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지난 크리스마스 직전 휴가로 가나자와에 다녀왔다. 급하게 계획해서 뚝딱 다녀올 수 있었던 것은 여행지 가나자와에 대한 호기심 덕분이었고 다녀온 결과 상당히 매력적인 여행지라 추천하고 싶다.

 

가나자와는 다른 일본의 도시에 비해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은 아니다. 이곳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섯손가락 보컬이자 싱어송라이터이신 이두헌 쌤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몇년전 처음 뵈었을 때부터 가나자와 이야기를 종종 해주셨다. 틈나면 주로 가나자와에 다녀오신다며, 1년에 적어도 서너번씩, 그것도 수년간을 다녀와도 질리지 않는 매력적인 곳이라고 하시길래 많이 궁금했었다. 아무튼 가나자와의 맛집이며 좋은 곳을 속속들이 알고 계셔서 하나하나 추천해주시고 알려주신 덕분에 이번 여행기간 내내 만족스러운 미식 투어가 가능했다. 값도 한국에 비해 비싸지 않았다. 게다가 하나같이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라 로컬처럼 여행할 수 있었다.  맛집은 물론이고 도시 곳곳에 전통적인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아 유유자적 걷는 여행을 하기도 좋았다. 그렇다고 깡촌이냐면 그것도 아니다. 도심에는 대형 백화점과 명품매장, 또 도큐핸즈나 돈키호테도 다 있고 300년 가까이 된 시장까지 있다. 

일본의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겐로쿠엔

 

가나자와는 에도시대에 크게 번성했던 도시라고 한다. 리틀 교토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는데 지난 400년 동안 외침도 없었고 자연재해도 겪지 않았던 곳이라 역사와 전통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도시다. 여행을 다니며 하이쿠를 썼던 바쇼가 특히 사랑했던 도시라고도 한다. 실제로 이곳에는 바쇼의 시비나 작품을 썼던 공간 등 곳곳에 바쇼의 흔적이 많다. 내가 갔던 곳에도 바쇼의 시비가 있었고 가나자와 근처에 있는 가가온천 일대도 바쇼가 사랑했던 온천지역이다. 

 

혼슈의 남서쪽에 있는 가나자와는 바다에 면하고 있는데다 땅이 비옥하고 주위가 산으로 둘려 있어 예로부터 먹거리가 풍부했고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전라도 음식에 대한 우리의 기대감과 비슷한 그런 기대감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가나자와는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내 여행지라고도 한다. 실제로 이곳의 관광객은 90%가 일본인들이라고 했다. 간혹 중국 관광객들이 몰리는 때도 있다고 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드물게 봤고 한국인은 공항에서 말고는 단 한명도 만나지 못했다. 온천에서도, 시장에서도, 식당에서도 거의 일본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영어가 잘통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식당에서는 사진이나 그림이 없는 경우 주문하느라 진땀을 빼지만 그냥 몇마디 단어로, 이신전심 느끼며 눈치로 소통해도 재미있고 만족스러운 일정들이었다. 

 

여행기간은 4박5일이었다.  

 

첫째날.

직항편은 대한항공 인천-고마쓰, 아시아나 인천-도야마를 이용하면 된다. 나는 대한항공 인천-고마쓰를 이용했다. 아침 9시5분 출발. 비행시간은 1시간 반정도 걸린다.

내리면 작은 공항이다. 국제공항이라지만 국제선은 한국과 대만, 중국 정도가 오가는 것 같았고 대부분은 국내선이다. 아무튼 국제선이고 유일하게 한국 비행기 대한항공이 다니는 곳이기 때문에 공항에는 한글로 된 안내판도 있다.

공항에서 가나자와 시내로 가는 방법은 버스를 타는 것이다. 공항에서 짐을 찾고 밖으로 나와 (공항청사를 등 진 상태에서) 맨 왼쪽으로 가면 1번 승강장이 나오는데 그곳이 가나자와행 버스를 타는 곳이다. 버스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니고 한시간에 한 두대 정도 있다. 사람들이 다같이 나와 주섬주섬 줄을 서는 쪽으로 따라가면 된다.

1번 승강장. 파란바탕에 흰 글자로 맨 위에 가나자와 행이라고 써 있다.

 

이 버스 타는 승강장 근처에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승차권을 사면 된다. 성인 1인당 1130엔.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가면 가나자와 시내에 도착한다. 가나자와는 크지 않은 도시다. 가나자와 역 앞에 번화가가 있고 고린보(香林坊)라는 도심지역의 번화가가 있다. 두 지역에 상업시설, 호텔들이 많은데 넉넉한 걸음으로 20분이면 충분하다. 걷기가 힘들면 하루 버스 패스를 사면 된다. 주요한 지점을 다니는 버스를 하루 동안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하루 패스 값은 500엔이다. 그냥 한번 타면 200엔이므로 3번 이상 탈 거면 패스 사는게 낫다. 시내 교통편에 대해선 따로 포스팅. 

 

시내의 관광코스는 대략 이렇다. 가나자와 역에서 웬만한 버스들이 시내 전체를 돈다. 오미초 시장, 히가시차야 지역, 고린보 사무라이 주택지, 가나자와성, 겐로쿠엔, 21세기미술관, 현립미술관 등이다.

 이지도에 표시된 곳이 주요 관광 포스트다. 왼쪽 위 가나자와 역에서 오미초 시장이라고 표시된 곳까지 걸어서 넉넉잡고 10분 정도 걸린다. 우린 고린보에 있는 호텔 트러스티에 묵었기 때문에 가나자와 역에서 버스로 고린보에 내려 짐을 호텔에 맡기고 오미초 시장까지 슬슬 걸어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원래 가나자와에는 오또메라는 유명한 스시집이 있는데, 이두헌 쌤 말로는 일본 몇대 스시집이라고 하는데 이곳은 수개월전부터 예약이 꽉 차있는 곳이라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았다. 대신 비싸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집이라고 해서 추천해 주신 곳이 시장 안에 있는 회전초밥집이다. 시장 정문, 그러니까 버스 정류장이 있는 메인 입구를 찾으면 된다. 

 

이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오른쪽에 정육점이 나오고 그 다음집이 회전초밥집이다. 카이텐 스시.

인근 직장인들과 주민들로 보이는 이들로 북적거렸다. 우리도 가서 2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내부에서 음식 사진을 찍기가 뭣해서 그냥 분위기만 살짝.

벽에 걸린 메뉴판이며 맛있어 보이는 다른 메뉴를 자유롭게 주문하기 힘들다는 것이 ㅠㅠ. 하지만 레일위를 도는 것을 잽싸게 건졌고 옆 사람이 먹고 있는 것 중 맛있어 보이는 것을 나도 달라는 식으로 주문했다. 저기 화이트 보드에 써 있는 메뉴를 보며 뭘 달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일본어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문제 없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보이는데로 저거 달라고, 맛나 보이는 걸 집어 왔는데 꽤 괜찮았다. 겨울철 오미초 시장은 붉은 빛의 대게가 제철이라 곳곳에 쌓여 있다. 들큰한 생게 다리살을 얹은 초밥은 특히 맛있었다. 나중엔 대게가 레일위를 돌지 않고 주변에 그걸 먹는 사람도 보이지 않아 먹고난 대게 다리 껍질을 들어 가리키며 하나 더를 부탁하기도 했다...둘이서 배불리 먹었는데 2500엔 정도 나왔으니 꽤 괜찮은 가격이다. 오도로 가격도 한국만큼은 비싸지 않았던것 같다. 

 

호텔에서 쉬고 난 뒤 간 곳은 겐로쿠엔.

일본의 대표적인 정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에도 시대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는 정원이라고 한다. 번제도가 폐지된 후 1874년 일반에 공개됐고 1922년 명승으로 지정됐으며 1950년 문화재 보호법에 의해 다시 명승으로 지정받았다고 한다. 1985년에는 특별 명승으로 승격됐다고 하는데 일본의 문화재 체계를 잘 모르긴 하나 꽤 중요하긴 한 것 같다.

겨울철(10월중순~2월)에는 오후 5시면 문을 닫으니까 서둘러야 한다. 곳곳이 사진찍을 포인트고 산책하기도 좋다. 일본의 정원은 첫 눈에 악 소리가 날 정도로 반할만큼 예쁘다. 그런데 자꾸 보다보면 지나친 인공미에 좀 질리는 감도 있다. 입장료는 어른이 310엔, 어린이가 100엔. 

겐로쿠엔 안에는 바쇼의 하이쿠비, 예쁜 연못과 정자, 분수, 인공 섬, 다리, 메이지 기념 동상 등이 있다. 다실은 마침 수리 중이라 들어가보지 못했다.

빠른 걸음으로는 30분만에도 휘리릭 둘러보겠지만 천천히 산책하면 2시간 정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겐로쿠엔 참고 자료가 필요하다면 홈페이지 // www.pref.ishikawa.jp/siro-niwa/kenrokuen

위의 사진을 보면 나무에 트리를 꾸미듯 뭔가 꾸며놓은 것이 있는데 이걸 '유키즈리'라고 한다. 이 지역의 눈은 수분이 많아 무게가 많이 나가고 그 때문에 오랜 수령의 나무가 다칠 수 있어 이를 보호하기 위해 지탱해 놓은 장치다. 기능적인 장치인데 미관상으로도 꽤 괜찮다. 11월부터 유키즈리를 설치한다고 한다. 가로수에도 유키즈리를 설치하기 때문에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가나자와 여행 2

가나자와 여행 3

가나자와 여행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