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식품회사의 콘플레이크 제품은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는 광고카피로 유명하다. 광고에 등장하는 귀엽고 늠름한 호랑이 캐릭터 토니 역시 웬만한 애니메이션 캐릭터 못지않게 소비자들에게 친숙하다.
‘호랑이 기운’이 솟아나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일반 가정에서 아침 대용으로 콘플레이크를 많이 먹는다. 간편하고 손쉽게 아침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회사가 광고 카피로 내세운 ‘호랑이 기운’은 제품의 영양학적 우수성을 강조하기 위한 상업적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콘플레이크의 유래를 살펴보면 ‘호랑이 기운’을 내는 것과는 반대의 의도에 가깝다.
이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그레이엄 크래커’ 이야기를 해야 한다. 19세기 미국은 기독교 문화가 주축이 된 금욕적 분위기가 강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바탕으로 한 건강운동도 활발했다. 이 운동을 이끌었던 장로교 목사 실베스터 그레이엄은 과도한 영양 섭취는 질병의 근원일 뿐 아니라 성욕을 부추기므로 신앙적이지 않다고 여겼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정맥하지 않은 보리를 배합해 만든 ‘그레이엄 크래커’였다. 재기발랄한 글쓰기로 유명한 미국작가 A J 제이콥스는 <한권으로 읽는 건강 브리태니커>에서 “그레이엄이 내놓은 성욕을 억제하는 처방책은 ‘맛없는 음식’이었고 이것이 그레이엄 크래커”라며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지는 사춘기 소년들의 성욕을 진정시킬 목적으로 개발됐다”고 썼다. 미국 베일러대 교부학과 마이클 P 폴리 교수는 그레이엄 크래커를 “도덕적으로 위험하지 않은 대신 맛은 담백한 음식”이라고 표현했다.
의학박사였던 존 켈로그는 그레이엄의 신봉자였다. 그는 그레이엄의 이론을 적극적으로 홍보, 실천하면서 실제로 아침마다 그레이엄 크래커를 7개씩 먹었다. 요양원을 운영했던 그는 환자들의 성적 금욕과 건강을 위해 새로운 메뉴를 고안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것이 바로 콘플레이크다. 콘플레이크는 환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존 켈로그의 동생이던 윌리엄 켈로그는 이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고 회사를 창업해 일반인들의 입맛에 맞게 가공한 제품을 내놨다. 이때가 1906년이었다. 제품은 큰 인기를 얻었고 회사는 급성장했다. 이 회사가 켈로그이고 이곳에서 생산한 콘플레이크는 시리얼의 대명사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시리얼 분야에서 켈로그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회사로 포스트가 있다. 포스트의 창업 사연도 재미있다. 창업자인 찰스 포스트는 우울증 때문에 존 켈로그의 요양원에 입원했다가 환자식으로 나온 콘플레이크를 맛보고 사업 아이템을 떠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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