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올들어 지속적으로 퇴진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인사가 KT 이석채 회장입니다. 정부 지분 한푼도 없는 순수 민간 회사인 KT회장을 두고 왜 퇴진하니 마니, 청와대 입김이 작용했니 마니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걸까요.

올들어 퇴진설은 2차례나 나왔습니다. 또 KT가 기자간담회를 할 때마다 빠지지않고 나오는 질문이 퇴진 관련 건입니다. 이회장은 올 상반기 가졌던 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이야기가 나오자 불쾌함을 감추지 않기도 했습니다.

 

청와대에서 물러나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그런 일 없다고 부인하는 발표가 나오는 등 이를 두고 신경전과 공방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진상이야 어찌됐든 간에

 KT회장을 두고 퇴진설이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이유는 KT라는 기업의 구조는 민간기업이지만 실상을 봤을 땐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합니다. 최대 주주도 공공기관인 국민연금입니다. KT회장 자리는 연봉이 30억원에 이릅니다. 정권에 기여한 '공신'들이 가장 선호하는 낙하산 부임지라고 불리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이회장은 2009년 MB정부 시절 임명돼 초기 통신업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았고 연임돼 2015년까지 임기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회장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이폰을 국내에 처음 들여왔다는 점입니다.  당시 이회장은 방통위와 삼성전자 등 정부, 단말기 업체들의 강한 반대를 무릎쓰고 이 일을 해냈지요. 그 당시 해외에선 아이폰에 열광하고 있었지만 국내에선 단말기업체와 이통사의 저지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폰이 도입되면서 국내 시장은 지각변동을 일으켰고 스마트폰 열풍이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그때 스마트폰이 들어오는걸 절대 막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주변 '꼰대'들이 종종 합니다. 애들이 스마트폰을 만나면서 맛이 가기 시작했다며, 스마트폰은 대포폰이라며... 저도 폰질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를 보며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는....

 

어쨌든 스마트폰이 들어오면서 부차적인 산업들도 함께 커졌지요.  카톡이니 라인이니 이런 것들도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없었을 서비스겠죠.

결국 지금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아마 국내 스마트폰 열풍 덕이었을 겁니다. 당시 외신에서도 이 회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이같은 경영 성과에 힘입어 이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올들어 경영실패, 정치권 낙하산 인사 영입 등이 불거지며 이회장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퇴진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뭔가 좀 묘하지 않습니까. 민간기업 최고경영자를 두고 정권이 바뀌었다고 퇴진 논란이 나오는 것은 좀 석연치 않습니다. 워낙 알짜 자리다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임기를 채우는 목소리를 보여준다면 좋겠지만 이후 이 회장의 행보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습니다.

MB정권의 청와대대변인이던 김은혜 커뮤니케이션 실장을 영입한데다 홍사덕, 김병호씨 등 '친박'인사를 고문으로 영입한 것을 보면 뭔가 정면돌파 보다는 자리보전을 위한 보험을 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친이, 친박 인사를 임원 등 고위직에 영입하다보니 자연히 사내외에서는 불만섞인 소리도 나옵니다. 조직분위기를 해치고 자리 보전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그것입니다.

얼마전에는 뉴라이트 전국연합 대변인 출신 인사를 KT경제경영연구소 상무로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경향신문 6월28일 보도

 

이석채 KT 회장이 여권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전방위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교체설이 불거지자 청와대에 ‘줄을 댈 수 있는’ 인맥을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KT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8일 “이 회장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김종인 전 경제수석을 KT 경영자문으로 영입했다”며 “새 정부가 출범하면 KT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되곤 했는데, 이를 막아줄 여권 실력자들을 확보하려는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KT에서 일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일은 무슨 일”이라고만 한 뒤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KT는 “프로젝트별 또는 계열사별로 비공개로 경영자문을 두는 경우가 있어 김 전 수석이 영입됐는지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김 전 수석뿐 아니라 그의 조카도 KT 대외협력실에서 차장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홍사덕·김병호 전 새누리당 의원도 경영자문으로 영입했다. 이들 또한 박 대통령과 가까운 ‘친박’ 정치인들로 분류된다. 영입된 경영자문들은 매일 출퇴근을 하지는 않고 이 회장과 가끔 만나 각종 조언을 해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변철환 민생경제연구소 상임위원도 최근 KT 상무로 데려왔다. 변 상무는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아들도 KT 법무팀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KT의 다른 부서로 지난해 입사했으나 올 초 법무팀으로 옮겼다. 최근 이 회장은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한 적이 있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자신의 진퇴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근 청와대와의 관계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달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수행단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그는 지난 27일부터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길에 동행하며 현지 경제인들을 만나고 있다. KT 관계자는 “경영자문 영입은 회사의 경영 방침에 대한 각종 조언을 얻기 위한 것”이라며 “황 장관 아들의 경우 법학 전공자여서 법무팀 근무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인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책임론도 퇴진설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아이폰 도입으로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후  롱텀에볼루션에 대한 선투자 실패 등 잇따른 판단 실수로 인해 KT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요.

 이 회장이 앞으로 내부조직을 아우르고 신뢰를 줄지, 그러면서 뚜렷한 성과를 제시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퇴진설의 진상과 정치권으로 번진 퇴진론을 둘러싼 공방이 어떤식으로 결론날 지 궁금합니다.

 

 

 

지난 6월 광화문 사옥에서 프리젠테이션 하는 이석채 회장/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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