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맥주는 고대 문명의 탄생과 함께 등장한 술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다양성과 맛에 기여한 것은 중세 유럽의 수도원들이다. 수도원들은 저마다 양조기술을 보유하고 맥주를 개발·발전시켰다.

 

수도원에서 맥주 양조법이 발달한 것은 사순절과 관련이 있다. 사순절 기간동안 수도사들은 금식을 해야했는데 이 시기를 잘 견딜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맥주다. 흐르는 것을 먹는 것은 규율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곡물로 만들어진 맥주는 풍부한 영양가 때문에 고대로부터 ‘액체 빵’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자급자족이 수행의 일부이기도 했던 수도원에서는 곡물을 재배하고 목축을 하며 맥주를 비롯해 각종 식량을 직접 만들었다. 특히 수도원의 구성원인 수도사들은 당시 가장 높은 수준의 교양을 지니고 있던 이들이라 종교 뿐 아니라 문화와 사회의 중심역할을 하며 맥주나 치즈 등 식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중세유럽에서 안전한 식수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다는 점도 맥주의 발달을 촉진시켰다.

 

출처 위키피디아

 

독일 출신의 문화사가 야콥 블루메는 저서 <맥주, 세상을 들이켜다>에서 “맥주를 즐기는 사람은 물만 마시는 사람에 비해 전염병에 대한 저항력이 훨씬 강했고 이른바 ‘페스트 맥주’도 이같은 이유에서 나오게 됐다”면서 “높은 알콜 함량에도 불구하고 맥주는 ‘독한 술’이라고 욕먹지 않고 좋은 양식으로 대접받았다”고 썼다. 수도원이 맥주의 중심 생산지가 되면서 맥주 판매는 교회권력이 세속으로 부터 거두어 들이는 중요한 수입원이 되기도 했다. 중세에 세워졌던 스위스 북부의 도시 장크트갈렌에 있는 수도원은 유럽에서 최초로 맥주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파울라너나 아우구스티너와 같은 유명한 맥주 브랜드는 대부분 수도원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는 수도원이 아닌 민간회사로 소유권이 넘겨져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에델슈토프’는 독일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제품 중 하나로 꼽힌다.


지금도 수도원에서 엄격한 방식으로 생산되면서 그 명성을 자랑하는 제품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은 트라피스트 맥주다. 트라피스트 공동체 소속 수도원들 중에서도 벨기에에 있는 봉쇄 수도원인 시메이(Chimay), 로슈포르(Rochefort), 오발(Orval), 베스트블레테렌(Westvieteren), 베스트말레(Westmalle)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맥주로 꼽힌다. 독일 남부의 에탈(Ettal), 안덱스(Andechs) 수도원도 세계 최고 수준의 맛을 자랑하는 맥주를 생산하는 곳으로 이름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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