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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의 <마더!>는 화제성에 비해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다. 물론 영화를 볼 때 예상은 됐다. 사람들이 썩 많이 들 영화는 아니겠구나. 심지어 개봉한 주말 저녁시간이었는데 나를 포함해 같은 관에 있던 사람은 단 7명 뿐이었다. 아래 소개하는 신부님도 개봉하는날 보셨다는데 신부님을 포함해 같은 관에 있던 사람이 3명이었다고 한다.
대런 아르노프스키 감독의 국내 개봉작 <마더!>는 올해 부산영화제의 화제작이었다. 한 부부의 외딴 저택에 낯선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종교적 상징으로 가득한 영화라고는 하나 ‘상징’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직접적이고 직설적이다. 더구나 종교적 차원의 해석은 무의미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는 상징과 감독의 의도에 대해 최대환 신부(가톨릭대 철학과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 신부는 오랫동안 인문학 강좌를 진행해 온 교계의 인기 강연자다. 그는 “영화가 사용하는 성경적 상징은 종교적 관심이나 신에 대한 탐구라기보다는 감독 자신의 무의식, 혹은 정신적 혼란을 지배하고 있는 부분이 종교적 요소라는 것을 드러내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면에 자리 잡은 심리적 문제의 근원을 찾아가는 작업으로 본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라고 했다.
- 반종교적 영화로 봐야 하나.
“표면적으로 그렇게 느낄 수도 있으나 자기실존적 고민으로 봐야 한다. 감독은 유대인인데, 유대인 지식인들 중에는 종교에 회의적이고 무신론자이지만 종교적 무의식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즉 믿지는 않아도 떨쳐지지가 않는 상황인 것이다. 그 때문에 신경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현상을 재미있게 표현하면 우디 앨런 작품처럼 되는 것이고 심각하게 표현하면 <마더!>가 되는 것 같다.”
- 아담과 이브부터 예수, 동방박사 등으로 추정되는 상징들이 맥락없이 사용됐다는 생각이 든다.
“특정한 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일일이 논리적으로 풀어갈 필요는 없다. 그러기엔 상징을 사용하는 방식이 민망할 정도다. 상징이라기보다 종교적 클리셰를 덕지덕지 붙여 놓았다는 쪽이 적합하겠다. 그런 방식이 오히려 이 영화가 가진 신빙성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 감독이 명성에 비해 철학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심리 묘사는 탁월할지 몰라도 성숙한 의미의 종교성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 성숙한 의미의 종교성을 가진 영화는 어떤 것인가.
“라스 폰 트리에는 적그리스도적, 반종교적 메시지를 뚜렷이 담고 있지만 그의 작품은 종교적 측면에서 깊이 있고 진지한 물음을 많이 던진다. 루이스 부뉴엘 역시 지독한 무신론자이나 그의 작품에는 종교적 상징의 힘이 드러난다. 종교적 상징을 사용하는 방식에선 로베르 브레송을 모범사례로 꼽을 만하다. 라스 폰 트리에 역시 그의 작품을 많이 봤다고 하더라.”
- 결국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대자연을 향한 인간의 행태였을까.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지구 환경이나 생태 문제를 강조하더라. 그런데 그런 메시지를 굳이 이런 방식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 맨 마지막 장면을 보면 상황은 다시 반복된다.
“내면의 망상이나 강박을 표현한 방식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근원에는 병든 ‘신관’이 있다. 아내(제니퍼 로런스)를 향하는 남편(하비에르 바르뎀)의 시선이 비웃는 건지, 사랑하는 건지 몹시 애매하지 않나. 감독은 그런 ‘신관’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번민 현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점에서 봤을 때 맨 마지막 부분은 해석의 여지가 많다. 누구는 무한반복이라고 하지만 깨어난 여주인공이 꿈을 의식하고 행동의 변화를 보일 수도 있다.”
- 종교를 떠나 영화적으로는 권할 만한가.
“글쎄, 선뜻 권하기 힘들다. 제니퍼 로런스의 연기가 없었다면 후회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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