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가나자와에 온 둘째날은 다시 이곳에서 여행을 떠나는 일정이다. 이시가와현의 가나자와에서 1시간 20분 떨어진 기후현의 시라카와고.

 

가나자와 여행을 준비하다 근처 여행지로 언급된 이곳을 발견하게 됐다. 사진을 보니 눈오는 겨울에 가면 넘나 아름다울 곳이라는 확신이 왔고, 그래서 서울에서 미리 버스표를 인터넷으로 예매했다.

 

사진 실력이 별로라 그런데 인터넷에 멋진 사진들이 정말 많이 나와 있다.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이곳은 눈 때문에 가파른 지붕을 가진 독특한 집을 지었고 그런 형태의 전통 가옥이 모여 있는 곳이다. 마치 알프스의 한 산속마을을 보는 듯 동화속 배경에 들어온 듯 예쁘고 앙증맞은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워낙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고 험한 산지에 둘러 싸여 있던 곳이라 자연스럽게 외부와 소통이 힘들고 차단되어 있던 마을. 그때문에 오랫동안 고유의 양식과 전통을 유지하며 살아왔다.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민박집, 기념품집, 식당들이 마을 초입에 많이 생겼으나 그래도 대다수 가구는 전통적인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북촌 한옥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아마 비슷한 심정일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랬다. 그런데 이 지역은 일본 관광객도 많지만 태국 안내간판이 따로 있는 것을 보니(한국어는 없음) 태국 관광객들이 제법 찾는 곳인 것 같다.

 

우선 이곳을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한다. 가나자와, 도야마에서도 많이 가고 나고야를 여행하는 사람들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무턱대고 갔다가 나오는 버스를 못 탈 수 있으므로 이곳에서 잘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왕복표를 미리 예매해야 한다.  그런데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이나 휴일은 일찌감치 마감이 되기 때문에 미리 살펴보고 예약하는 것이 좋다.

 

나는 가나자와에서 출발해 시라카와고를 왕복하는 버스를 예매했다.

버스티켓은 이 사이트에서 예매하면 된다.

 https://japanbusonline.com/en

이곳에 들어가면

 

여기에 출발하는 곳과 도착하는 곳의 이름을 영어로 넣고 날짜를 입력해서 찾으면 된다. 반대로 시라카와고에서 가나자와로 돌아오는 것 역시 출발지와 도착지에 각각 이름을 넣고 시간을 입력해 구입해야 한다. 해보니 자동왕복 표를 구입할 수 있는게 아니라 가는 편, 오는 편을 각기 끊도록 되어 있어 미리 양 방향에 표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사는 것이 좋다. 결제를 마치고 나면 입력한 이메일로 바로 영수증을 겸한 티켓이 온다.

 

 

2사람 편도 요금이 3700엔이다. 티켓 아래쪽에 보면 좌석 번호도 나와 있다. 이 종이를 프린트해서 버스를 탈 때 기사에게 보여주면 된다. 시라카와고 가는 버스를 타는 곳은 가나자와 역 동쪽출구 2번 승강장이다. 가나자와역에서 시라카와고까지는 버스로 1시간 20분 정도. 목적지가 가까워질 때면 어느 순간부터 주변은 눈천지다.    

 

 

보이는 것은 버스 정류장. 이곳에 내리면 된다. 나고야에서 오는 버스도, 다카야마에서 오는 버스도 다 이 정류장에 내린다. 정류장 안에는 코인라커가 있는데 대부분 금방 차기 때문에 따로 돈을 내고 맡길 수도 있다.  이 정류장에서 나와 왼쪽편으로 난 길을 가면 바로 시라카와고 마을로 죽 이어진다. 마을로 본격 진입하기 전에 외곽의 전망대에서 전체 마을을 조망하고 가는 것이 좋다. 산기슭을 따라 15~20분 정도 걸어올라가도 되는데 난 신발이 미끄러워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20분 간격으로 마을 입구에서 전망대를 오가는 버스가 운행한다. 편도에 200엔.

 

이렇게 생긴 버스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가면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

앞의 사진과 비슷하다. 더 잘 찍은 사진들이 인터넷에 보면 나와 있으나 난 그냥 이것으로 만족할련다.

암튼 정류장 내의 안내소에서 지도 한장을 들고 나와 천천히 마을을 걸어보면 된다. 난 이곳에 10시 40분에 도착해서 3시 20분쯤 돌아오는 버스를 탔으니 4시간 반정도 머물렀다. 천천히 산책하고 밥 먹고 차 마시고 했는데도 시간이 꽤 널널했다. 원래는 마을 안쪽에 있는 박물관을 구경할 계획이었으나 이날 문이 닫혀 있었다. 마을 초입에 공중 목욕탕이 있으니 시간이 있다면 이곳에서 목욕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실제로 마을 곳곳에는 출사나온 사람들을 꽤 볼 수 있었고 잡지에서 화보를 찍는 듯한 모습도 목격됐다. 이곳에서 만난 한국 사람은 3명 정도 됐던 것 같다.  

 

 

이곳에는 눈이 많이 오는데 길은 비교적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도로변에 파이프를 놓고 물을 흘려 길에 눈이 쌓이지 않고 녹아내리게 하고 있었다.

 

아, 그리고 저렇게 경사가 가파른 지붕을 갓쇼즈쿠리라고 한다. 이 말은 합장이라는 뜻이라는데, 마치 합장을 하며 손을 모은 것처럼 지붕도 그렇게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이곳에선 어딜 가겠다고 목적지를 둘 필요는 없다. 어차피 큰 길로 다 연결되기 때문에 발길 닿는대로 다니다가 예쁜 가게가 있으면 들어가 보고 고즈넉한 찻집이 보이면 들어가보는 것이 좋다. 그런데 길 안쪽에 있는 몇군데 찻집 문을 두드렸더니 호호 할아버지 혹은 호호 할머니가 나와서  '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다. 말씀을 알아들은 것은 아니고 느낌상 그런 느낌이었다. 영업점이라기보다 가정집 다다미에 조그만 찻상을 차려놓은 식이었고 한쪽엔 전통 화로같은 것도 보였다. 나중엔 그런 민박 집에서 묵어도 좋을 것 같다.

 

이곳에선 선택의 폭이 좁아 맛집이라고 할 것까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서너군데의 식당과 찻집을 다니며 조금씩 맛보았는데 대체로 값도 맛도 무난했다. 

 

마을 구경을 마친뒤 다시 정류장으로. 안으로 들어오면 좁은 대합실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다. 벽 위쪽엔 나름 승강장 표시가 되어 있다. 시라카와고를 출발해 내가 돌아갈 곳은 가나자와. 저기 1번 승강장 맨 앞에 써 있는 글자가 가나자와다. 가나자와나 도야마 방면으로 가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시간 맞춰 타면 된다.

다시 가나자와로 돌아오니 시간은 5시가 조금 안됐다. 저녁을 먹기 전 잠시 쇼핑을 하러 버스를 타고 돈키호테에 갔다왔다.

저녁을 먹은 곳은 호텔 건너편 세세라기도리 지역. 이곳에서 세렌디피티를 찾아 나섰다. 내가 묵었던 호텔인 트러스티 길 건너편, 즉 도큐호텔을 따라 20~30미터만 더 아래로 내려가면 나오는 지역이 세세라기도리다. 작은 운하라고 해야할지, 실개천이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굉장히 운치있는 수로변에 멋진 숍과 카페, 레스토랑이 모여 있다.

밤에 보면 이런 모습이다.

 

낮은 이렇다.

 

아무튼 이곳을 거닐다 들어간 곳은 돼지 울음소리에 이끌렸던 이곳이다.

이름하야... 오잉크오잉크. 스페인식 돼지고기 요리를 하는 곳 같아서 들어갔다. 메뉴판에 다행히 사진이 잘 나와 있었고 인기 메뉴라는 표기도 되어 있어서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시켰다.

 

이거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다. 육즙을 살리고 쫄깃한 식감을 유지하면서 구워낸 돼지고기가 아주 좋았다. 이거 외에도 하몽과 파스타를 더 시켰는데 이 돼지 스테이크는 지금도 생각나는 맛이다.

원래는 이두헌쌤이 알려준 데판야키 집을 가려고 했으나 연로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운영하셔서인지 이제 그 집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늦은 시간이라 하는 수 없이 세렌디피티를 기대하고 들어갔던 곳인데 만족스러웠다. 이곳에 갔다고 말씀드렸더니 세상에나... 이두헌쌤은 이 집이 개업하던 날부터 갔었던, 단골이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