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한일 피시로드>.

일본 저널리스트 다케쿠니 도모야스가 쓴 한일 생선 교류 역사를 탐구한 책입니다
새해 읽은 첫 책. 올해는 음식관련 책에 집중해 읽어보려구요. 그래서 진정한 식신이 되겠다는...

 

요 책은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수산물이 어떻게 교류되었는지를 설명해줍니다.

역사와 당시 풍습 등이 꼼꼼하게 잘 담겨 있습니다.

부제는 흥남에서 교토까지. 왜 그런 부제가 붙었을까요. 

흥남에서 난 수산물이 교토까지 간다는건 아닙니다.

양국 수산물 교류를 위한 대표적 창구는 항구도시 부산입니다.

한국전쟁당시 피난수도였던 부산은 흥남철수 당시 내려온 피난민들의 터전이 됐던 곳이고,

부산의 성장과정을 엮으면서 이런 제목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양국의 수산물이 매일 교류되고 있다는 점이고 이 부분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교토에서 먹는 고급 갯장어 요리가 사실은 부산에서 실려가는 한국산 갯장어이고 

시모노세키항에서 실려온 멍게나 가리비가 매일같이 부산항에 부려진 뒤 우리 시각에 올라온다는 거지요.

아침마다 양국 항구에선 수산물이 적재됐고 그대로 상대국으로 건너가 

유통되고 있었던 겁니다!!!

책에 소개된 운전기사 오자와씨의 이야기입니다.

일본 북단 아오모리현에서 양식 가리비 6톤을 실은 그는 시모노세키까지 1700킬로미터를 달려옵니다.

그리고 시모노세키에서 페리를 이용해 부산에 도착하면 통관 허가를 받은 다음

다시 동해안을 따라 강원도 동해시까지 달립니다.

 

“한국은 일본과는 반대로 우측통행이라 처음에는 여러가지로 당황스럽지 않았습니까?”라고 묻자 “그럼요. 우회전, 좌회전 할 때 반대쪽으로 튀어나갈 뻔 한 적이 몇번 있었어요”라고 운전사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처음 달리는 코스인 경우 화물을 인수하는 업자가 트럭을 유도하는 차를 보내주어 그 뒤를 따라 비상등을 깜빡거리면서 천천히 운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한글로 된 도로 표지판을 읽지 못해도 주위 경치로 어디를 어떻게 가면 되는지는 외워버린다.    책 333~334페이지

 

 

양국간에 교류가 일어나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 때문입니다.

책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선 명태가 국민들 생활 깊숙히 뿌리박히고 함께 하는 어류지만 일본에선 알 외에는 거의 먹지 않습니다.

반대로 갯장어는 우리나라에서 여수 등 남부지역에서 먹는 정도이지만

일본에선 한국산 갯장어는 고급요리로 각광받고 있다고 하네요.
 

곰장어나 꼼장어로 불리는 먹장어가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서민들에게 사랑받는 술안주가 된 이유도 설명합니다.

원래 이전까지만 해도 먹장어는 다른 물고기를 잡아 먹는 해로운 물고기로 여겨졌고 사람들도 이를 먹지 않았습니다.

일본인들도 나막신 끈을 만드는데 먹장어 껍질을 사용하는 등 고기가 아닌 가죽만을 소비했습니다.

전쟁으로 물자가 부족해지면서 먹장어 가죽은 더 많이 소비됐습니다.

그런 와중에 어촌의 빈곤이 심해지다보니 먹장어를 식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입니다.

1936년 발간됐던 <경상남도 수산시험장 쇼와 11년도 수산시험 보고>라는 보고서에

먹장어를 식용한다는 기록이 처음 나와 있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한국어촌의 빈곤한 상황, 일본인들의 먹장어 활용법 등 당시의 특수한 상황이

먹장어를 현재 한국 서민들의 술안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보고서에는 먹장어 식용법 개략도 4가지가 소개되어 있다고 합니다.
 

첫번째는 솔잎과 함께 그대로 구운 다음 껍질과 내장을 제거하고 먹는 법이고 두번째는 껍질과 내장을 제거한 다음 가바야키(뱀장어나 붕장어 종류의 뼈를 발라내고 잘게 토막을 쳐서 꼬치에 끼워 양념을 발라 굽는 방법을 말한다)로 하는 법이다. 세번째는 껍질과 내장을 제거하고 회를 떠서 먹는 법이고 네번째는 뜨거운 물에 데친 다음 껍질과 내장을 제거하고 고추장에 버무려 먹는 법이다.

 

책77페이지

 

저자는 첫번째 조리법은 현재 기장 방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먹장어 요리 방식, 두번째 조리법이 현재의 곰장어 구이 조리법에 가깝다고 설명합니다.

 

한국사회에 제사나 고사에 명태를 말린 북어가 사용되는데 대한 설명도 있습니다.

"왜 제사나 고사상에 북어가 올라갔을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몇가지 문헌을 참고하여 정리해줍니다.
우선적으로 꼽히는 이유는 다산성입니다. 명태 암컷은 한마리당 25만~40만개의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다산성은 공동체의 번영과 부의 증식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신에게 바쳐지는 제물로 적합하게 여겨졌다는 겁니다.

고사 상에 오르는 것은 액풀이 때문인건데 이는 북어 제조법에 기인합니다.
명태를 장기간 널어 건조해 북어를 만들면 눈이 크게 강조되는 상태가 되고 입도 크게 벌어진 상태가 됩니다.

크게 부릅뜬 눈과 위협적인 입.

이같은 외양은 사악한 것을 위협해서 쫓아내는 역할을 한다고 여겨지면서 액막이 제물로 간주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물고기는 눈을 뜨고 잔다. 전통사회에서는 물고기는 눈을 부릅뜬 채 잠을 자지 않는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각성된 의식에 비유되었다. 어판이나 목어같은 것도 그러한 물고기의 상징성과 깊이 관계하고 있다.    책 160페이지

저자가 <속담사전>에서 인용해 소개하는 북어관련 속담도 재미있습니다.

북어껍질 쪼그라들 듯 =재산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뜻
북어값 받으러 왔는가=남의 집에서 성가시게 낮장르 자는 일을 비꼴 때 쓰는 말. 북어 산지인 함경도에서 북어를 싣고 팔러온 사람이 상인에게 북어를 넘겨주고 난 다음에 대금을 받을 때까지 돈이 없어 남의 집에서 하는 일 없이 낮잠만 잔다는데서 유래한 것.
북어 한마리 주고 제사상 뒤엎는다=변변찮은 물건을 주고 나서 큰 손해를 입힌다는 뜻. 

 

이참에서 해보는 명태 관련 용어 정리

*명태 =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물고기.

원래 함경도 앞 동해바다에서 많이 잡혔으나 지금은 근해에서 발견하기 어려움.

10도 이하 바닷물에서 사는 한류어인데 수온 상승 때문.
*생태=명태가 생선 상태인 것. 선어.
*동태=명태를 얼린 것.
*북어=명태를 말린 것
*노가리=어린 명태
*황태=북어 중 최상품
*코다리=반건조 상태의 명태. 내장이 있던 자리에 꼬챙이를 끼워 벌어진 상태로 사흘간 건조시킨 것.

실제로는 입이지만 코처럼 보이는 부분에 끈을 꿰어 말린다고 해서 코다리로 불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