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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과 탐식

이곳에서 찍었다 3. 매축지 마을

by 신사임당 2015. 1. 26.

 

 

부산에는 매축지마을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도심속의 오지.

마치 굴다리와 육교를 경계로 다른 세상으로 순간이동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런 곳입니다.

이곳은 실처럼 가느다란 골목길이 미로처럼 연결됩니다.

마주 오는 사람이 있을 때 비켜서 벽으로 붙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을정도로 좁은 골목길 말입니다. 

골목 곳곳엔 쓰레기봉투와 연탄재가 쌓여 있고 고단한 세간살이가 널려 있습니다. 

녹물이 흘러내리는 간판이며, 

아니 간판 없이 그저 세월의 무게를 말해주는 가게들도 있습니다. 

골목 입구의 공공화장실은 

이곳의 삶이 어떠할지 한눈에 보여줍니다. 

이 마을은 영화 <아저씨> <마더>의 배경이 됐던 곳입니다. 

예전엔 <친구>  <하류인생> 등의 작품도 찍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곳곳에 벽화를 그려놓아 단장이 돼 있습니다.

이곳에는 큼직한 카메라를 들고 출사 나온 방문객들이 꽤 많았습니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골목에 카메라를 대고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을 보노라니

마치 큰 영화 세트장을 구경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공공 화장실과 벽에 널려 있는 빨래들은

이곳에서의 삶이 주는 신산함을 말해줍니다.

 

매축지마을은 부산 범일5동의 작은 마을입니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 시절 부두에 내린 마부와 말, 짐꾼들이 쉬던 곳이었습니다.

바다를 매우는 매축공사를 통해 조성된 땅이지요.

일제는 이곳이 포함된 일대 부지를 공장으로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매축이 완료된 뒤에 전쟁이 일어나면서 공장으로 사용하는 대신

침략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이 지역을 병참기지로 사용했습니다.

군마를 보관하는 마굿간을 짓고 막사를 지은 것이지요.

 

이같은 성격은 한국전쟁으로도 이어졌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보급창이 들어섰고 원조물자가 이 곳을 중심으로 유통됐습니다.

또 급격하게 몰려든 피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마굿간을 칸칸이 잘라 임시거주지로 사용하게 했습니다.

집 한칸당 3~4평에 불과했고 한명이 겨우 다닐 수 있는 골목길도

이 당시 틀이 잡히고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곳은 삼무삼다 마을이라고도 불립니다.

마당과 햇빛, 바람이 없습니다.

노인과 빈집, 공동화장실은 많습니다.

도심속의 궁벽한 오지인 이곳의 삶이 와닿지 않으신가요?

 

 

이 마을엔 현재 비어 있는 집이 300여채, 거주하는 주민은 5000명 정도입니다.

 

이곳은 부산 지하철 좌천역에 내리면 됩니다.

4번 출구로 나와서 보이는 굴다리를 건너면 저 앞에 철로를 건너는 유교가 있습니다.

 

요렇게 말이지요

 

 

 

이 육교 계단을 올라가면 이곳이 영화 촬영지임을 알려주는 포스터가 계단에 새겨져 있습니다.

보이시죠???

 

요 계단을 올라가면 이렇게 육교 양쪽으로 영화포스터와 스틸사진이 펼쳐집니다.

 

 

그렇게 육교를 내려오면 바로 만날 수 있는 매축지마을 안내도입니다.

영화를 촬영했음을 알리는 것이지

결코 이곳이 테마파크는 아니라는...

그런데 사진 찍으러 오는 분들의 표정은 테마파크 보는 듯 하더라는...

 

 

 

 

요 도로는 이 바로 위 지도에서 보이는 점선이 찍혀 표시되어 있거나 하얗게 표시되어 있는

차도 다닐 수 있는 제법 넓은(?) 도로 입니다.

 

 

집 사이 골목들입니다.

 

 

스완 양분식건물. 이곳이 <아저씨>에서 태식의 전당포 건물입니다.

스완양분식은 블로그 맛집에도 올라 있는 명소라고 하네요.

오무라이스, 돈까스가 맛있답니다.

전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자 골목들 보시지요.

 

 

 

공동화장실이 골목앞에 놓여 있습니다.

 

 

 

\‘삼무삼다’라는 설명은 이 마을의 현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마당과 햇빛, 바람이 없고 노인과 빈집, 공동화장실이 많은 곳. 5000명 정도의 주민이 있다. 70년째 이 마을에 산다는 동키치킨 앞 과일가게 주인 할머니는 “국제고무 있을 때만 해도 여기 사람도 많고 장사도 잘됐다”면서 “저기 영화 찍은데는 가 봤재?”라고 챙겨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