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계란 수난시대다. ‘살충제 계란’이 가차 없이 폐기되고 있다. 계란은 편리하고 맛있는, 온갖 요리에 유용하게 활용되는 식재료다. 정겨운 도시락 반찬부터 일품요리까지 척척 변신한다.

계란을 주재료로 만들 수 있는 근사한 요리로는 ‘에그 베네딕트(사진)’가 있다. 브런치 문화가 발달한 서구에서 에그 베네딕트는 브런치의 꽃으로도 불린다. 국내의 주요 브런치 레스토랑에서도 이 메뉴는 다른 메뉴에 비해 비싼 값에 팔린다.

요리 사전에 나오는 에그 베네딕트의 정의는 잉글리시 머핀을 구워 반으로 자른 뒤 그 위에 햄과 베이컨, 수란을 얹고 올랑데즈소스를 뿌려 먹는 샌드위치다. 올랑데즈소스는 계란 노른자와 액체상태의 버터를 유화시켜 만든 소스로, 레몬즙과 매운맛이 강한 카옌페퍼를 넣어 산뜻하고 깊은 맛을 더했다.

에그 베네딕트의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은 18세기의 베네딕트 13세 교황(1724~1730)에서 비롯된 것이다. 베네딕트 13세는 구운 빵에 수란을 얹고 레몬즙이 가미된 소스를 뿌린, 현재의 에그 베네딕트의 원형이라 할 만한 형태로 아침을 즐겨 먹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이 음식을 즐겼던 것은 만성적인 소화불량에 시달렸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베네딕트 13세가 즐겨 먹었던 형태의 요리는 상당히 밋밋하고 단조롭다. 지금처럼 좀 더 화려한 형태의 에그 베네딕트는 1800년대 후반 뉴욕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1894년 주식 중개인 르무엘 베네딕트가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하며 숙취를 풀기 위해 특별한 메뉴를 주문했고 이에 깊은 인상을 받은 호텔 측이 정식 메뉴로 개발해 내놨다는 것이다. 당시 베네딕트의 주문은 “버터를 바른 토스트, 바싹 구운 베이컨, 수란, 올랑데즈소스”였다. 호텔 측은 이후 토스트를 잉글리시 머핀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또 다른 유래는 1860년대 뉴욕에서 살던 르그랑 베네딕트 부인이 자주 찾던 레스토랑에서 입맛을 자극할 새로운 요리를 요청하다 셰프 찰스 랜호프와 함께 개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교부학자 마이클 P 폴리는 “에그 베네딕트는 현재 맛있지만 퇴폐적인 요리로 꼽힌다”면서 “평생 검소함을 추구했던 베네딕트 13세 교황의 삶과 에그 베네딕트의 이미지는 첨예하게 대비된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자신의 저서 <가톨릭 신자는 왜 금요일에 물고기를 먹는가>에 썼다.


가톨릭신문에 따르면 베네딕트 13세는 대주교 시절에도 평범한 수사처럼 살았을 만큼 검약이 몸에 배어 있던 인물이다. 교황청의 화려한 집무실을 사양하고 수도자들이 거주하는 곳에 살며 수도자로서의 생활방식을 지켰다. 또 성직자들의 기강을 다잡기 위해 추기경들의 가발 착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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