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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크

대중문화 속 스페인 찾기

by 신사임당 2011. 11. 4.
 얼마전 스페인에 다녀왔습니다. JYJ의 스페인 공연 때문이었습니다. 가는데 비행기 갈아타는 시간 포함해 21시간이 걸렸다는... 프랑스 바로 아래있는 이 나라가 그렇게 먼 줄 몰랐습니다.
 스페인은 비슷한 규모의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 교민이 2000명 밖에 없습니다. 대도시 바르셀로나에도 500명이 고작이지요. 이렇게 이국적이고 낯선 나라에도 K팝 팬이 몰려드는 것을 보면서 좀 놀랐습니다.
 스페인어는 영어, 중국어, 일어, 불어, 독일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덜 친숙한 편입니다. 음식문화를 포함한 문화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우리 대중문화에서 스페인어는 생각보다는 꽤 쓰이고 있습니다. 우선 베사메무쵸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멕시코의 어느 여가수가 불렀던 아픈 사랑 이야기인 이 노래는 전세계로 퍼져서 불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고 현인씨가 이 노래를 불렀었지요. 베사메무쵸는 kiss me a lot 이라는 뜻이랍니다. 같은 제목의 영화도 있었습니다. 전광렬 이미숙씨가 주연했던.
 대중가요 가사에도 스페인어가 꽤 쓰였습니다. 80년대 활약했던 볼리비아 출신 가수 임병수씨를 기억하시는지. 그분의 맑으면서도 독특하게 떨리는 음색은 지금도 생각납니다. 스페인어 가사가 중간 중간 들어갔던 ‘아이스크림 사랑’. 당시 선풍적인 인기였습니다. 영어도 어설프던 당시에 스페인어가 웬말입니까. 가요톱텐을 보고 들리는대로 내갈겨 친구들과 맞춰보며 불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길을 걸으면 밝은 햇살이 흘러내려와 나를 부르네 찌끼야 미야 스꼬모스... 어쩌구 저쩌구 하다가 이뚜 이요 엔 빠까렐라 플롯 이뚜 이요... ’이러면서 에어로빅도 했던 기억이... 당연히 뭔 말인지는 지금도 모르죠.

방송에 소개됐던 한 장면입니다. 임병수씨가 볼리비아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열었던 사진입니다.



 지금이야 가요에 영어나 각종 외국어가 쓰이지만, 이렇게 많은 외국어가 쓰였던 아마 최초의 가요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면 말구요. 10여년전 나왔던 베이비복스의 우연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거기도 노래에 바일라 바일라 꼬미꼬 라 바일라 바일라 보니따~ 뭐 이런 식의 알 수 없는 가사가 나왔는데 이 역시 스페인어랍니다.
 또 쿨의 운명이란 노래에서도 도입부에 우노 도스 뜨레스 콰뜨로 라고 소리치는 부분이 나옵니다. 이얼산쓰, 원투쓰리포처럼 숫자를 세는 말이라고 합니다.
 은지원의 미카사로도 마찬가지로 우노 도스 뜨레스 콰뜨로 하고 시작하면서 중간 부분에 치카 보니따 어쩌구 나오기도 하죠. 택연과 백지영이 불렀던 ‘내귀에 캔디’역시 사랑해 아이러뷰 어쩌고 하다가 워아이니 떼끼에로 라고 나옵니다. 각각 사랑한다는 뜻의 중국어와 스페인어죠. 케세라세라라는 노래 역시 유명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 제목으로도 쓰였던. 어떻게든 되겠지, 혹은 될대로 되라 뭐 이런 뜻?? 어떤 가요 관계자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분 왈 그러고보니 랩에서 스페인어가 꽤 많이 사용되는 것 같다는 답변을 하더군요. 왜 그런지 물어봤더니 미국에 라틴계가 많이 살아서 그런것 아니냐고.
 확실치는 않지만 그런듯도 합니다. 아마 이런게 아닐까 멋대로 추정해봅니다. 미국 흑인들을 중심으로 힙합이 태동했고 자메이카 흑인을 중심으로 레게음악이 나왔지요. 지리적으로 미국과 중남미는 가깝고 이동이 많아 문화적으로 섞이다 보니 아무래도 라틴의 독특한 음악을 바탕으로 힙합과 뒤섞인 라틴힙합, 레게와 힙합이 혼합된(맞는지 모르겠슴당) 트립합이 나오고, 이리저리 섞이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나오지 않았겠습니까. 언어는 영어 아니면 스페인어였을테고. 그러다보니 외부에서 보기에도 이런 음악에 스페인어의 음률이 꽤 어울리게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영어와 달리 잘 모르는, 더 멀게 느껴지는 스페인어지만  음률이 어울리게 느껴져 따라 쓰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스페인 구경 잠시 해보실까용.

사그라다 파밀리아 지금도 공사중인 곳이지요. 가우디의 도시임을 알 수 있는 바르셀로나 대표적 건축물

정교하고 웅장함이 어마어마합니다. 이쪽은 고난의 문

몬주익 성 입구입니다

몬주익 성으로 들어가는 다리 아래쪽에 꾸며진 정원

바르셀로나의 대표적 젊음의 거리인 람블라스 거리입니다.

주말이면 길 양쪽에는 각종 행위예술 하는 사람들이 재미있는 공연을 펼칩니다. 오른편에 쇼를 준비하고 있는 아저씨...

옛 건축물이 그대로 있는 고딕지구. 좁은 골목에는 각종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아기자기한 숍들이 줄을 지어 서있습니다.

고딕지구 중심에 있는 왕의 광장. 이곳에서 콜럼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와 이사벨 여왕을 알현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