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흔히 중동의 척박한 땅을 떠올릴 때 연상되는 풍경이 있다. 하늘을 향해 높이 뻗은 줄기 끝에 폭죽처럼 잎이 펼쳐지는 나무, 그리고 그 아래 샘가에서 낙타가 목을 축이는 모습이다. 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나무는 대추야자(date 혹은 date palm)다. 대추야자 열매는 수천년 전부터 이 지역 사람들의 주식이었다.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랄 뿐만 아니라 한 나무에서 얻을 수 있는 수확량도 많았다. 무엇보다 맛이 좋았고 영양성분도 뛰어났다. 이 때문에 대추야자는 ‘생명의 양식’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에도 대추야자는 20차례 이상 언급돼 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작물인 셈이다.

 

나일델타 근처의 대추야자 나무

 

 

대추야자는 라마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무슬림들이 이프타르(Iftar·일몰 직후 금식을 마치고 먹는 첫번째 식사, 즉 저녁식사)로 먹는 것이 대추야자다. 이는 이슬람교 창시자인 예언자 무함마드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다. 무함마드의 가르침인 ‘순나’(Sunnah)에는 이같은 기록이 나온다. “예언자께서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다. ‘단식하는 사람에게 이프따르 음식으로 대추야자 열매 하나, 또는 물 한 모금 또는 우유 한 모금이라도 대접하는 자가 있다면 하나님은 그에게 이 달(라마단)의 초순에는 자비를, 중순에는 관용을, 그리고 말에는 지옥으로부터 그를 보호하는 은혜를 베풀 것이니라’.”

 

대추야자와 관련한 또 다른 풍습은 ‘타흐닉(Tahneek)’이다. 이는 신생아가 태어났을 때 대추야자를 씹어 그 즙을 아기의 입에 넣어 문지르는 의식으로 ‘순나’에 따른 것이다. 타흐닉을 함으로써 더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대추야자 열매

 

 

한국이슬람교 이주화 이맘(Imam·성직자)은 “하디스(Hadith·무함마드의 언행록)에 따르면 예언자께서 선교하던 그 당시에도 대추야자를 교우들과 나누어 먹으며 형제애를 나누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무슬림들에게 음주가 금지되지만 대추야자로 담근 술은 허용될까? 이에 대해 이주화 이맘은 “그래도 술은 술”이라며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UN 식량농업기구(FAO)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대추야자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이집트다. 국내에 대추야자가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갑부 만수르도 즐겨 먹는 간식이라는 내용이 나오고서다. 국내에서 재배되지 않으므로 시중에서 팔리는 것은 수입된 말린 대추야자다. 상당히 당도가 높다. 서울 이태원 이슬람성원 근처의 식료품점에서 쉽게 살 수 있다. 값은 500g에 5000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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