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선일미(茶禪一味)라는 말이 있다. 차와 선은 한가지 맛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차와 불교가 얼마나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지, 어떤 관계인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수행이라는 지난한 과정, 이를 통해 추구하는 깨달음이라는 궁극의 지향점은 서로 다르지 않다. 때문인지 차를 끓이고 마시는 일련의 행위는 단순히 기호품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 차관에 물을 끓여 차를 우려내고 기다리며 맛을 음미하는 과정은 불가 수행의 한 방편이자 도의 경지로까지 받아들여진다.
졸음을 쫓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차의 효능 덕분에 불가에선 오랫동안 차가 사랑받아 왔고, 국내의 차 문화 역시 불교를 통해 계승·발전되어 왔다.
국내에 차가 도입된 것은 신라시대였고 사찰과 왕실을 중심으로 차를 마시는 문화가 확산됐다.
차는 부처에게 올리는 중요한 공양물이기도 했다. <삼국유사>에는 부처에게 차를 공양했다는 기록이 여러차례 등장한다. 신라 경덕왕이 삼짇날을 맞아 부처에게 차를 공양하고 돌아오는 충담 스님을 만나 가르침을 구한다. 그러자 충담 스님은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는 내용의 ‘안민가’를 지어준다. 경덕왕이 자신에게도 차를 한 잔 달라고 하자 충담 스님은 짊어지고 있던 앵통에서 다구를 꺼내 차를 달여주었다는 대목에서 당시 다구를 휴대하며 차를 즐겼던 불교문화를 엿볼 수 있다. 신라 신문왕의 아들인 정신태자 보질도와 효명태자 형제도 오대산에서 날마다 이른 아침 골짜기의 물을 길어 차를 달인 뒤 1만 진신의 문수보살에 공양했다는 대목이 <삼국유사>에 나온다.
불가에서 중요한 행사 때에 부처에게 6가지 공양물을 올리는 것을 ‘육법공양’이라 하는데 8세기 중반 제작된 국보 196호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에 육법공양의 하나로 차 공양이 언급돼 있다. 차 외에 포함되는 공양물로는 향, 등, 꽃, 과일, 쌀이 있다.
고려시대 들어 불교가 국교가 되면서 차문화 역시 꽃을 피웠으나 조선시대는 억불정책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 다도를 정립한 초의 선사는 <동다송> <다신전> 등의 저서를 통해 차문화를 집대성하며 ‘다성’으로 불릴만큼 차문화 부흥을 이끌었다. 그가 일으킨 해남 대흥사는 지금도 다도의 메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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