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안거 기간이 끝나고 만난 한 신도가 그래요. 고생하셨는데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다고. 그래서 따라갔더니 산채정식 하는 곳이에요. 사실 우린 정식이 됐든 간편식이 됐든 매일 먹는 게 산채잖아요. 내심 먹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아쉬웠죠. 스님들이 최고로 생각하는 별미가 뭔 줄 아세요. 바로 국수예요.” 


얼마 전 만난 스님이 웃자며 해 준 이야기다. 그만큼 스님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국수란다. 오죽하면 승소(僧笑). 즉 스님들을 미소 짓게 하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탐식을 죄악시하는 승가에서도 국수는 과식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법정 스님이 생전 가장 좋아했던 음식도 국수였다. 스님과 오랫동안 교류했던 이들이 스님을 추억하며 떠올리는 것이 법정 스님표 간장국수다. 스님의 이야기를 쓴 여러권의 책에도 이 간장국수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정찬주가 쓴 <무소유>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이상하제. 스님들은 다 국수를 좋아한단 말이야. 누군가가 잘 지었어. 국수를 승소라고 했거든. 스님들을 웃게 한다는 것이지.” 


젊은 시절의 법정 스님이 시봉하던 효봉 스님이 제자를 위해 손수 칼국수를 끓여 함께 먹으면서 하는 이야기다. 


스님들이 이렇게 국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예로부터 사찰에서는 밥이나 산채 외에 식도락을 자극하는 먹거리가 없었다. 이 때문에 단조로운 식단에 변화를 주는 국수가 거의 유일한 별미라는 것이다. 



조계사는 경내에 국숫집 승소를 운영한다. 개운한 국물의 잔치국수와 매콤한 비빔국수가 맛있다고 소문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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