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지난 3월 영풍문고가 서울문고(반디앤루니스)를 인수하면서 국내 대형서점 시장은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양강체제로 재편됐다. 서점업계 후발주자로 강남에서 성공을 거둔 서울문고가 2000년대 중반 ‘서점 1번가’로 불리던 종로에 진출하면서 대형서점 시장은 3파전을 형성해 왔다. 하지만 서울문고는 2016년 종로점을 폐점한 데 이어 2년 만에 영풍문고에 흡수·합병됐다. 영풍문고는 ‘반디앤루니스’라는 브랜드명, 그리고 매장도 기존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는 셈이다. 


이번 인수를 두고 출판가의 시선은 조금 복잡하다. 긍정적인 부분은 동종업계가 인수하면서 서점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서점들의 경영난은 부도로 이어졌고 그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패턴이 일반적이었다. 우려의 시선도 있다. 서점가 과점의 가속화다. 또 독서시장의 확대가 아닌 규모의 경쟁이 출판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다. 그동안 대형서점들은 어떻게 흥망해 왔나. 또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1983년 종로서적 광고


종로시대 


서점가의 상징적인 거리인 종로에 자리잡고 있는 대형서점은 모두 세 곳이다. 광화문 사거리의 교보문고, 종각역의 영풍문고와 종로서적이다. 교보문고와 영풍문고는 각기 1981년, 1992년 지금의 위치에서 문을 열었다. 현재 삼성타워 지하에서 영업 중인 종로서적은 과거 종로서적의 영광과 추억을 공유하는 이들이 같은 이름으로 2016년 문을 연 것이다. 


현존 국내 최대규모의 체인서점인 교보문고가 문을 열 당시 종로에는 20여개의 중소서점이 몰려 있어서 책거리라 불렸다. 그 중에서도 터줏대감은 종로서적(현재 다이소가 있는 위치로 지금의 종로서적과는 다름)이었다. 대형서점의 효시격인 종로서적은 1907년 ‘대한예수교서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1948년 종로서관, 1963년 종로서적센터로 이름을 바꿨다. 종로서적이 독주하던 종로 서점가에 도전장을 던진 것은 동화서적이었다. 1977년 3월 종로 2가에 문을 연 동화서적은 규모 면에서는 종로서적보다 작았으나 장서 수는 5만종으로 당시 최대 규모였다. 독서상담실을 운영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책을 안내하는 서비스를 실시했고, 회원제도를 도입해 서점가의 트렌드를 주도했다. 고가의 책을 복사해 주는 서비스도 큰 인기를 얻었다. 종로서적도 독자 서비스 확대 경쟁에 나서면서 도서안내 코너를 신설했고, 우편주문판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1981년 교보문고가 광화문 사거리 교보빌딩 지하에 들어선 것은 일종의 ‘사건’이었다. 당시 교보문고 자리에는 수익성 높은 상가가 들어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교보생명 창업자인 고 신용호 회장은 국내 최대 서점을 열었다. 2000평 면적에 60만권의 장서는 설립 당시 단일 규모로는 동양 최대 수준이었다. 


종로 서점가는 ‘공룡’ 교보문고가 들어오면서 작은 서점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는 등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1987년에는 종로 인근인 을지로입구 역에 200평 규모의 대형서점 을지서적이 문을 열었다.


영풍문고에서 책을 읽는 시민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강남시대 


강남지역의 서점 대형화는 종로에 있던 동화서적이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본격화됐다. 1985년 5월 동화서적은 종로에서 강남역 지하로 옮겼다. 지하철 역사와 바로 연결되는 곳에 자리잡은 200평 규모의 서점은 강남 일대 문화공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책을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시화전이나 각종 강연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었고 자연히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강남역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이 일대에는 본격적으로 대형서점이 생겨났다. 동화서적을 시작으로 1987년에는 고속터미널 지하에 250평 규모의 한가람문고가 문을 열었다. 이듬해인 1988년에는 삼성동 무역센터 지하에 300평 규모의 서울문고가, 잠실 롯데월드 쇼핑몰에는 350평 규모의 세종문고, 강동구 천호동에는 150평 규모의 교민문고가 나란히 개점했다. 


1990년에는 강남구 신사동 사거리에 지상 6층 건물 전체를 매장으로 꾸민 월드북센터가 개장했다. 당시 매스컴에서는 ‘향락과 소비의 중심지에 들어서는 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1988년 서울문고 광고



신 이합집산 


인터넷 서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7년이다. 종로서적을 시작으로 영풍문고, 교보문고가 인터넷 서점을 연 데 이어 이듬해에는 온라인 전용 서점인 예스24가, 1999년에는 알라딘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형서점들의 수난이 본격화됐다. 유통환경이 변화한 데다 규모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또 다양한 미디어의 발달로 독서인구가 줄어들면서 성장세는 정체기를 맞았다.


을지로에 있던 을지서적은 경영난에 휘청이다 2000년 시공사에 인수됐다. 이후 ‘리브로’라는 이름으로 새출발을 했다. 반면 종로서적은 인수자를 찾지 못한 채 2002년 95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문을 닫았다. 종로서적이 사라진 강북 시장에는 강남에서 세를 일군 서울문고가 입성했다. 2005년 삼성타워 지하에 들어선 서울문고는 영풍문고와 마주보며 정면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반면 강북에서 시작한 교보와 영풍은 강남으로 진출하며 이 지역 서점가를 뒤흔들어 놨다. 영풍문고는 2000년 고속터미널 센트럴 시티에, 교보문고는 2003년 서초동에 매장을 열었다. 이 때문에 강남시대를 주도했던 동화서적을 비롯해 진솔문고 등이 잇따라 폐업했고 시티문고도 리브로에 인수됐다. 


대형서점의 미래 


최대 체인서점인 교보문고는 전국에 41개의 매장이 있다. 영풍문고 매장은 4월에 새로 문을 여는 5곳을 포함하면 모두 42개다. 여기에 인수한 서울문고가 갖고 있는 점포는 모두 13개다.


대형서점 체인점 매장 수가 최근 몇 년간 늘어난 것은 대형 복합쇼핑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얼마 전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문을 연 영풍문고는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핵심 위치에 580평 규모로 자리를 잡았다. 관련 업계에서는 쇼핑몰의 가치를 높이고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상업시설로 대형서점을 꼽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상업시설에 비해 싼 임대료와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대형서점을 유치하고 있다.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대표는 “현재의 대형서점 확장세는 출판시장 성장이나 독서인구 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라 부동산 개발과 같은 외적인 요인에 따른 거품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정한 계약기간(5~10년)이 끝난 뒤에도 생존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독서인구 비율은 하향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 초 발표한 ‘2017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일반도서를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의 비율은 성인이 59.9%, 학생이 91.7%였다. 이는 2015년 결과와 비교했을 때 각기 5.4%포인트, 3.2%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백 대표는 “대형서점이 세포분열식 매장 확장에 집중하는 것 대신 일본 기노쿠니야 서점처럼 해외로 시장을 넓혀가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