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계토크

크라운베이커리 이제 사라집니다

by 신사임당 2013. 9. 5.

한때 베이커리 브랜드의 최강자였던 크라운 베이커리가 사라지게 됐습니다. 크라운베이커리가 25년만에 베이커리사업을 접는다고 발표했다는 소식이 4일 늦은 오후 전해졌습니다. 

크라운베이커리의 화이트 초코렛이 올려진 케이크 정말 맛있었는데. 사람도 그렇지만 기업이나 브랜드의 흥망도 참 모를 일 인 것 같습니다.

크라운베이커리는 경영여건이 악화됐고 브랜드 신뢰도가 떨어져 사업을 접는다고 합니다. 파리바게트, 뚜레쥬르 등 다른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의 경쟁에서 크게 밀린 것은 누구나 봐도 알만하지요.

 

크라운베이커리는 1988년 국내 처음으로 등장한 프랜차이즈 빵집입니다. 동네마다 있던 독일제과(그때 독일제과가 왜 그리 많았는지), 뉴욕제과, 불란서제과 등과 달리 뭔가 있어보이는 세련된 디자인과 맛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지요. 1990년대만해도 업계 최강자였습니다. 그런데 2000년 이후부터 급격히 사세가 기울었습니다. 한때 8000여개나 됐던 매장 수가 현재 70개로 줄었으니까요.

 

 

 

크라운베이커리의 모회사인 크라운제과는 70, 80년대 제과업계 강자였습니다. 크라운제과의 전신은 1948년 세워진 영일당제과입니다. 크라운제과를 업계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게 했던 제품은 산도입니다. 크라운산도 .... 4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알  제품이죠. 이 제품은 1956년 탄생했는데 국내 제과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제품으로 평가 받습니다. 그전까지 비스켓이라면 미군 군수물자로 들어온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도 아니라면 밀가루 반죽을 구워만든 조악한 수준이었죠. 그런데 산도는 과자사이에 크림을 넣고 모양을 새겨넣은, 획기적인 제품이었습니다.

어린시절에 그 비스켓을 돌려 떼어낸 뒤 사이에 있는 크림을 핥아 먹고 비스켓은 따로 먹은 적도 많았습니다. 만우절처럼 선생님 골려먹기로 작정한 날에는 산도 비스켓의 크림을 긁어 먹은 뒤 그 사이에 딸기향 치약을 넣어 교탁위에 올려놓는 '만행'도 유행했었습니다.

산도에 이어 크라운제과를 살린 제품은 죠리퐁이지요.

 

 

 

 

어쨌든 크라운베이커리는 4년만에 당시 베이커리 업계 1위이던 고려당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서며 베이커리 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베이커리 카페 형태가 보편화됐지만 90년대 초중반 커피를 파는 매장을 선보이기도 했으니까요.

 

90년대 중후반 들어 파리바게트 등이 가세하고 매장수가 급증하면서 베이커리 업계의 경쟁은 치열해졌습니다. 1997년엔 베이커리업계 1위 자리마저 후발업체인 파리바게뜨에 내주게 되죠. 그해 외환위기를 맞닥뜨리고 우리 경제 전체가 휘청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서 크라운베이커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모기업인 크라운제과가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차입금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화의신청을 내는 지경에 이릅니다. 과도한 사업확장에 무리한 설비투자, 원자재값 상승, 매출감소 등이 전반적으로 겹친 것입니다. 당시 고려당도 부도를 맞았습니다.

다행히 법원으로부터 화의개시 결정이 나면서 크라운은 회생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후 4년만에 화의에서 벗어나며 재도약을 꿈꿨습니다만 결국 이렇게....

 

혹시 예전, 한 십수년전쯤 방송했던 드라마 <국희>를 기억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김혜수, 정선경 주연의 이 드라마는 크라운 창업주인 윤태현 회장의 일대기를 그렸던 작품입니다. 김헤수가 타이틀롤 국희를 맡았는데 온갖 역경과 어려움을 딛고 비스킷 사이에 크림이 들어간 제품을 개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게 산도였다는 건데.. 어쨌든 그 드라마 때문에 크라운 제품이 잘 팔리며 신바람이 났었죠. 산도의 매출이 급증했고 드라마에 등장한 단팥빵, 소보루빵도 잘 팔렸습니다. 그당시 국희빵이라는 브랜드의 단팥빵이 나오기도 했지요.

당시 국희란 이름은 영어의 쿠키를 우리식으로 발음하면서 만든 이름이라고 알려졌습니다.

 

 

 

드라마 국희의 장면들... 김혜수씨가 주인공 국희를 맡아 연기했습니다

 

크라운베이커리가 파리바게뜨와 경쟁을 벌일 때 모델 경쟁도 화제였습니다. 화장품급의 대형, 톱 모델들을 쓰며 경쟁을 벌인 것으로 관심을 끌었습니다. 배우 명세빈이 크라운베이커리 모델로, 김희선이 파리 바게뜨 모델로 등장했는데 모델료로 1억, 2억원을 지급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지요. 이후  베이커리 역시 화장품이나 커피, 가전 못지 않은 여배우들이 선호하는 품목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