 얻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둘째나 셋째 아들을 분가시켜 가정을 꾸리게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이가 없는 집이나 딸만 있는 집에 후계자로 보낸다. 그러나 보통 종교적 이유에서 독신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면 둘째 아들은 혼자 외롭게 살아야 할 운명으로 여긴다.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희생시켜야 한다는 가치관이다."

 

"대소변 수거는 중요한 사업이 되었고 도시 사람들의 대소변을 수거하고(자신의 논밭에 뿌리기 위해) 운반하는 계약을 따내려고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대소변을 강에 버린 탓에 물이 오염되고 콜레라가 발생했지만 일본에서는 자주 수거하고 누출되는 양과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 덕분에 사람들의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

 

"여름에는 연료를 아끼기 위해 태양에너지를 이용한다. 태양이 내리쬐는 마당에 물을 채운 큰 항아리를 아침부터 내놓으면 저녁에 목욕물로 쓸 정도로 따뜻해진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데운 물은 차를 끓일 때도 사용한다. 이 역시 연료 절감 방식이다."

 

"가정에서는 하수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쌀뜨물과 면이나 채소를 삶은 물은 버리지 않고 국을 끓인다. 세탁도 우물가에서 이웃들과 함게 할 때가 많다. "

 

"재활용 전문가 중에서 단연 최고는 헌옷장수이다. 돌아다니며 파는 사람도 있지만 헌옷 가게를 차려놓고 파는 사람도 있다. 에도만 해도 무려 4천여명의 헌옷장수가 있다. 사실 도시의 보통사람들은 새옷을 거의 사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옷을 빨아서 말끔하게 정돈해 헌옷장수에게 가져가면 적은 비용만 내고 새롭게 만든 헌옷으로 바꿔오기도 한다. 기모노는 부위별로 뜯어서 다시 염색하고 꿰매기 쉽게 만들어졌다. / 물론 옷도 언젠가는 헌옷장수도 마다할 정도로 낡게 된다. 이런 옷은 앞치마나 천기저귀, 그 다음엔 두루주머니나 보자기, 또는 걸레로 재생되고 마지막에는 연료로 쓰여 재가 된다. "

 

"에도가 매우 살기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보행자가 많고 활기가 넘치는 다양한 상점이 몇분 이내의 거리에 있었다는 점이다. 오늘날 도쿄에도 이런 풍경이 곳곳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누구든 놀랄 것이다.  에도 시대의 상점이 그대로 계승되어 같은 장소에 남아 있는 곳도 적지 않다. "

 

"에도시대에도 그랬듯이 현대에도 대개 전문가가 대량으로 조리한 음식을 사 먹으면 연료와 냉장, 운송과 보존 면에서 에너지 낭비가 훨씬 적다. 생활의 모든 면에서 그러하듯이 음식준비도 영양과 포장, 그리고 시간이라는 다각적인 관점에서 현명하게 접근해야 한다./ 오늘날 번성하고 있는 편리하고 저렴하며 어디든지 배달 가능한 일본의 배달서비스는 에도시대의 배달서비스에서 전해 내려온 것이다. 배달의 범위는 해외로까지 확대되었지만 지역 내에서 비로소 빛을 발하는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