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구약성경 창세기 25장에는 이삭의 아들인 에서와 야곱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냥에서 돌아온 에서가 야곱이 끓인 팥죽을 보고 허기를 이기지 못해 자신의 장자 명분을 팥죽 한 그릇에 팔아넘긴다는 것이다. ‘야곱이 떡과 팥죽을 에서에게 주매 에서가 먹으며 마시고 일어나 갔으니 에서가 장자의 명분을 가볍게 여김이었더라.’(창세기 25장 34절) 

여기 나오는 팥죽은 한국 사람들이 먹는 팥죽이 아니다. 영어 성경을 보면 렌틸 스튜(Lentil Stew)라고 씌어 있다. 에서가 먹었던 팥죽은 요즘 식으로 하면 렌틸 스튜나 수프, 죽쯤 되는 셈이다. 렌틸(오른쪽 사진)은 최근 몇년 새 국내에서 건강 곡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콩이다. 가수 이효리씨의 다이어트 비법 렌틸콩이 알려지면서 더 유명세를 치렀다. 렌즈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렌즈콩이라고도 불린다. 고대 이집트 때부터 재배된 작물로 지금도 중동이나 북부아프리카 지역에서 많이 먹는다. 고대 이집트가 레반트 지역(고대의 가나안,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등지)에 렌틸을 수출했다는 기록도 있다. 




신약성경 마태복음에는 예수가 베푼 ‘오병이어’의 기적이 기술돼 있다.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000명을 먹인 사건이다. 여기서 언급된 물고기는 무엇일까. 성경에는 정확한 물고기 이름이 나와 있지 않지만 다수의 신학자들은 현지에서 많이 잡히는 정어리였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종교전문 작가 유재덕씨가 쓴 <맛있는 성경 이야기>에는 오병이어 사건에 나온 물고기가 정어리라고 적고 있다. “갈릴리 정어리는 그 지역 특산물인데 다른 생선에 비해서 크기가 작았다. 지금도 갈릴리 호수에서 해마다 1000t 이상씩 잡힐 만큼 흔하다.” 


이외에도 요한복음 21장에는 베드로가 예수가 지시한 곳에 그물을 던져 153마리의 물고기를 잡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 물고기는 틸라피아다. 정어리와 함께 이 지역에서 많이 잡히는 대표 생선이다. 역사 작가 앤서니 치폴로가 쓴 <바이블 쿠킹>(Cooking with the Bible)에는 성 베드로의 물고기(St. Peter’s Fish)라며 틸라피아를 언급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 많이 먹는 생선으로 번식력이 좋아 양식도 많이 한다. 갈릴리 호수 근처에 ‘베드로의 물고기’를 요리해 파는 음식점들도 있다. 국내에선 ‘역돔’으로 불리며 횟감으로 많이 먹는다. 

세례 요한이 광야에서 먹었다고 하는 메뚜기(마태복음 3장, 마가복음 1장)에 대해서는 곤충 메뚜기가 아닌, 생김새가 메뚜기를 닮은 쥐엄나무 열매라는 주장도 있다. 중동지역에서 흔한 이 열매가 ‘세례 요한의 빵’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는 점, 또 히브리어로 쥐엄나무와 메뚜기의 철자가 비슷해 이를 필사하는 과정에서 잘못 전달되었으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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