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이 땅의 영업사원을 고달프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술자리다. 관성 혹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술자리를 버텨내기 위해 이들 사이에 늘 공유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숙취해소법이다. 다양한 숙취해소제 중에서도 발군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제품들은 이들의 입소문 덕을 톡톡히 봤다.

최근 영업사원들 사이에 조용히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숙취해소제가 있다. ‘간만세’다. 다소 코믹한 이 제품의 영문명도 ‘브라보 리버’(Bravo liver)다. 출시된 지 고작 6개월 됐을 뿐인데 현대백화점, 갤러리아 면세점에 입점했다. 지난 12월부터는 부산의 한 대형 주류회사에 매월 30만개씩 납품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소비재 시장에서 무명 중소기업 신제품으로는 쉽지 않은 성과다. 현재 프리미엄 식품 쇼핑몰 마켓 컬리에서도 판매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편의점 GS25와도 입점계약을 맺었다.

제품에 사용되는 원료는 예로부터 간에 좋다고 알려진 어성초, 울금, 헛개, 약쑥, 백출, 겨자, 박하에 밀크씨슬이 더해졌다. 밀크씨슬은 서양의학에서 간 치료제로 사용되는 성분이기도 하다. 재료를 배합하고 발효·가공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원재료를 준비해 제품이 완성되기까지는 한 달가량이 걸린다.

㈜간만세 김연태 대표(42)는 “직접 효과를 본 뒤 확신을 갖고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가업인 석유화학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던 그가 숙취해소제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불과 1년 전이다. 사업으로 술자리가 잦았던 터라 늘 숙취 때문에 고충이 컸다. 좋다는 숙취해소제와 약을 섭렵했지만 좀처럼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초 우연히 지인을 통해 숙취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을 소개 받았다. 고종황제의 어의를 지냈고 대를 이어 한의원을 운영하던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던 고유의 비법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했다. 제조법은 1930년대 간 치료로 유명세를 떨쳤던 한의사 최상훈 의원이 집대성한 방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당시 최 의원의 손자가 고유의 제조법을 전수 받아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먹었는데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때까지 먹어봤던 숙취해소제 중 가장 만족스러웠어요. 제품을 생산하시는 분을 만나서 권했지요. 먹기 좋은 형태로 만들고 브랜드와 포장을 새롭게 하면 사업을 훨씬 확장할 수 있겠다고요. 게다가 제품의 콘셉트도 간 기능 향상을 돕는 건강기능식품이라기보다는 숙취해소제로 잡으라고 조언을 드렸어요. 제 나름의 마케팅 노하우도 전해드렸고요.”

좋은 제품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안타까움에 조언을 했던 것이 오히려 반대로 제안이 왔다. 제조를 도울테니 사업권을 갖고 운영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오랜 기간 이어지는 고객들은 있었지만 사업으로서의 확장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김 대표의 조언에 마음이 기울었던 셈이다. 그는 처음엔 거절했다. 사업체 운영은 오래 해왔지만 소비재를 해본 경험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 뒤 두 차례 더 요청이 왔다. 몇 달간 고민하던 그에게 확신을 준 것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제품력에 점점 확신이 생겼어요. 제 느낌도 있었지만 주위에서 오는 평가 덕분이었지요. 지인들에게 제품을 권해 봤더니 하나같이 호응이 있더라고요. 이 정도 제품력이라면 내가 모르는 분야지만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 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4월. 당초 이름이던 ‘건간원’ 대신 새로운 브랜드가 필요했다. 간과 숙취해소에 좋다는 의미를 직관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이름을 고민했다. “많은 이름이 후보에 올랐는데 평소 친분 있던 스님이 어느날 불쑥 ‘간만세 어때?’ 이러시더라고요. 바로 결심을 굳혔죠.”

그는 제품을 환 형태로 만들고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도 개발했다. 간만세가 첫 출시된 것은 지난해 7월 20일이었다. 초기 판매처는 회사 홈페이지 쇼핑몰뿐이었다.

“바이어를 찾아다니며 맨땅에 헤딩을 시작했지요. 원래 기존 시장이 공고하던 상황에서 새로 나온 제품은 제대로 평가 받을 기회를 갖기가 정말 어렵거든요. 게다가 저희 같은 신생 회사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서 광고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니까요. 그래서 일단 우리 제품을 먹어보게만 해도 성공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이후는 자신이 있었거든요.”

제품을 홍보하고 샘플을 나눠주기 시작한 지 한 달도 안돼 반응이 왔다. 추석용 선물, 판촉물로 구입하겠다며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쇼핑몰과 백화점에도 입점할 수 있게 됐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얼마 전에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바이어가 찾아와 수출계약을 했다.

제품은 1회분에 6000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조만간 그는 실속형으로 만든 편의점용 제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은 3억원이었으며 올해 매출 목표는 50억원이다. 아직은 미미한 규모지만 김 대표는 자신감이 넘친다.


“지금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 규모는 1900억원 정도입니다. 대기업 등 빅3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요. 제 목표는 3년 내 ‘간만세’가 빅3에 들어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