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지난 10월 초 발표된 신인 걸그룹 트와이스의 데뷔곡 ‘우아하게’가 롱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곡씩 쏟아지는 치열한 음원시장에서 이 곡은 현재 3개월째 차트 상위권에 머물러 있네요.
현재 종합차트인 가온차트 주간 랭킹 30위 이내에 있는 곡 중 ‘우아하게’ 이전에 발표된 곡은 없습니다. 3개월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최장 인기곡입니다. 지난 10월부터 대형 가수들의 음원이 봇물처럼 공개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데도 이제 막 탄생한 걸그룹이 강단있게 버티고 있는거지요.
광고쪽으로 보면 더 놀랍습니다. 이들에겐  이동통신과 화장품, 게임 등 굵직한 브랜드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벌써 10건의 광고계약을 체결했습니다. JYP에서 5년전 발표했던 미쓰에이도 당시 전례없는 인기를 누렸습니다. ‘배드 걸 굿걸’은 아마 데뷔 곡 중 최단 시간에 1위에 오른 곡으로 기록됩니다. 그런데도 이정도 광고계약 성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아마 걸그룹이 아니라 가요계 전체에서 데뷔와 동시에 이런 성과를 낸 전례는 찾기 힘듭니다. 이들의 성장 요인이 뭘까요.

 

1. 화제성

 

 

 경향신문 자료사진/이석우기자 촬영

 

 

대형 기획사 JYP가 5년만에 내놓는 걸그룹. 이 사실은 그 자체로 화제가 됩니다. 중소형 기획사와 달리 대형 기획사의 신인그룹은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지요. 문화상품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유명 브랜드에서 신제품이 나오는 것에 대한 기대감과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트와이스는 한국과 일본, 대만출신 멤버들로 이뤄진 여성 9인조 그룹입니다. 중국인 멤버가 같이 활동한 적은 많았지만 걸그룹 중 일본인 멤버는 드문편이죠. <비정상회담>으로 유명해진 타쿠야가 활동하는 크로스진은 남자그룹이고요. 예전에 써클이라는 다국적 걸그룹이 있었습니다.  기억하는 분들 아마 거의 없으실듯한데 1998~1999년 이 때 활동했던 팀입니다. 나름 일본, 중국 등 다국적 걸그룹을 표방하고 나섰으나 시대를 너무 앞서갔기 때문인지 어떤지  당시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이건 1998년 10월13일자 경향신문에 실렸던 '서클' 기사입니다

 

 

 

대형 기획사의 후광에다 데뷔 전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것도 화제성을 높이는데 한 몫했습니다. <식스틴>을 통해 멤버들의 특징과 선발 과정이 다 공개됐고 문화상품 주 소비계층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2. 팬덤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팬덤 형성으로 이어집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YG엔터테인먼트의 위너와 아이콘이죠. 연습생에서 데뷔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경쟁과 온갖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을 일일이 방송으로 보여줬습니다. A팀, B팀으로 나눠 경쟁을 펼쳤고 여기서 떨어졌던 B팀은 1년 뒤에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다시 나가야했습니다. 이 때문에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가 팬덤으로부터 “잔인하다”며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지요. 알고 보면 데뷔 전부터 극한 훈련과 팬덤 다지기를 동시에 성공시킨 고도의 전략이랄 수 있을텐데요.
아무튼 트와이스 역시 서바이벌을 통해 팬덤을 만들었습니다. 걸그룹이 보이그룹에 비해 팬덤이 약한 편이라 보이그룹만큼 파괴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인 아닙니다. 그래도 3개월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 앨범 5만장을 팔았습니다. 이는 올해 걸그룹 전체 6위를 차지합니다. 이는 팬덤을 단단히 쌓아올렸다는 증거입니다.

 

 

3. 비주얼 멤버
 걸그룹에서 소위 ‘비주얼’을 담당하는 멤버는 팀 전체의 인지도 상승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 걸그룹의 주요한 팬층이 남성들이다보니 누가 보더라도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멤버에게 뜨거운 관심이 집중됩니다. 소녀시대의 윤아, 미쓰에이의 수지를 비롯해 올들어 대세로 떠오른 AOA의 설현을 꼽을 수 있다면 트와이스에는 대만국적을 가진 막내 멤버 쯔위가 있습니다.
 쯔위의 미모는 데뷔 쇼케이스에서부터 달랐습니다. 살짝 과장을 보태 취재진들이 앉은 객석이 술렁였다고 할까.  쯔위는 설현의 ‘대항마’로 불릴만큼 스타성을 발휘하면서 단독 광고모델로도 나섰습니다. 주요 온라인 연예 게시판에는 그의 대한 글이 넘쳐나고 사진 등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사례도 많지요.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4. 박진영
 앞서 언급한 것들을 갖춘 트와이스에는 ‘박진영’ 색깔이 없습니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 ‘우아하게’는 힙합과 알앤비, 록 등을 섞은 ‘컬러팝’ 장르의 곡으로, 작곡팀 블랙아이드필승이 만들었습니다. JYP 소속 가수들의 음악에서 나타나는 박진영 특유의 흑인음악 분위기나 정서 대신 발랄한 하이틴 팝을 연상시키지요. 미쓰에이, 갓세븐 등 지금까지 데뷔그룹의 타이틀곡에 일일이 관여해 자신의 색을 입혔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JYP는 “박진영의 색채를 최대한 빼는 대신 트와이스 본연의 색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곡을 선택했다”고 말했는데요. 웬만한 가요팬이라면 예상가능한 박진영 스타일의 음악이 아니었다는 점이 롱런의 요인이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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