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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토크

못다한 이야기 /김어준

by 신사임당 2011. 10. 24.


나는 꼼수다,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 그가 김제동과 만났습니다. 
김총수가  MBC  라디오에서 짤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14일 밤.
이날의 인터뷰는 
저잣거리에서 들을 수 있는 온갖 욕설, 자욱한 담배연기, 번뜩이는 말발의 도가니였습니다. ㅋㅋ



경향신문DB

김제동-그러니까, 방송을 못해서 잘린 거 아녜요?
김어준=왜 너의 경우를 나한테 들이대?
김제동=그래도 잘렸잖아.
김어준=이래뵈도 라디오 다운로드 1위야.
김제동=자르면서 뭐래요?
김어준=이유는 말 안해주던데.
김제동=에이. 씨바.
김어준=최단시간 다운로드 1위였지. 방송을 처음 시작할 때 담당 피디와의 첫 미팅에서 내가 했던 말이 이 방송은 6개월 내에 사라질 거라고 했어. 내가 들어간 건 김미화씨 퇴출 물타기 용도였기 때문이라고. 이제 그 역할이 끝난거고 당연히 퇴출 될 거라고 알고 있었지. 대단히 예측 가능한, 매우 투명한, MB식 방식이지. 그런데 이 인터뷰 컨셉이 아무 말이나 막하는거지? 
김제동=예, 형님이 다 하세요.
김어준=너도 뭔가를 이야기하고 주고받고 해야지, 씨바. 나혼자 다 하라고?
김제동=밥은 그냥 먹이는 줄 알아요?
김어준=그래? 그렇다면 난 그나마 남아 있는 김제동의 자투리방송을 끌어안고 함께 수장될께. 수장되는 김에.

김제동=잘려도 걱정마라, 밥은 먹여준다 뭐 이런거예요, 지금? 나, 참. 담당 피디는 뭐래요?

김어준=피디는 3주전에 프로에서 잘렸어.
김제동=정말 예측 가능하게 자르는구나.
김어준=개편을 앞두고 담당 피디가 잘렸는데 나 혼자 남아 있을 리가 없잖아. 가능성이 99.9%였다가 100%로 바뀐거지.
김제동=나는 안잘렸어요.
김어준=어디서부터 이야기하고 있는거야? 씨바. 윤도현 퇴출의 기법은 대단히 김미화 방식이잖아. 그때 공식입장을 내긴 했지만. 그땐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잘랐다기 보다는 예의의 문제였다고 정리했는데, 어떠냐?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이해하고 있어? 물론 그걸 결정한 사람들의 속에 들어가봐야 하는 일이긴 한데...
김제동=글쎄요. 잘 모르겠네. 한가지 확실한 건 우리 회사가 그 문제에 대해 대처하는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것.
김어준=무슨 노하우?
김제동=소속 연예인이 잘리는 것에 대한 노하우.
김어준=그건 이전보다 최근 3년사이에 더 많이 쌓이지 않았어?
김제동=제가 이 회사 들어와 첫번째 한 일이 노제였어요. 각오하고 시작하지 않았겠어요?
김어준=그건 예의의 문제냐, 기법의 문제냐지.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고. 예의라면 촌스럽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고, 기법의 문제라면세련됐다고 말할 수 있어. 진의를 파악하기 힘들게 만들었으니까.
김제동=내가 봤을 때 윤도현 퇴출의 가장 큰 가해자는 형이에요. 형이 자른거지. 어디 감히 방송사에서 위대한 사장님 욕을 하고 있어요?
김어준=난 농담처럼 그랬어. 난 절대 혼자가지 않습니다 라고. 그런데 윤도현하고 같이 가버렸네. 딱 그렇게 됐어.
김제동=형이 라디오를 계속 했어도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했어요. 도현이 형은 갔는데.
김어준=도덕적? 도둑적으로 아니고? 어쨌든 결과적으로 성공했지. MBC 의사결정권자들 말야. 그들은 성공했다고 말하겠지만 사실은 큰 실패지. 사람들이 다들 이럴거라고 예측했거든. 그걸 또 입증해보였고. 사실은 날 안잘랐으면 물타기가 되잖아. 그게 정치적으로 영리한 것 같은데. 그 정도 판단을 하기에 눈앞의 사안이 급했나보지.

김제동=형한테는 아무도 뭐라고 안했어요?

김어준=부장이 와서 말하려고 하는데 그분 얼굴을 보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 결정을 못한 표정이더라고. 그래서 ‘알았다’고 했어. 그분은 암말도 안했는데 내가 그냥 알았다고 하고 헤어졌어. 그분 결국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던거지.
김제동=불경에서나 들을 수 있는 말인데.
김어준=염화미소
김제동=심심상인, 이신전심.
김어준=그분의 잘못은 아니잖아. 그분에게서 무슨 말을 듣고 싶지는 않았어. 그냥 먼저 알았다고 했고, 바이바이 했지. 그분은 단순한 메신저였으니까. 의사결정권자도 아니고. 그 분을 잡고 따질 일도 아니잖아.
김제동=전서구 비둘기를 때려잡을 필요는 없잖아요.
김어준=그래서 물어보는 기자들이 많던데 정말 아무 말도 한 게 없어. 그것 밖에는.
김제동=심정이 어때요?
김어준=진짜 6개월전에 첫 미팅에서 했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특별한 심정의 변화나 감정은 없어. 그렇게 됐구나 싶은거지. 참으로 일관되고 예측가능하며 투명하고 지조있다고 할 수 있지.
김제동=참으로 공평하고.
김어준=그렇지. 윤도현도 잘렸는데 감히 네가 어떻게? 윤도현보다 나아, 네가? 이런거지.
김제동=학교 다닐 때 잘린 적 있어요?
김어준=없지.
김제동=그런데 왜 사회에 나와서 잘려요?
김어준=계속 잘라주시네.

제동=전 사실 이전까지 ‘내가 잘린 적 없다, 내가 잘랐다’ 이러고 다녔어요.
김어준=사실대로 말해. 잘렸잖아.
김제동=옛날 이야기라 꺼내는게 지질해 보일까봐 그랬어요.
김어준=그럼 이 기회에 대응하고 다시는 안 나오게 해. 너 사실 ‘저는 잘렸습니다’라고 말한 적 없었잖아. 늘 ‘내가 부족했습니다’라고 했잖아.
김제동=그쪽에 가서 물어보라고 했죠.
김어준=너 잘렸지?
김제동=제가 고급정보 하나 알려드릴까요?
김어준=잘렸잖아. 씨바.
김제동=그래, 잘렸다. 씨바
김어준=그게 뭐 어려운 말이야. 우하하.
김제동=이제 잘린게 자랑인 시대가 됐다는 거에요. 이제 보니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지게 잘린 것 같아요.
김어준=내가 그랬잖아. 잘렸을 때. 이것은 김제동이 전혀 다른 종류의 위상을 가지는 연예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회를 제공받은, 고마운 일이다. 라고.
 

경향신문DB

김제동=엎드려 절하고 싶다고 했어요. 제 토크 콘서트 기획자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해요.

김어준=‘가카’로 상징되는 하나의 세력.
김제동=난 동의하거나 확인한 적 없어요.
김어준=나는 꼼수다를 누가 만들었냐고 물어보면 ‘가카’. 우리의 기획실장이자 작가이자 모든 것을 제공하는 분이지. 우린 M실장이라고 불러. 우리에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불어 넣어주고 에너지와 소스를 제공해주지.
김제동=그정도 했으면 뭘 해드려야 하는거 아냐?
김어준=그래서 매주 헌정하잖아. 헌정방송인거야. 넌 해드린게 뭐 있어?
김제동=저도 잘리가 3일 전에 전화 받았거든요. 피디한테.
김어준=나는 당일. 오늘.
김제동=피디한테 녹화 이틀전인가 전화가 왔어. 할 이야기가 있대. 만나자고. 그래서 전화로 하라고 했지. 괜찮으니 전화로 하라고. 그런데도 부득불 만나자그래. 그래서 그랬어.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김어준=그리고 끝났어?
김제동=그렇죠. 그때 성공회대에서 노무현대통령 1주기 기념행사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의자치우면서 전화받고 있었거든. 정확히 예측 가능했던 일이지.
김어준=알아. 우린 전달자를 괴롭히지 않지. 말귀도 빨리 빨리 알아듣고 잘 대응하지. 어쨌든 제동이 네가 잘리는게 본격적인 시작이었어. 가카가 취임하자마자 내가 잘렸거든. SBS 라디오에서. 3년하던 시사프로였는데. 내가 잘릴 때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고 인지하지도 모했어. 그리고 그런 이야기 하면 ‘에이 설마’ 하면서 ‘설마’가 많이 사용되던 시즌이었지. 그런데 지금 그런 일이 있으면 설마 대신 ‘역시’가 ‘과연’이 되지. 대중적 인지도를 봤을 때 첫번째 경우였고, 그만큼 파급력을 가진 상징성 있는 사건이었지. 너도 긴가민가 했기 때문에 정확한 멘트를 안했겠지. 사실 당시만 해도 금방 복귀될 줄 알고. 씨바. 으하하하.
김제동=그런건 아니고, 방송국하고 적이 되긴 싫었어요. 전혀 의도치 않게 선지자가 된거죠.
김어준=그런걸 본의아니게라고 해요.
김제동=선지자는 좀 과한 것 같고, 본의 아니게 저를 엄청나게 광고해줬어요. 주요 일간지, 시사 주간지, 지상파 방송 3사 뉴스에 다 나왔거든.
김어준=과거 어떤 연예인도 누려보지 못한 시사주간지 표지모델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거잖아. 보통 그런 경우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경우, 도저히 방송복귀가 불가능한 연예인의 영구퇴출 사건. 이런 식의 파장 큰 사건을 일으켰을 때만 얼굴을 가리고 나오거든. 그렇다고 사횢거 물의 일으킨 연예인이 모두 시사주간지나 주요 일간지에 나오는 것은 아니거든. 결국 너의 포지셔닝을 가카께서 만들어주신거지. 본의아니게

김제동=전 형이 말하는 그 단어(가카)를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강조하지만 어쨌든 엄청난 광고효과였죠.

김어준=이거 인터뷰가 방송 퇴출자들의 후일담처럼 되고 있네.
김제동=형, 사설에 나와 봤어요? 난 ‘김제동에게 마이크를 쥐어줘라’라는 사설까지 쓰게 만들었어요. 형이랑 급이 달라요.
김어준=그래, 졌다.
김제동=그래서 대신 형의 위상을 위해 이 지면 한면 통째로 발라드릴게요.
김어준=그래, 좋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연예인까지도 정치적 이유로 퇴출시키는 시대가 됐구나 하는 증거, 물증, 확신을 주는 대표적인 사례니까. 본의 아니게 김제동의 상징성이 크지. 김제동은 결코 그것을 의도하거나 유도하지 ‘아니하였다’.
김제동=저는 가만히 놔뒀어도 방송이 계속 없어질 추세였어요. 이미 그전부터 프로그램도 줄어들고 인기도 뚜렷한 하향세를 긋고 있었거든요. 제 인생의 세번의 정점을 이야기하라면 첫번째는 태어난 것, 두번째는 윤도현의 러브레터로 데뷔한 것, 세번째는 퇴출. 이 모두 본의 아니게였죠. 그러고보니 다 잘렸구나. 윤도현의 러브레터는 아예 프로그램이 없어졌으니까.
김어준=그를 진정으로 이 자리에 끌어올린 것은 ‘퇴출’이다. 방송은 그를 대중적으로 유명하게 해줬지만 그를 진정으로 상징성 있는 연예인으로 끌어 올린 것은 퇴출이었다. 우리의 지금 만남이, 시차를 둔 퇴출 선배와 퇴출 후배가 만나서 어떤 사회적 불만을 토로한다거나 가카에 대해 성토하고자 모인 건 결코 아닌거지. 우린 그분에게 감사하는거야.
김제동=저도 그렇게 흘러가는 건 원치 않아요. 저는 그분들께 감사해요.
김어준=이건 어미를 살려야돼. 그분들께 ‘감사한다’.
 

김제동=나, 참. 오랜만에 인터뷰하면서 X됐다.
김어준=이걸 ‘X됐다’ 이상으로 표현할 수 없어. X됐다고 표현해야해.
김제동=형 만나면 할 이야기가 없어. 듣느라고.
김어준=너랑 인터뷰하는게 웃겨. 씨바. 궁금하지도 않은데 뭘 이야기해. 하루 이틀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김제동=콘서트도 하잖아요.
김어준=아, 콘서트? 콘서트보다 책이 나왔기 때문에 그걸 강조하고 싶어.
김제동=봤어요. 교보갔더니.
김어준=사.
                                                     
 

김제동=형 책이 맨 위에 있고 그 아래 내 책이 있더라고. 그래서 바꿔놨어. 베스트 셀러 목록에서.
김어준=넌 1등해봤잖아.
김제동=1등 못했어요. 계속 2위야. e북 코너에선 1위했는데.
김어준=몇부나 팔렸는데? 내 책은 얼마나 훌륭한 대중 정치서적인줄 알아?
김제동=흥. 제 책 20만부나 팔렸어요.
김어준=내용도 없는게, 뭐가 그리 많이 팔려?
김제동=흥. 형 책은 도대체 뭐가 있길래?
김어준=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치가 왜 필요한지 해설하고 현상을 분석했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예언서이기도 하고. 또그 안에 있는 정치 플레이어에 대한 분석서이고. 이 한권만 읽으면 중등과정을 완료한 모든 국민이 정치에 대한 기본 이해를 가질 수 있어. 난 김제동 토크를 좋아하는데 자기 스스로를 토크 소재로 삼는 건 이건 굉장한거야. 뭐랄까. 인문학적 소양과 성찰이 필요한거지.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없는데.
김제동=동의해요. 그런데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할 때가 됐어요. 토크콘서트 시즌 1때는 20% 정도가 정치풍자였고 올 초까지는 40% 정도였어요. 그때는 아무래도 희소했거든.
김어준=그렇지. 없었지.
김제동=그런데 지금은, 이제 심지어 그 쪽 편이라고 하는 쪽 조차 비판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비판을 멈춰야 하나 고민도 되고.
김어준=차별성이 없어져서지? 정부 찬양으로 돌아서. 우하하. 오버 그라운드에는 대놓고 물어뜯는 미디어를 보기가 힘들지. 어디 공중파 3사가 대놓고 가카를 디스하냐.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힘은 더 강하게 작용할거야.
 

김제동=나는 꼼수다를 놔두는데 언론 자유가 없다고 할 수 있냐?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어.
김어준=그것은 그들의 아량에 의해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투력으로 버텨내고 있는거야. 그렇게 보면 안돼. 우리의 전투력으로 돌파하고 있다고. 나는 꼼수다에서 다루는 이슈들은 공중파의 시사프로그램에서 충분히 거론하고 검증했을 사안이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놔둘 수 있는 정치적 상황이 됐다기 보다는 실정법상 적용할 법이 없는거지. 우리가 공공전파를 이용해? 자료실에 파일 하나 올라간거야. 자기가 다운로드 받아서 들으면 되고 그렇게 듣는 사람이 늘어난거지. 방송법으로 터치할 수 없어.
김제동=이걸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잖아.
김어준=그런 걸로 알고 있어. 트위터나 나꼼수를 규제할 법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듣고 있지.
김제동=방안은 있어요?
김어준=현재는 법을 만드는 쪽을 저지하거나 그 법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막을 힘은 없지. 없으니까 그 상황에 맞춰서 대처해 나갈 수 밖에 없지.
김제동=준법정신이 투철하시네요.
김어준=투철하다기보다 앞으로 합법적인 공권력으로 우리 방송을 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는거지.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잖아. 그런 상황이 닥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는거지. 이것을 새 형태의 미디어로 인정하게 만들도록. 마치 최초 인터넷 신문이 등장했을 때 이것을 신문으로 인정할까 말까 하는 논의가 꽤 있었던 것처럼. 그런데 결국 됐어. 시간은 걸렸지만. 소위 팟캐스트 다운로드 방식의 미디어도 하나의 미디어로 인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릴텐데 그 시간까지 충분히 합의와 논의가 이뤄지도록 우리를 놔두길 바라는데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크잖아. 제재할 욕구도 충만한 것으로 알고 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연구중이야.
 

경향신문DB

김제동=그럼, 청취자라고 표현해야 하나? 자발적인 대중들의 소비심리? 자발적으로 듣잖아요. 청취자들이 나는 꼼수다 같은 프로그램을 좋아하면서 앞으로 더 생겨날거란 말이에요.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형은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제가 처음 토크콘서트 시작할 때만해도 아무도 안된다고 했어요. 개념도 생소했고 말로만 2~3시간을 때우는 것이. 그러니까 끊임없이 하고 있는 내가 선구자라는 거지.

김어준=자기 자랑이네. 자기 자랑은 짧게 해주시죠.
김제동=아, 씨바. 형은 아까 자기 책 자랑 많이 했잖아?  어쨌거나 이걸 지켜주는 원동력은 자발적인 청취자일거아냐.
김어준=많이 들으면 들을수록 이것이 미디어로 발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지. 동조하든 그렇지 않든 듣고 있다는 자체가 새로운법을 만들어 제재를 하려 할 때 부담으로 작용하겠지. 많은 이가 들어주는 것은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을 계속할 수 있는 보호막이 되는거야. 그런데 단순히 숫자만으로는 안돼.
김제동=그래서 자발적으로 라고 붙였잖아요.
 

김어준=그래서 이 미디어가 기존에 존재해왔던 미디어처럼, 수행하는 역할 자체는 미디어와 전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해. 공당의 후보 토론회도 하고 그러는거지. 전통적으로 미디어가 수행하던 역할을 의식적으로 하려고 하는거야.
김제동=역으로 미디어로 인정받으면 규제받을 가능성도 높아지잖아.
김어준=딜레마지. 규제하려는 쪽의 딜레마이기도 하고.
김제동=한 보수언론 논설위원이 표현했다는데, 나나 조국교수처럼 많은 팔로워를 거느리는 사람들을 장외언론이라고 규정하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했다는데.
김어준=뭘 책임지라는거야?
김제동=내 말이. 우리가 장외언론이라면 장내언론은 뭐하는거야? 장외에서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김어준=그들이 장외언론이라고 표현한 사람들이 안 지는 책임이 뭐가 있지? 그들은 김제동이 지지 않는 책임 뭘 지고 있나? 없다고 본다. 져야 할 책임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지. X까는 소리지. 소위 법에 의해 언론사로 등록된 여부로 장내 장외 나누나본데, 장내언론이 더 사회적으로 열심히 지고 있는 책임이 무엇이고 김제동이 무책임하게 지지 않고 있는 책무가 뭐냐 말이야. 그걸 정확하게 말해줘야지. X새끼들.
김제동=장외, 장내 구분하는 기준이 허물어지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거죠.
김어준=인정하기 싫고 꼴보기도 싫고, X도 아닌 것이 까분다고 생각하는거지. 장외 김제동은 일개 개인이기 때문에 책임추궁에 민감하고 자신의 발언으로 있을 수 있는 파장에 대해 더 조심하지. 그런데 거꾸로 큰 미디어들은 사실관계가 틀리거나 왜곡하거나 선별적으로 정보를 취합해서 왜곡해도 책임지지 않지. X새끼들.
김제동=그 장내, 장외를 구분짓는 자기들만의 경계를 두는게 X같아요.
김어준=세상은 경계가 확장되고 무너지면서 새로운 것이 생기는데 그걸 받아들이지 않는 거지. 그 기득권을 유지해야 자기 나와바리 지키며 먹고 살 수 있으니까.
 

김제동=변방의 혁명성을 인정하지 않는거죠. 귀찮은 거고. 그러니까 팔로워들이 불쌍하다는 표현을 썼겠죠.
김어준=자기들이 불쌍하지. 자기가 쥐고 있는게 얼마나 큰 권력이라고. X도 아닌데. 난 그들이 가련하다고 생각한다. 한줌도 안되는 권력인데. 사고가 가련하고 졸렬하고 쪼잔하다고 본다.
김제동=세상의 모든 비주류를 같잖고 하찮게 본다. 그게 그들의 관점인 것 같아.
김어준=다음은 뭘 씹을까. 다시는 공중파에 복귀하지 못하게 해줄게.
김제동=잘 모르시나 본데 전 요즘 그 정도 각오는 해요. 실력으로 봤을 때 나는 훌륭한 사회자, 내 강점은 아무래도 장외에 있는 것 같다는. 흐흐흐.
김어준=이것은 자기를 다시 한번 코미디 소재로 사용하는 남사스러움의 표현이지. 자기가 의도치 않게 상징적 위치에 갔기 때문에 자기를 끌어내려 낮추는 것.  공중파에 돌아가서 실제 해봤는데 시청률 안 나와 퇴출될 수 있는데 그런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 핵심은 거기 있는거지. 시장원리 의해 할 수 있는데 시장에서 뛸 기회 최소화하려는 거지. 시장주의가 아닌거지. X새끼들이. 시장주의라고 하면서.
 

김제동=고백해요. 저 졸라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억울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일 당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 것이 아니잖아요. 나니까 알려진거지. 나는 그래도 먹고 살잖아요. 최소한 내가 징징댈만큼의 상황은 아닌거죠. 그래서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미안하더라고요. 나 괜찮다 했어요. 속으로 안괜찮죠. X같지. 그래서 난 그들이 알리지 않을 것들, 그것을 내가 마이크를 들고 다니면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내가 할 일이고.
김어준=그걸 염치라고 해. 길게 설명하면 구차하고. 염치가 있는거지. 그게 네가 되갚을 길이지. 상징성 얻은 것을 이용해 발언할 필요가 있는거지.
김제동=소리가 나는 곳에 마이크를 대주는 역할도 필요하지.
김어준=난 그분들에게 속았다고 말하고 싶어. 20만부나 책을 산 사람들
김제동=난 형 책을 사려는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어. 속지 말라고. 우하하. 책 잠시 봤는데 대검 중수부를 존치시켜 놓은 이유 등등이 나와 있더라고요. 중수부는 권력이 쥐고 있는 칼자루지만 권력이 끝난 뒤에 자기 등을 찌르를 칼인데.

김어준=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려둘 수 밖에 없는 활용성, 필요성이 강력히 있는거지.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에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지만 그걸 존치시킬 수 밖에 없는 필요성이 있는거야.

김제동=지금껏 기득권자는 다 존치를 주장했어. 잃은 쪽은 없애라고 주장했고  주장하다 다시 잡으면 반대입장이 되고 결국 그것은 자기들이 필요할 때만 쓰는 권력의 칼이 된거지.
김어준=대검중수부는 검찰총장이 유일하게 직속으로 지휘하는 부서고 검찰총장은 대통령령 부속인 민정수석이 지휘하는 거고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최측근 이지. 결국 대통령의 칼이지.
김제동=대통령의 칼로 결국 누군가를 겨누긴 하는데 겁 안나세요. 혹시?
김어준=나는 청와대건 국정원이건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건 알아. 가능성이 있다는 건 아는데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 내가 뭔가를 하면서 그로 인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거나 그 일을 못하는 거거든. 뭘 하는데 댓가를 지불할 의사가 있고 당연한거다 생각하면 겁난다 아니다의 문제는 아닌거지. 그걸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하며 내 일을 하는거지. 우선순위이고 그만큼 절박하지까 그것을 위해서 감수한다는 거야.
 

김제동=형이 두고 있는 우선순위, 뭐가 우선순위예요?
김어준=내 책을 안읽어서 그런 질문을 하는건데.
김제동=지금까지 인터뷰하면서 인터뷰대상자들 책 읽은 적 별로 없어. 난 게을러.
김어준=내가 하고 싶은 말은 쫄지 말라고 하는 거야.
김제동=내가 콘서트에서 했던 말이야.
김어준=쫄지말라고 하고 싶고, 그 말이 위로가 되는 시대야. 그리고 나꼼수 메시지의 가장 큰 덩어리는 어떤 주장을 쫄지 않고 말해도 된다고 하는 태도. 그 자체야.
김제동=그래도 별일없이 산다?
김어준=그러다가 어떤 불이익을 당하면 기꺼이 당하겠다, 감수하겠다. 그러니 당신들도 쫄지 마라. 우리는 쫄지 않아도 된다. 이거지. 다 가카덕분이야. 나꼼수가 세세하게 주장하는 이야기들. 그 주장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쫄지않는 태도야. 그러니까 나꼼수보고 다른 어떤 이들은 선동이라고 하는데 맞아. 선동이야. 그런데 그 선동은 나꼼수가 이야기하는 특정주장을 선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주장을 해도 된다는 태도를 선동하는거야. 이 주장에는 동의하는 사람도 있고 안하는 사람도 있는데 모두가 다 이렇게 떠들어도 된다는 태도를 유포시키고 싶은거야. 이게 가장 큰 메시지야. 이걸 누구에게가 아니라 이걸 해도 된다, 이걸 하고 있다는 그 자체인거지. 왜 못해? 에이 씨바. 말해놓고 보니 훌륭한데.

김제동=이렇게 해석해도 돼요? 이것은 한 행위 자체의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 보다 어떤 권력이든 비판할 수 있다, 욕해도 된다, 힘을 가진 기득권세력이 잘못한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이 욕할 수 있다는 권리장전인거지?

김어준=누구에게나 욕할 수 있지.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해. 이제 독재는 끝나지 않았냐, 법의 시대이고 법을 따라야 한다는 논거를 펴는 사람도 있어. 독재, 초법, 물리적 폭력 행사하는 정권은 아니지 않느냐 하는 사람이 있는데 현대의 독재는 법을 이용해, 법을 만들어내지. 부시가 만든 미국의 애국법. 그걸로 미국식 공안을 만들었거든.
현재의 독재는 법을 초월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법을 이용해. 그것이 충분히 가능하고. 독재라는 말은 구시대적이고 구태의연한 말이긴 한데, 이 말은 결국 내가 듣고싶지 않은 이야기는 듣지 않을 무한권력이거든. 그래서 김제동도 자르는거야. 자기가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는 최대한 듣지 않으려는 무한 노력, 그러기 위해 법을 이용하고. 방송의 기득권 구조를 장악한 쪽, 그쪽은 누군가를 고용하거나 일자리를 주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밥줄을 끊어버리는 거지. 내가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잘라버리는. 그게 독재지. 졸라 구태의연한 말이긴 한데 그게 독재야.

김제동=형, 나도 그정도 컨텐츠는 있어. 형보다 못해도. 그정도는 있어요. 형이야기 들으면서 생각나는 건데 타짜 영화에 보면 화투의 기술을 모르는 사람은 돈을 잃어도 자기탓으로 생각하잖아. 그 사람 생각에서는 합법적이라고. 그런데 타짜는 화투 밑장을 빼지. 단지 돈 잃는 사람이 눈치를 못 챌정도로 기술이 들어가는 거지.

김어준= 네가 잘리고 윤도현이 잘리는 건 기술이 들어간거지. 가두고 패고 끌어가는게 아니지. 주로 밥줄을 끊는거지. 현정권의 방법이야.

김제동=형이 생각하는 절박함은 뭐예요
김어준=이런 정권을 삼년반정도 겪었잖아. 이제 사실은 이들과 세계관이 유사한 이들이 다시 집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 박근혜가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이고 주변의 인사들의 경제관 세계관 사회관이 이명박 정권의 그것과 뭐가 다르지? 박근혜 개인이 가진 품성과 스타일이 다를 뿐. 그들이 다시 한번 집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  이게 우리가 받아왔던 정서적 상처거든. 사람을 때리면 빨간약 바르면 되는데. 사람이 위로를 받는 이유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기 때문인데 치유받아야 하는데 마음의 상처는 드러나 사라지지 않아. 다른 증세로 나타나. 다시한번 유사한 정권이 집권하게 된다면 마음이 체하게 돼. 풀려서 소화되지 않고. 그게 굳어져. 증상으로. 어쨌든 정신적 상처가 지속되는거지. 이건 대단한 정신적 스트레스고 결핍감이고 상실감이야. 그래서 난 절박하다고 생각해.
 

김제동=형이 생각하는 것과 반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김어준=그들은 이것이 정상이 아니란 걸 느낀다고 생각해. 상대적으로 상처 이상의 이득이 있거나 외면하고 싶거나 비정상인 것을 인정하기 싫다거나 하는 마음이 있지만 이걸 없다고 말하지 못하는거야. 이건 특정정치 세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대단히 절박하게 회복되어야해. 그 상처가 치유될 정권을 선택해야해.

김제동=이야기 다했어요. 형 하고 싶은 이야기 하려면 하세요.

김어준=나꼼수에 섭외하고 싶은 인물이 있어. 그 섭외 대상을 나꼼수로 끌어들이는데 회유, 유도, 조정, 기만, 유인, 협박하는데 김제동이 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제동=나는 그 기대에 부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나 그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 나도 절박하다.
김어준=이렇게 다같이 x되는 것이지. 이것을 물귀신 작전이라고 해.
김제동=아마 형의 기대에 응할 것 같다. 희한하게 자꾸 몇몇 (섭외대상) 인물이 떠오른다.
김어준=누구라고 특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대한다.
김제동=아, x됐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김어준=그러나 그 인물을 특정할 수 없다. 그들의 경계심을 자극해선 안된다.
김제동=그러나 난 이 글을 읽고 있을 독자들도 짐작할 것 같다.

김어준=결정적으로 김제동은 안된다. 대중들은 그의 정치색이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

김제동=왜 나는 안되는거야? 나, 나꼼수다에서도 잘린 거야? 그나저나 나 연애는 어떻게 하지?
김어준=닥치는 대로 해야지. 연애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첫번째 원칙은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 거야. 어떤 이야기냐면 내가 원하는 것이 이것, 바라는 것이 어떻고, 이상형은 저렇고, 나는 이런 사람이라 이렇게 해야하고 등등. 이런 전제조건을 내려놓는 것이 가장 중요한거야.
김제동=내가 모든 것을 내려놨는데도 상대가 나를 내려놓으면 어떻게 되는 거에요?
김어준=퇴출되는거지. 김제동 연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라디오 <2시의 데이트>에서 김제동이 윤도현 대신 사회를 볼 때 그 주 목요일에 나와 함께 대담했던 것을 팟캐스트로 다시 들으면 나와 있다.
 

김제동=그러고보니 내가 스치고 지난 것은 모두 칼부림이 일어났네. 러브레터, 스타골든벨, 두시의 데이트. 난 연예계 최고의 권력자다. 예전에 동엽이 형이 그랬어. 넌 최고 권력자가 누구라고 생각하냐고. 그래서 나라고 했지. 나한테 잘못 보이면 끝장이라고. 내가 어디 가서 나와 정치적 성향이 같다고 해버리거나, 참석하지 못했지만 뜻을 함께 한 동료를 말하겠다며 형 이름을 이야기하겠다고. 그걸로 끝이지. 그래서 나 술도 얻어먹었잖아. 우하하. 형 어디로 가요?  
김어준=집으로.
김제동=잘리고 난 뒤 쓸쓸히
김어준=아니, 전혀 안쓸쓸해. 고맙기까지해.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해달라는 격려의 메시지로 받아들여
김제동=종교가 뭐에요?
김어준=없어. 무신론자야. 넌 있냐
김제동=난 기독교요
김어준=어릴 때부터? 최근에?
김제동=어릴 때부터. 예수님이나 하나님이 아니라 한 여자에 이끌려 교회로 나갔지. 여자를 하나님이 만들었대서, 하나님한테 말하면 하나님이 여자 마음을 돌려줄 것 같아서.
김어준=그런데 보통 그녀는 떠나고 제동은 교회에 남지.

경향신문DB

김제동=요즘은 스님을 만나며 불교에 심취해 있어. 형 이야기를 들으면 성불한 사람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어.

김어준=그건 내가 덕볼 생각이 없기 때문이야. 내가 생각하기에 내가 가진 가장 큰 무기는 덕볼 생각이 없는거야. 내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부터 덕볼 생각이 없다. 그래서 내맘대로 할 수 있어.
김제동=당당, 교만은 한끝차인데 형은 당당한 것 같아.
김어준=합의.
김제동=겸손과 비굴한거도 한끝차이야. 당당과 겸손, 교만과 비굴은 각각 한 세트지. 그런데 형은 당당한데 겸손하진 않아.
김어준=난 청소부나 대통령이나 똑같애 그가 가진 권력으로 덕볼생각 없어. 그리고 남사스러워. 내가 누리는 것이 마땅하지 않으면 언제나 남사스러워. 그정도 균형감각이나 염치는 있어. 난 염치를 중요하게 생각해. 그게 세상의 균형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
김제동=힘있는 자가 염치를 안다는 것이 중요하지. 그거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잖아.
김어준=굉장히 중요하지. 우리 가카께서는 전무하신 능력이지
김제동=나는 합의하지 않았어. 그렇게 들었을 뿐이야.
김어준=결국 오늘 키워드는 ‘나는 이렇게 말했다’.
김제동=나는 총론에는 합의했으나 민감한 몇몇 각론에는……, 에이, 씨바……. 그래 합의했다. 공감한다.
김어준=이렇게 김제동은 x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