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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식과 탐식

당신은 어떤 물을 마시나요

by 신사임당 2023. 5. 13.

싱글 몰트 위스키 한 잔이 있다. 여기에 탄산수를 섞어 하이볼로 만든다면 당신은 어떤 탄산수를 선택할 것인가.

글렌피딕 코리아는 최근 글렌피딕을 하이볼로 마실 때 이상적인 조합으로 독일의 대표적인 탄산수 브랜드 ‘게롤슈타이너’를 제안했다. 여러 탄산수 중에서도 이 제품이 가진 탄산의 감도, 미네랄의 함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위스키와 탄산수가 서로의 개성을 간직하면서 최상의 맛을 드러낼 수 있다고 제시된 조합이다.

지난해 말 월드스타 방탄소년단의 뷔가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렸던 물 한 병이 화제가 됐다. 뷔가 좋아하는 물로 순식간에 퍼진 이 제품은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바니스 뉴욕 뷰티의 생수 ‘노던 라이츠 스파클링 내추럴 스프링 워터’였다. 파인워터 국제 시음대회에서 금메달을 받았던 물로, 노르웨이 청정 수원지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이달부터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특급 호텔과 백화점에 입점하고 있다.

물이라고 다 같은 물이 아닌 셈이다. 국내에서도 10여 년 전 백화점과 호텔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리미엄 워터를 판매하는 워터바가 생겨났으나 오래 가진 못했다. 다양한 기능과 가격의 물이 시장에 제대로 뿌리 내리기에 시기상조였던 셈이다. 하지만 식음료에 대한 기호가 다양해지고 고급화하면서 물에 대한 관심은 다시금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풍부한 미네랄을 강조하는 프리미엄 물 제품들도 계속 나오고 있으며 기호와 취향에 따라 물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매장에서 판매하는 물에는 광천수, 해양심층수, 해양암반수 등 다양한 프리미엄 물과 함께 유아 전용, 여성 전용 물도 있다. 2010년 4천억원 규모였던 국내 ‘먹는 샘물’ 시장은 2021년 기준으로 1조2천억원을 돌파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2024년에는 2조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백화점 식품관에 진열된 다양한 물 제품을 한 소비자가 고르고 있다. 성동훈기자

 

해외에서는 이미 물에 대한 취향과 기호를 선택하는 것이 보편화됐다. 특급 호텔이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는 와인 리스트처럼 브랜드화된 물의 리스트가 있다. 스페인 북부의 온천마을 오렌세에 있는 레스토랑 ‘O Lar do Leiton’(오 라르 도 레이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52종의 물 메뉴를 보유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할리우드 스타 등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마시는 프리미엄 물은 기호와 취향을 넘어서는 럭셔리의 영역이 되기도 한다.

세계 물의 날(3월 22일)을 맞아 얼마 전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고재윤 회장,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고황명예교수)가 주관한 ‘국제 먹는샘물 트렌드 세미나’가 경희대에서 열렸다. 삶을 영위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음식’ 물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또 물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오간 자리였다. 세계적인 워터 소믈리에 마이클 마스카를 비롯해 국내에서 활동하는 워터 소믈리에들이 참여했다. 마이클 마스카는 영국의 더 타임스가 ‘물의 백과사전이자 물의 바이블’이라고 평가한 <파인 워터스(Fine Waters)>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날 나온 건강한 물 섭취법, 물에 관한 재미있는 상식들을 정리해봤다.

 

 

■건강하게 물 마시기

 

좋은 물이란 뭘까. 일반적으로 정의되는 좋은 물은 △유해물질이 들어 있지 않고, △미네랄 성분이 균형 있게 함유되어 있으며 △약알칼리성을 유지하고 △산소와 탄산가스가 충분히 녹아 있는 물이다. 각각의 특징을 내세우는 다양한 프리미엄 물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어떤 물을 고집한다기보다는, 하루에 깨끗한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하루 필요량은 2ℓ 정도. 시간은 아침 공복, 삼시 세끼 식사 30분 전, 식후 2시간 후, 취침 30분 전 등 적절한 시간을 지켜 마시는 것이 좋다. 식사 30분 전에 마시는 물은 위액 분비를 촉진해 소화를 돕지만 식사 바로 전후에 마시는 물은 위액을 희석시킬 수 있다. 물이 맛있게 느껴지는 일반적인 온도는 10~12도 정도이므로 적정 온도로 마실 경우 물맛이 더 좋다. 고재윤 교수는 “소주와 맥주는 한 잔당 물 한 컵(250㎖), 커피는 한 잔당 물 두 컵을 마셔야 고갈된 수분과 카페인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통기한이 길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물의 생명력이 떨어지므로 최근에 생산된 것을 마시는 것이 좋다”면서 “보관할 때도 햇볕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브랜드의 물 제품들. 성동훈 기자

 

■물도 와인과 같다

 

와인은 테루아(토양, 기후 등 포도가 자라는 데 폭넓은 영향을 미치는 제반 자연환경)에 따라 다양한 맛과 특성을 낸다. 물도 그렇다. 지층이나 지표, 호수, 빙하, 빗물 등 다양한 취수원에 따라 맛과 목넘김, 청량감 등의 차이가 있다. 서구에서 물과 음식 페어링을 따지는 미식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물마다 가진 특징과 성격을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지표를 사용한다. 물속의 용존고형물질의 농도를 의미하는 ‘TDS’(Total Dissolved Solids), 미네랄을 통해 물의 세기를 측정한 경도, PH농도 등이 있다. 브랜드마다 상당히 다르고 특색이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이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소비자들이 쉽게 감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물병 라벨에 나와 있는 성분표를 살펴보는 것이다. 마그네슘이나 칼슘 등 미네랄의 성분이 많으면 경도나 TDS가 높은 물, 그렇지 않으면 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물은 유럽 지역의 물에 비해 대체로 미네랄 함량이 낮은 편이다. 시판되는 물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시중에 판매되는 제주 용암수와 제주 삼다수를 비교해 보자. 제주 용암수(530㎖)에 함유된 칼슘은 35㎎/ℓ, 마그네슘은 5㎎/ℓ,, 칼륨은 12㎎/ℓ이다. 제주 삼다수(500㎖)에는 칼슘 2.5~4㎎/ℓ, 마그네슘 1.7~3.5㎎/ℓ, 칼륨 1.5~3.4㎎/ℓ이 포함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제주 용암수의 미네랄 함량이 높다. 제주 용암수 라벨에는 아예 경도 200㎎/ℓ의 경수라고 표기가 되어 있다. 보통 경도가 120㎎/ℓ를 넘으면 경수로, 이하면 연수로 분류된다. 연수는 대체로 부드럽고 경수는 독특한 풍미가 있는 편이다.

슬로베니아의 ‘로가스카 도나트 엠지’라는 물은 물 1ℓ 속에 1000㎎ 정도의 마그네슘이 들어 있어 마그네슘 함량이 가장 높은 물로 유명하다.

제주용암수(왼쪽)와 제주삼다수의 성분 표기

 

■비싼 물이 만병통치는 아니다

 

에비앙은 프리미엄 워터의 대명사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최적의 맛을 내는 것은 아니다. 보이차나 녹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를 우려 마시는 물로는 적합하지 않다. 에비앙은 경도 291㎎/ℓ로, 경수에 해당한다. 에비앙 마니아라 하더라도 보이차나 녹차를 마실 때는 미네랄 함량이 낮은 연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삼다수, 평창수, 아이시스 등 미네랄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물이 적합하다. 워터 소믈리에들은 “에비앙과 삼다수로 커피나 차를 우려냈을 때 비교해 마셔보면 음료의 풍미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밥을 지을 때도 경수와 연수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한다. 연수를 사용하면 적당한 찰기에 윤기가 나면서 밥맛을 더 좋게 할 수 있다. 경수를 사용하면 쌀의 섬유질이 단단해져 찰기가 떨어지고 고두밥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알칼리수 역시 프리미엄 물로 인기가 높다. 호주의 알카라이프 같은 제품은 특히 유명한 알칼리수다. 하지만 알칼리수는 커피의 신맛을 죽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신맛이 특화된 커피를 즐길 때 좋은 조합은 아니다.

 

■목적과 기능에 따라 골라 먹는 물

 

깨끗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물 제품의 특성과 성분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기능과 목적별로 적합한 물 제품의 사례를 소개했다.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제품들도 있다.

우선 어린이에게 좋은 물은 물 분자구조가 작아 흡수가 잘되는 물이다. 대표적 브랜드는 영국의 힐돈, 이탈리아 솔레, 벨기에 스파, 헝가리 폰요, 한국 물하나와 지리산수 등이다. 피부미용에는 실리카 함유량이 많은 물이 꼽혔다. 이탈리아 아쿠아 피나, 호주 알카라이프, 중국 백산수 등이다. 이뇨작용을 원활하게 해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물로 소개된 것은 프랑스의 이드록시다즈, 프랑스 콘트렉스, 이탈리아 아쭈라 블루다. 이중 이드록시다즈는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인 거스 히딩크 감독이 즐겼던 것으로 유명하다.

땀의 구조와 같이 칼슘과 마그네슘이 2대 1 비율로 구성되어 있는 물은 운동 전후에 많이 추천된다. 독일의 로스바허, 영국의 힐돈, 미국의 코나딥, 한국의 천년동안, 딥스, 제주용암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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