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스님들은 아침 공양으로 죽을 먹는 경우가 많다. 전남 장성 고불총림 백양사, 비구니 참선도량으로 잘 알려진 경북 울진 불영사 등 대표적인 천년 고찰들도 아침 죽을 전통으로 이어가고 있다. 불가에서 죽은 예로부터 수행자에게 좋은 음식으로 인식됐다. 출가자가 불법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계율을 기록한 율전 <사분율>에는 죽의 효능 5가지가 소개돼 있다. 시장기를 달래주고 갈증을 풀어주며 소화를 돕고 대소변을 원활하게 하며 풍을 없애준다는 것이다.

 

수행에 집중하는 여름·겨울철 안거 기간에 아침 공양으로 죽을 선택하는 사찰도 많다. 불교의 큰 기념일 중 하나인 성도재일(음력 12월8일)에도 철야정진을 하며 죽공양을 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다.

 

 

성도재일은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정진하던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은 날이다. 6년간 고행을 하며 피골이 상접했던 싯다르타에게 수자타는 우유로 유미죽을 끓여 공양했다. 이를 먹고 기운을 차린 싯다르타는 비로소 깨달음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이를 기념하며 열리는 성도재일 철야정진 법회에는 죽공양이 빠질 수 없다.

 

이름난 고승들이 좋아했던 메뉴로도 종종 죽이 꼽힌다. ‘절구통 수좌’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치열한 수행정진을 했던 조계종 초대 종정 효봉 스님에게 빠지지 않는 하루 한 끼는 연밥죽이었다. 화엄경을 번역하는 등 최고의 학승으로 평가받는 탄허 스님이 즐겼던 음식은 잣죽이었고 성철 스님도 다양한 죽을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랫동안 사찰음식을 연구해 온 일운 스님은 저서 <마음 밥상>에서 “부처님은 죽을 드시고 원기를 회복해 깨달음에 이르셨는데, 여기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서 “수행자들에게 먹는다는 것은 오감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닌, 수행과 지혜를 담는 몸을 지탱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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