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제병/ 위키피디아

정교회에서 사용하는 빵 /위키피디아

 

 

 

 

 

그리스도교회가 가톨릭과 정교회로 완전히 분리된 것은 양 교회 대표자들이 서로에게 파문장을 던지는 사건이 벌어진 1054년이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주도권을 두고 오랫동안 갈등을 겪어 왔다. 원래 초대 교회는 로마, 콘스탄티노플,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키아, 예루살렘 등 5대 지역별로 나뉘어 서로 독립적이면서 동등한 관계로 신앙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나 로마교회는 베드로의 후계자로 장자 교회임을 강조하며 전체 그리스도교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반면 콘스탄티노플 교회 등 다른 지역 교회들은 “권력이나 높고 낮음에 있어서 첫째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면서 동등한 위치임을 주장했다. 

양측은 주도권뿐 아니라 교리 해석, 언어와 문화 및 관습에 따른 가치관에서도 차이를 보였고 점차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사제의 결혼 여부는 물론이고 성찬예식에 사용하는 빵 만드는 법을 두고서도 의견이 달랐다.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성찬식의 본질은 누룩을 넣은 빵을 쓰느냐, 넣지 않은 빵을 쓰느냐에 따라 동방과 서방에서 다르게 생각됐다”면서 “11세기에 이 문제는 격렬한 토론의 대상이 됐다”고 쓰고 있다. 

윌 듀런트의 <문명 이야기>에도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11세기 초반 정교회 한 수도사가 “성체성사에 발효하지 않은 빵을 사용하고 성직자의 독신주의를 강화했다”면서 로마교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작품을 발표했고 당시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이던 미카엘 케롤라리우스는 이를 널리 유포했다. 그러자 로마 교황 레오 9세는 케롤라리우스에게 서한을 보내 “교황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교회는 이단집합이자 사탄의 회당”이라며 낙인을 찍었다. 이 문제는 지금도 두 교회 간 큰 차이점이다. 정교회에서는 누룩을 넣은 빵을 사용하고, 가톨릭에서는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쓴다.

정교회가 누룩이 든 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최후의 만찬 식탁에 오른 빵에 누룩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정교회 박인곤 보제는 “성서에 기록된 원어를 살펴보면 그리스어로 ‘아르토스’라고 되어 있는데 이는 누룩이 들어가 있는 빵을 의미한다”면서 “이 때문에 초대교회 당시부터 누룩이 들어간 빵을 성찬예식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교회 예식에 사용되는 빵은 신자들이 직접 구워와서 예식에 봉헌한다. 

가톨릭에서 누룩이 들어가지 않은 빵을 사용하는 이유는 최후의 만찬이 유월절 만찬이었다는 해석에 따른 것이다. 유월절은 유대교의 대표적인 절기로, 재앙으로부터 구원받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시기에는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먹는 것이 관습이었다. 현재 가톨릭 전례에 사용되는 제병은 가르멜수도회에서 만들어 전국 본당에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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