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무문관이란 곳을 다녀왔다.
무슨 도장이나 음식점이 아니다. 사찰에서 수행을 하는 장소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냈던 자승스님이 무문관 수행에 든다고 해서 가본 것이다.
그전에 가졌던 기자간담회에서 스님은 퇴임후 무문관 수행을 할 거라고 말을 했는데 '진짜?' 싶은 마음에 얼떨결에 가보게 된 것이다.
이건 그때 썼던 기사다 자승 스님 무문관 들던 날
무문관은 말 그대로 문이 없는 독방 수행처다.
3개월간 독방에 갇혀 말 한마디도 못하고 밥은 오전 11시 하루 한끼만 먹는다.
다른 건 몰라도 어떻게 하루 한끼를 갖고 버틸 수 있을까 싶은데 운동량이 없으니 하루 한끼를 소화하지 못하는 스님들도 꽤 있다고 한다.
지난 2일 동안거 결제일에 백담사에 갔다.
아무래도 스님들이 안거에 들어가는 날이기 때문에 선원은 전체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알 수 없는 무거운 긴장감 같은 것이 경내를 누른다.
무문관 쪽을 향하는데 이런 안내판이 나온다.
어딜 가나 이런 안내판은 사람을 위축시킨다. 나는 일반인이긴 하지만 아무튼 스님의 허락을 받아 따라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안내판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이렇게 생긴 문이 나온다.
역시 소임자 외에는 무문관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스님들이 다니시는걸 봤는데 저 문을 열고 출입하시는게 아니라 문과 나무 등걸 사이의 틈으로 다니신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오는 뜰. 이 주변으로는 저렇게 건물이 둘러서 있다.
창문만 있고 출입문은 없다. 그냥 막혀 있는데 저 뒤편으로 돌아가보면 이렇다.
헉 소리가 난다. 비주얼이 언뜻 동물을 가두는 우리 같기도 하고 끔찍한 수용소나 감옥 같기도 하다.
문은 밖에서 잠기도록 자물쇠가 채워져 있고 출입문 옆에 나 있는 배식구가 세상과 통하는 통로가 된다.
자승 스님이 자신의 방을 소개하고 있다. 옆 방에는 백담사 조실 오현스님과 유나 영진 스님이 수행에 든다.
하루 한끼만 먹으면서 말 한마디 못하고 3개월을 갇혀 있는 것은 일반 감옥의 독방보다 더 극한 환경인 것 같다.
나같은 범인으로는 상상하기가 어렵긴 하다.
정휴스님이 쓴 <백담사 무문관 일기>에 보면 다음과 같은 부분이 나온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앉아 있으니 간밤에 나와 함께 머물렀던 고요가 방 안으로 흩어져 있다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다시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감옥의 독방과 다름없었다. 거기다가 출입하는 문을 잠가놓았기 때문에 나갈 곳이 없었다…열한 시가 되자 창문 한쪽에 뚫어 놓은 구멍으로 점심 도시락이 들어왔다. 이곳에 와서 독방에서 홀로 맞이하는 공양시간이었다. 앞으로 하루 한끼만 먹고 석달을 버티어야 한다. 원효 스님은 <발심수행장>에서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이 있더라도 밥을 구하는 생각을 버려야 초심으로 돌아가는 마음이 일어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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