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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스코프

딴따라같은 클래식 파가니니 vs 리스트

by 신사임당 2015. 9. 24.

 

 

오는 10월 24일 재미있는 공연이 열립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세기의 대결’이라는데 뭘까요.

리스트 VS 파가니니라고 제목이 붙은 공연입니다.

클래식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라도 리스트나 파가니니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보셨을겁니다.

듣기만 하면 바로 졸려서 클래식이 싫다는 분들이 제 주변에 제법 있는데

사실 예능프로그램이나 쇼, 코미디, 드라마 등에도 클래식이 제법 많이 사용됩니다.

광고음악이며 영화까지 하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잘 모르고 낯선 음악 말고,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던 익숙한 곡들부터 시작하면 클래식도 별게 아닙니다.

괜히 어려운 용어로 폼잡고 말하는 사람들 많다고 거부감 가질 필요 없다는거죠.

듣고 즐겁자는게 음악인거지 부담스럽기 위해 듣는건 아니니까요.

클래식도 딴따라처럼 쉽고 즐겁게 들으며 즐기면 되는겁니다.
 

 

개인적으로 클래식을 예전부터 즐겨들었던 편이라 주변에서 뭘 들어야 하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때마다 말해줍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왔던 것, 혹은 광고에 나왔던 것 중에서 기억나는 것,

땡기는 멜로디가 있으면 그것부터 들어보라고 말입니다.

그런 식으로 특정한 장면에 나왔던 한 부분이 땡기다보면 전체 곡이 듣고 싶어지고

그 작곡자의 다른 곡들도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흥미가 없다면 말짱 꽝이라는 거죠.

 

대중문화를 딴따라라고들 많이 칭하는데

클래식이든 뭐든 다들 당대의 딴따라 아니었나요.

시간이 지나고 계속 사랑받으면서 클래식으로 이름 붙어 내려가는거죠.
 

 

각설하고... 예전 클래식 음악가들 중에서

지금의 딴따라에 가장 어울릴만한 사람들이 아마 이 두 사람일 것 같아요.

현재 아이돌과 같은 모습에 가장 가깝습니다. 

눈부신 기교, 화려한 쇼맨십, 덕후로 불리는 극성 팬덤.

 

그런 점에서 이 두 사람의 대결은

기교에 관한 극한의 배틀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주걸륜과 또 다른 배우가 피아노 배틀 벌였던 장면 기억하시나요.

굉장히 매력적이었죠.

클래식 잘 모르는 분들도 넋놓고 봤다는 분들이 많았으니까요.
 

 

사실 두 사람이 동시대를 살긴 했지만 30년 차이가 나니까

같이 겨루고 활동했던건 아닙니다.

리스트가 어린 시절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고

나도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그런 영향을 미친 사이였었죠.

어쨌거나 두 사람의 작품은 대부분

'너 이거 연주할 수 있겠어?'라고 묻는 것처럼

자랑질하듯, 극한의 기교를 요하는 것들이라

배틀에는 더없이 적합한 작품일 겁니다.

 

참고로  누가 정했는지는 모르나  클래식 음악하는 사람들 사이에 피아노 3대 난곡이라는게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명단에 리스트의 곡은 들어 있지 않아요.

발레키레프의 ‘이슬라메이’,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라고 하는데

시간되시면 한번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보시길.

합성인지 연주인지 헤깔릴 정도랍니다.

졸릴 때 찾아 보시믄 아마 정신이 확 드실듯.

 

 

19세기 유럽 무대에서 파가니니는 당시 쇼킹한 기교로 관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오죽했으면 악마한테 영혼을 팔았다고 하는 이야기까지 나왔으니까요. 

바이올린 줄이 다 끊어지자 신발을 벗어 줄을 매서 연주를 했다는 둥,

악기로 온갖 동물의 소리를 냈다는 둥. 그

전에 듣도 보도 못한 현란하고 화려한 기교를 부리며 연주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소리지르다 쓰러지기도 했다고 하네요.

연주하러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마차길을 따라 늘어서 있고 몰려다녔다니

지금 K팝 스타들의 해외 공항입국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피치카토라는 바이올린 연주 기법이 있는데 오른손으로 줄을 튕겨서 소리를 내는 겁니다

그런데 그는 양손을 다 사용해서 피치카토를 하며

가장 낮은 음에서 높은 음까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올라가기도 하고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속도와 각도를 자랑하면서 보는 사람들을 흥분시켰답니다.

서커스나 곡예같은 연주였다는 것도 그때문에 나오는 말이겠죠.
사진을 보면 뭔가 좀 이상합니다.

껑충하고 깡마른 몸, 지나치게 팔다리와 손가락이 길고 구부러져서 흉측한 느낌도 드는데,

그의 이같은 외모도 신비로움을 더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데 사실 그가 이렇게 연주한 것은 병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관절이 흐물흐물해지는 유전병인 엘러스 단로스 증후군,

그리고 뼈와 근육이 이상 발육하는 마르판 증후군을 앓고 있어서

일반인은 할 수 없는 자세가 가능했다죠.

이 이야기는 몇년전 OCN에서 방송됐던 드라마 <신의 퀴즈>에도 나오더라구요.

 

 

파가니니 곡 중에는 바이올린 한줄만 가지고 연주하는 곡도 있습니다. 

이것도 쇼맨십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고요. 

당시 롯시니와 파가니니가 친하게 지냈는데 롯시니의 오페라 <모세>에 나오는 아리아에 꽂혀 

그 주제로 쓴 곡이라고 하죠.

제목은 <롯시니의 '모세' 주제에 의한 변주곡>인데요

실제로 이 영상을 보면 아예 한줄만 달린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제목이 좀 복잡하죠. 클래식이 좀 그래요,

그냥 쉽게 생각해서 롯시니가 작곡한 오페라 <모세>를 봤는데 그 중 이 선율의 아리아에 꽂혀

이를 변주한 곡이다... 일케 생각하심 됩니다.

 

 

 

19세기 초반에 그려진, 파가니니를 풍자한 삽화라고 합니다. 그림 출처는 네이버 지식백과

 

 

요건 위키에 있는 파가니니 사진입니다

 

 

들라크루아가 그린 파가니니 입니다

 

 

파가니니 공연을 알리는 당시의 포스터. /출처 위키

 

영화 <파가니니>에서. 카프리스 24번을 연주하는 모습입니다

 

역시 영화 <파가니니>에서 . 파가니니 뒤로 악마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악마적인 기교,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등 소문에 시달렸던 당시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리스트가 자신이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겠다며 쓴 초고난이도의 대표곡으로는

<초절기교 연습곡>이란게 있습니다.

영어로 ‘Transcendental studies’라고 쓰는데

쉽게 말해 초 절정의 기교를 자랑하는 연습곡이라고 보심 됩니다.
 

 

기교라면 둘 다 빠지지 않지만 외모에선 리스트가 비교도 안될 정도였습니다.

파가니니가 뭔가 기괴한 느낌을 주는 마력의 소유자라면

리스트는 초절정 꽃미남 외모로 무장한 테크니션으로 당대의 여성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진정한 아이돌이었죠.

현재 아이돌의 초기 모델이 리스트였다고 보심 될 거 같아요.

그가 공연할 때 귀부인들이 손수건과 액세서리, 꽃다발을 던졌고

괴성을 지르며 자지러졌다고 합니다.

무대 매너가 좋았던 리스트는 그전까지 관객들에게 등을 보이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관행을 깨고

피아노 방향을 옆으로 돌려서 자신이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니

관객, 특히 여성을 배려하는 마음이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거기서 더 나가서 여기저기 다니며 불륜과 각종 스캔들의 주인공이 됐던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잘생기지 않았나요... (여기 그림들은 위키와 지식백과 등에서 왔습니다).

 

 

앙리 레만이 그린 리스트의 초상

 

 

파가니니 대표곡으론 24개의 카프리스가 있는데

이중 24번이 제일 유명합니다.

카프리스가 뭔가 싶으실텐데 그냥 기악곡의 한 형식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광시곡이니 기상곡이니 어쩌구 하는데

그건 이런 음악이 생긴 나라에서 이리저리 붙여서 부르니까 그런가보다 하심 될거 같아요.

사실 클래식 곡들은 이름에서 ‘뭥미?’ 하는 부담감이 많이 생기긴 해요.

그냥 그렇게 부르는가보다 하고 넘기시믄 되지 않을까요.

 

여하튼 카프리스 24번 곡은 장동건이 모델이 됐던 파크랜드 광고에서 사용됐던 음악이에요.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가 걸어갈 때  신경질적이면서도 기묘함이 느껴지는 듯한

단선의 바이올린 곡이 배경음악으로도 나왔는데 한번 들어보면 누구나 아실거예요.

<친절한 금자씨>에선 일반적으로 연주하는 것보다 연주 속도가 굉장히 빨랐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빗 가렛이 주연했던 영화 <파가니니>에 카프리스 24번 연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파가니니를 선망했던 리스트는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연습곡>이라는 작품도 발표했습니다.

이름이 쓸데 없이 긴데, 쉽게 말해 파가니니의 곡에서 모티브를 얻어 쓴,

대박 완전 어려운 피아노곡들입니다.

이중에서 제일 유명한 곡은 ‘라 캄파넬라’라는 작품인데

역시 한번은 들어보셨을, 아주아주 유명한 곡입니다.
 

 

또 하나, 리스트의 대표곡 헝가리언 랩소디가 있는데 이중 2번만 아셔도 됩니다.

전 만화영화 <톰과제리>에 톰과 제리가 연미복을 입고 연주하는 장면이 여러차례 나왔습니다.

정말 신나고 경쾌하고 멋진 곡이지요. 역시 너무너무 유명해서 다들 한번쯤은 들어보셨습니다.
그런데 이 곡 뒷부분에,

피아노 배운 분이라면 한번쯤 쳐봤을 <크시코스의 우편마차>의 뒷부분이랑 굉장히 비슷한 소절이 나옵니다.

시기적으로 헝가리 랩소디가 먼저 나왔으니까 이 곡을 샘플링 한건지 어떤건지 궁금한데

아무리 찾아봐도 그 곡절을 알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