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살바토르 문디’(구세주)는 얼마 전 세계적으로 호사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인 4억5000만 달러(약 4900억원)에 낙찰되면서다. 이 그림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아부다비의 루브르 박물관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문화관광부는 지난 8일 ‘살바토르 문디’를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루브르 박물관 하면 프랑스 파리를 떠올리게 마련인데 지난 11월 아부다비에 제2의 루브르 박물관이 생겼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첫 해외 분관이다. 뿐만 아니다. 아부다비에는 뉴욕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도 들어선다. 앞으로 유수의 예술작품을 보려면 파리나 뉴욕이 아닌 중동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

오일머니로 엄청난 부를 쌓은 중동 산유국들이 세계 문화예술 메카로 변신하려 애쓰고 있다. 변화의 배경에는 석유 의존형 경제에서 벗어나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세계적인 박물관, 미술관을 유치하고 문화부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관광자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두드러지는 두 나라는 UAE와 카타르다.

아부다비 루브르

 

UAE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최대 규모이자 맏형인 아부다비는 2007년 ‘아부다비 경제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천명한 ‘사디야트(Saadiyat)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사디야트는 ‘행복’이라는 뜻의 아랍어로, 아부다비가 270억 달러(31조원)를 들여 조성하고 있는 문화예술섬이다. 이곳에 루브르가 들어섰고 뉴욕 구겐하임 분관, 자이드 국립박물관, 해양박물관이 지어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아부다비는 세계 유명 건축가들을 결집시켜 경쟁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아랍 전통 건축양식이 가미된, 웅장하고 화려한 돔 지붕을 얹은 루브르 아부다비는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했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7배 크기로 지어질 아부다비 구겐하임 미술관은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맡았다. 그는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했다. 해양박물관 설계에는 일본 출신의 안도 다다오가 나선다. 또 자이드 국립박물관은 영국 출신 노먼 포스터가 담당한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파크, 독일 베를린 의사당, 홍콩 국제공항 등을 설계했다.

아부다비는 2007년 프랑스 정부와 루브르 아부다비 설립을 합의하며 브랜드 사용료 및 작품 대여료 등으로 1조4000억원 이상을 지불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 걸리는 이곳에는 파리 루브르를 비롯해 프랑스 13개 박물관에서 건너온 소장품 300점이 전시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밀라노 귀족부인의 초상’, 반 고흐의 ‘자화상’,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 자크루이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등이 포함된다.

아랍현대미술관

 


아부다비가 루브르 개관으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면 카타르는 이미 미술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큰 손으로 부상했다. 2008년 카타르 국가 비전을 발표하면서 세계 문화예술 중심지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카타르에는 국립박물관, 아랍현대미술관, 이슬람미술관 등 굵직한 전시공간이 들어섰다. 또 ‘싹쓸이한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고가의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전 세계에 5점밖에 없다는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를 비롯해 마크 로스코, 데이미언 허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 프랜시스 베이컨, 앤디 워홀, 제프 쿤스의 작품 여러 점도 카타르 소유다. 이 중심에는 카타르 왕실의 알 마야사 공주가 있다. 연간 미술품 구입에 쓰는 돈만 10억 달러(1조2000억원)인 알 마야사 공주를 두고 <가디언> <포브스>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은 세계 미술계 파워 넘버 1으로 꼽고 있다.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고가의 미술품을 소유하는 것은 대외적 문화 위상과도 연관돼 있다. 현재 단교상태인 두 나라 사이에는 중동 내의 ‘아트 파워’ 주도권을 놓고 경쟁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중동 아트 파워가 세계 미술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또 이들 국가가 문화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미술계에서는 중동의 종교적 가치관과 예술의 가치가 어떤 조화를 이룰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카타르에선 2013년 데이미언 허스트가 전시한 태아 조각상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일었으며, 이탈리아에서 구입한 누드 조각상이 전시되지 못한 채 되돌아가기도 했다. 이슬람 신앙과 예술적 가치의 마찰에서 비롯된 사태였다.

구겐하임 아부다비

 


아트컨설팅 회사 아띠엠포 김태진 대표는 “일부 왕족과 상류층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미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상당히 부족하다”면서 “현지의 미술 관계자들은 루브르 아부다비와 같은 미술관이 교육기관의 역할을 하며 미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한 돈잔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성과를 내고 의미있는 역할을 꾸준히 해준다면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