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가나자와 여행 4일째인 이날엔 원래 노토 반도의 와쿠라 온천에 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동행한 딸래미가 컨디션이 안좋다며, 그냥 가나자와에 있자고 해서 여유롭게 하루를 보냈다. 굳이 설명하자면 하루 종일 먹방을 찍어댔다.

첫날 오미초 시장에서 초밥만 먹고 나왔던터라 시장을 우선 찬찬히 구경해 보기로 했다.

늦은 아침을 먹으러 간 곳은 시장 근처의 오래된 맛집. 이두헌 쌤이 소개해 주신 곳인데 할아버지 할머니 내외분이 하시는 곳이다. 새벽부터 문을 여는 곳이라 아침을 먹기 좋다. 이름은 다케노야. 생선구이 백반, 생강돼지고기 구이 백반 등이 있다. 일본식 가정식을 파는 레스토랑 야마야 스타일 메뉴라고 생각하면 된다. 조금 더 서민적 버전.

 

단촐한 메뉴인데 정갈하고 맛깔난 것이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싹 비우게 만든다. 700엔

위치는 오미초 시장 메인 출입구에서 죽 들어와 첫번째 사거리를 만났을 때 우회전 해서 죽 가면 된다. 시장 밖으로 빠져 나와 한 2, 3분 정도 걸어가다 보면 왼쪽편에 나온다.

 

가나자와의 부엌이라는 오미초 시장은 해산물이 많다. 싱싱한 대게와 굴이 제철이었고 시장 곳곳엔 굴이나 해산물, 생선 따위를 즉석에서 구워주는 곳도 많았다. 한 꼬치에 300~500엔 정도 주면 먹을 수 있다.  또 오뎅이며 고기 꼬치, 과일, 전통과자류 등 먹거리가 많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넉넉히 배를 채울 수 있다. 물론 푸드코트와 식당도 즐비하다.

이것저것 조금씩 맛보다가 딱 발견한 순간 뜨끈한 오뎅국물이 땡겼다.

점심을 먹은 곳은 다케노야와 오미초 시장의 중간 부분에 있는  다이쿠니 스시

이집도, 그리고 있다 저녁 먹은 집도 다 이두헌쌤이 추천해 주셨다. 다이쿠니 스시.. 식당에서 나와 죽 따라가면 연두색 차양이 보이는 부분이 바로 오미초 시장이다. 그러니까 아까 다케노야에 가기 위해 나왔던 그 통로다. 

언뜻 봐도 고수의 아우라를 풍기는 주인장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초밥을 쥐고 할머니가 서빙을 하시는데 영어가 단 한마디도 통하지 않았던 곳. 2000엔, 3000엔 두 종류의 식사가 있다. 무슨 생선이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당췌 알아들을 수 없어서 그저 즐겁게, 맛나게 먹었다. 우리 옆에도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다들 30~4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들이었다.  내가 할머니 말을 잘 못 알아들으니까 그들이 돕는답시고  설명을 하는데 열심히 일본어로만...ㅠㅠ  결국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아리가또, 다이조부, 와카리마시따만 반복.

부른 배를 꺼뜨리기 위해 가나자와성 산책에 나섰다.

성 입구. 들어가면 꽤 넓어서 한참을 걸어다녀야 한다.

 

가나자와성과 겐로쿠엔은 바로 연결되어 있다. 걷는 것을 좋아한다면 둘을 같이 묶어 다녀도 좋겠지만 함께 한 딸래미가 걷는 것을 너무 싫어하여 할 수 없이 겐로쿠엔과 가나자와성을 다른 날로 뗐다.

아무튼 오늘은 먹방을 하는 날이므로 이곳을 산책한 뒤 향한 곳은 세계적인 천재 파티쉐로 유명한 츠지구치 히로노부의 디저트 카페 '르 뮤제 드 아슈'(LE MUSEE DE H)!!!. 현립미술관 1층에 자리잡고 있는 이 카페는 일본 전역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디저트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도쿄 지유가오카에 있는 몽생클레르, 그리고 그곳의 유명한 케이크 세라비를 알텐데 바로 그 몽생클레르도 츠지구치 히로노부의 숍이다. 이시가와현에는 이곳 가나자와 말고도 노토반도 나나오시 와쿠라온천 근처에 르 뮤제 드 아슈가 있다. 특히 와쿠라온천 근처에 있는 숍은 카페와 뮤지엄이 결합된 형태인데다 설탕으로 만든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오감을 자극하는 명소로 꼽힌다. 그런 시골 동네에 수준높은 뮤지엄 카페가 들어선 이유는 바로 츠지구치 히로노부가 이시가와 현, 그중에서도 나나오시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와쿠라 온천과 겸해 이곳을 보고 싶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다음으로 패스... 아무튼 그의 고향 사랑이 각별하긴 하다.  가나자와에는 현립미술관점 외에 2군데의 지점이 더 있다.  

 

1층에 도착하면 밖에 사람들이 앉아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입구 웨이팅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30분 정도 기다렸다.  

기다리기 지루해 카페 오른쪽 옆에 밖으로 통하는 문이 있다. 그러면 미술관 숲길로 연결되는 산책 데크가 이어지는데 이곳에서 카페 안쪽이 통유리를 통해 보인다. 카페 안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고 해서 밖에서 찍어봤다.

 

모두 4종류의 케이크를 시켰다. 왼쪽 위의 육각형 모양이 이곳의, 또 몽생클레르의 시그니처 메뉴인 세라비다. 그 옆에 흰색 케이크 위에 딸기가 얹혀 있는 것은 세잔 갸토. 레이어드된 스펀지 케이크로 무난한 맛이다.

아래쪽 오른편 마카롱이 올려진 동그란 케이크는 색깔에서 알 수 있듯 마차케이크다. 즉 녹차케이크. 진한 단맛과 녹차의 맛이 어우러진다. 그 옆의 노란색 케이크는 에쿠루. 안에 견과류가 들어가 있어 새콤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저녁을 먹은 곳은 고린보에서 버스로 한정거장 거리에 있는 가타마치다. 이곳에서 찾아간 곳은 런던야.  역시 고수의 풍모가 느껴지는 주인장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1969년에 생긴이래 지역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인듯했다. 분명히 바(bar)인데 가족단위로 요리를 먹으러 온 듯한 손님들이 꽤 있었다. 난 이 집의 명물요리라는 로스트 컨트리 치킨(1800엔)과 기네스를 시켰다. 이것 외에도 컨트리 프라이드 치킨, 프로방스 스타일 조개요리, 문어 마리네이드, 갈릭토스트 등이 특히 인기 메뉴라고 한다. 값도 1000엔 안팎.

 

기네스의 신선하고 깊은 맛은 지금도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이 닭요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음.... 무심한 듯 쉬크한 맛의 결정체라고나 할까. 올리브유와 후추, 소금만으로 간을 해 오븐에 구웠다는데 어쩜 이렇게 풍성하고 깊은 맛이 나는지 그저 놀라울뿐...

내일 아침이면 한국으로 떠나는, 가나자와의 마지막 밤은 거룩하고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