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대형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료 브랜드 중 하나로 ‘웰치스’가 있다. 포도주스로 특히 유명한 이 브랜드가 탄생하게 된 것은 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19세기 미국 감리교 목사이자 치과의사였던 토마스 브롬웰 웰치. 신앙심이 투철했던 그는 술을 혐오했던 사람이다. 성경의 ‘술취하지 말라’는 대목 때문이었다. 그가 속했던 교단에서도 ‘알콜 섭취는 죄’라며 술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는 중대한 난관에 봉착했다. 바로 성찬식의 포도주였다. 일상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야 가능했지만 기독교의 오랜 전통인 성찬식에서 사용하는 포도주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스러웠다. 더구나 종종 이 포도주 때문에 취하는 성직자나 신도를 보게 되는 것을 그는 납득할 수 없었다.

그의 고민과 갈등은 알콜이 없는 ‘포도즙’ 개발로 이어졌다. 당시만 해도 포도를 가공해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은 말려서 건포도를 만들거나 포도주를 빚는 것 외에는 없었다. 포도즙이 발효 과정을 거쳐 포도주가 되는 것이므로 그는 포도즙이 발효되지 않는 방법을 찾는데 몰두했다. 파스퇴르가 개발한 저온살균법을 이용해 실험을 거듭하던 그는 포도즙에 일정한 열을 가하면 효모가 파괴되어 발효를 막으면서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국 주요 기업들의 창업과정을 쓴 <그레이트 컴퍼니 500>에는 웰치가 치과의사로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종종 현금 대신 포도로 치료비를 받아 실험 재료로 사용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가 살았던 뉴저지 바인랜드(vineland)는 포도농장이 많았던 곳이다.

1869년 발효되지 않은 포도주, 즉 포도즙이 개발되면서 그는 자신의 교회에서 포도즙을 성찬식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교회에서도 성찬식에 포도주 대신 포도즙을 사용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오랜 전통이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게 된 것은 그의 아들 찰스 웰치에 의해서다. 찰스 웰치는 아버지가 만든 포도즙에 ‘웰치스 포도주스’(Welch‘s Grape Juice)라는 이름을 붙여 상품으로 출시했고, 이를 1893년 만국 박람회에 선보였다. 이후 대중들에게 무알콜 포도주스라는 새로운 개념의 음료가 퍼져가기 시작했다. 특히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되면서 판매고는 급성장했다. 많은 교회들도 성찬식에 포도주 대신 포도즙을 채택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1956년 미국포도협동조합이 인수한 웰치스는 지금도 포도주스와 다양한 탄산음료, 스낵류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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