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차트는 주류 대중음악계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표다. 그런데 요즘 이 차트에는 이례적인 현상 2가지가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하나는 신예 김나영의 약진, 또 하나는 아이돌그룹 위너의 부진이다. 대중들에게 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생짜 신인의 승승장구, 음원불패의 신화를 써가고 있는 대형기획사 YG 소속 아이돌그룹의 예상치 못한 하락세. 그 이유가 뭘까.
올 초 발매됐던 가수 김나영의 신곡 ‘어땠을까’는 종합차트인 가온차트에서 주간 2위를 차지했다. 현재도 주요 차트마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인지도가 낮은 가수의 곡이 발매와 동시에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방송에 출연하거나 뚜렷한 홍보활동도 없었다. 통상적으로 신예가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는 경우는 인기 방송을 통해 조명된다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입소문이 나는 등 다른 요인이 있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김나영의 이변은 올 초 가요계를 뜨겁게 달구며 궁금증을 낳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근거없는 ‘사재기’ 논란까지 나왔다.
최근 가요계에서 내놓는 흥행 근거 분석을 보면 ‘빈집털이 설’이 비교적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간 음원매출이 가장 줄어드는 시기는 연말·연초 비수기다. 가온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원은 “연말·연초의 1주일은 시즌송 소비가 가장 줄어들 뿐 아니라 신곡 출시도 없는 ‘차트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는 때”라며 “이 시기에 새로운 곡이 유입되면 평상시 보다는 차트 진입이 용이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차트가 비어 있다고 하더라도 무명가수의 곡이 무턱대고 상위권에 진입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그는 이전에도 한차례 이변의 주인공이 됐던 적이 있다. 2013년 하반기 그의 노래 ‘홀로’를 부르는 한 여학생의 동영상이 페이스북을 통해 급격히 퍼졌다. 이로 인해 ‘홀로’는 발표된 지 1년만에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고 그후로도 1년 가까이 차트 100위 안에 머무르면서 강한 생명력을 자랑했다. 그의 소속사인 네버랜드 엔터테인먼트는 SNS를 통한 홍보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최근 각광받는 ‘세로 라이브 영상’ 효과라는 것이다. 세로 라이브는 일반적으로 가로 화면으로 동영상이 지원되는 것과 달리 세로 화면으로 지원되는 영상을 말한다. PC에서 모바일로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모바일에 적합한 세로 라이브 영상이 SNS를 통해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소속사 측은 동영상을 올린 뒤 10일만에 100만건 넘는 조회수를 올렸다고 밝혔다.
1년 5개월만에 컴백한 위너는 지난 11일 ‘사랑가시’를 발표했다. 하지만 하루도 1위를 유지하지 못한 채 순위가 급속히 하락했다. 14일 현재 최대 규모의 음원차트인 멜론에서 30위권으로 밀려났다. YG 소속 가수들은 음원차트에서 강세를 보이기로 유명하다. 싸이와 빅뱅을 비롯해 에픽하이, 2NE1, 악동뮤지션, 이하이, 아이콘 등 대부분 가수들의 신곡은 나오기만 하면 상당기간 차트를 싹쓸이한다. 2014년 8월 위너의 데뷔앨범도 수록곡 대부분이 차트 상위권에 머물렀고 그 해 신인상까지 휩쓸었다. 이때문에 위너의 부진이 의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지나치게 공백이 길었다는 점을 부진의 이유로 꼽고 있다. 데뷔하면서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단독콘서트를 치를 정도의 팬덤을 갖고 있던 이들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1년 반 가까이 국내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자연히 팬덤의 규모는 축소됐다.
소속사 YG의 지원전력 분산에 대해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지난해 YG는 후배그룹 아이콘을 데뷔시키면서 위너의 데뷔일정을 지연시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예능 PD는 “크게 시차를 두지 않은 상태에서 한 소속사가 두 그룹을 데뷔시키다보니 한정된 수요층이 분산됐다”면서 “게다가 최근까지 아이콘 마케팅에 주력했던 YG의 행보를 보면 위너에 대한 투자나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공백기에 따른 예열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다음달 1일 본격적으로 앨범이 발매되면 그동안의 준비과정을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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