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커피 없는 세상. 좀체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커피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료다. 커피가 세계로 퍼져나가게 된 것은 17세기 초반 가톨릭교회, 좀 더 엄밀히 말해 당시 교황의 판단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역사에서 만약은 없다지만, 그래도 그때 교황이 다른 결정을 내렸더라면 아마 커피의 위상은 판이했을지 모른다.

 

커피의 원산지가 에티오피아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커피라는 이름도 에티오피아의 커피 산지 카파에서 유래됐다고 추정된다. 6세기경 에티오피아가 예멘을 침공한 것을 계기로 커피는 아랍지역으로 퍼졌다. 커피 이동의 중심지는 예멘의 항구도시 모카였다. 이후 16세기까지 커피는 이슬람문화권을 대표하는 음료였다. 커피가 유럽에 전해진 것은 16세기 후반, 오스만튀르크와 활발한 무역을 하던 베네치아공화국을 통해서였다.

 

 

당시만 해도 유럽과 이슬람권의 아침 모습은 사뭇 달랐다. 유럽 사람이 아침에 맥주를 마셨다면 이슬람권에선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 유럽에 들어온 커피는 지식인들과 예술가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었다.

 

사람들이 커피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맥주와 포도주의 소비량은 줄어들었다. 매출 감소가 이어지자 자연히 기존 시장 체제의 기득권자들의 불만은 높아갔고 이들은 가톨릭교회 지도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지옥을 연상시키는 악마의 음료” “신이 이교도들에게 포도주를 금한 대신 준 것이 커피이므로 커피를 마시면 사탄에게 영혼을 빼앗긴다” 등 유언비어가 나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급기야 추기경을 비롯해 가톨릭 성직자들은 당시 클레멘스 8세 교황에게 사탄의 음료 커피를 금지시킬 것을 청원했다. 하지만 판단을 내리기 전 교황은 커피를 시음하고 그 맛에 반하게 된다. 음식연구가 심란 세티는 <빵 와인 초콜릿>에 커피를 맛본 교황이 “왜 이 악마의 음료는 이교도만 마시라고 하기에는 안타까울 정도로 맛있을까. 우리가 그것에 세례를 주어 진정한 기독교도의 음료로 만들어 악마를 놀려주자”라고 외쳤다고 썼다. 교황의 지지를 얻은 커피는 이후 유럽 전역으로 급격히 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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