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차례상차림 / 경향신문 자료사진

 

명절이 지나고 나면 이혼신청 접수가 평소보다 2배나 많다는 통계가 있다. 원인은 ‘명절 갈등’이다. 갈등의 요인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할 만한 것이 차례상 준비다.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조율이시(왼쪽부터 대추, 밤, 배, 감), 어동육서(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차례상을 차릴 때면 흔히 등장하는 설명이다.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것은 유교의 주요한 의례로, 이같은 엄격한 진설법은 유교경전 어딘가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은 어디에도 그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주자가례> <가례편람> <국조오례의> <격몽요결> 등에 구체적 항목별로 차례상 차림을 규정한 곳은 없다. 차례상의 근거로 삼는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에도 차례상은 계절에 맞는 음식 몇가지를 형편껏 올리라고 권하는 정도다. 굳이 사과나 배가 아니더라도 쉽게 구할 수 있다면 바나나나 키위처럼 외국에서 들어온 과일을 사용해도 된다는 이야기다. <격몽요결>에 나오는 진설도에도 상의 맨 앞열에 ‘과(果)’자가 씌여 있을 뿐 구체적인 품목이나 방향을 지칭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동육서’의 근거도 동쪽이 바다이고 서쪽이 산인 중국 지형을 기준으로 따랐다는 이야기가 <송자대전> 같은 문헌에 전하는 정도다.


유교문화 본산인 성균관 박광영 의례부장은 “조선시대에 이같은 관습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이후 1960년대를 전후로 해 화려하게 차리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면서 “유교적 전통을 강화해 전통있고 뼈대있는 집안이라는 과시를 하고 싶어하는 욕구와 문화가 잘못 정착됐다”고 지적했다. 가정의례준칙이 나온 것도 이같은 허례허식이 만연한데서 비롯됐다. 박 부장은 “돌아가신 날 지내는 기제사는 과도하게 차리기도 했지만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명절에 지내는 ‘차례(茶禮)’는 기제사와 달리 간소하게 준비해서 올리는 제례”라며 “추석에는 송편과 햇과일, 햇곡식, 설날에는 떡국과 간단한 음식 정도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유교의 예법인 주자가례의 핵심은 형식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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