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상점이 진열된 버터/ 사진 위키피디아

 

종교개혁은 교회의 부패와 반발해 쇄신을 요구하며 일어났던 운동이다. 성직매매나 면벌부 판매와 같은 교회의 행위가 큰 반발을 샀는데, 당시 사람들의 분노를 부추겼던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바로 ‘버터’다.
15~16세기 유럽인들 사이에 버터는 큰 인기를 끌었다. 부드럽고 풍성한 버터맛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많았는데 로마 가톨릭은 버터를 먹는 것을 제한했다. 음식사가인 엘레인 코스로바가 쓴 <버터>를 보면 가톨릭 교회는 사순절이나 금식일에 동물성 지방 섭취를 금지했다. 고기도 유제품도 달걀도 먹을 수 없었다. 고기와 유제품이 성욕을 부추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동안 특정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야 상관없겠지만 그 기간이 너무 길었다. 사순절을 비롯해 금육일인 매주 금요일, 각종 성인축일 등을 포함해 따지고 보면 당시 그리스도교인이 동물성 지방을 섭취할 수 없는 날은 일년의 절반 가까이나 됐다.
그래도 평소 버터 대신 올리브오일, 생선을 주로 섭취하던 남부유럽은 이같은 교회의 식습관 제재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게다가 남유럽 사람들은 버터가 나병을 발병시킨다고 믿기도 했다. 문제는 프랑스나 루터가 살던 독일 등 버터를 많이 먹던 지역이었다. 금식 기간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버터에 길들여져 있던 부자들이나 귀족들은 특혜를 누렸다. 바로 돈을 주고 버터를 먹을 수 있는 권리를 산 것이다. 유력자들은 성전 건축이나 십자군전쟁에 드는 거금을 교회에 기부하고 대신 ‘버터섭취권’을 얻었다. 교회 앞에는 소위 ‘버터머니’를 걷는 함도 마련되어 있었다. 프랑스 루앙에 있는 화려한 대성당의 별명이 ‘버터타워’라고 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부자들이야 버터를 먹을 권리를 살 수 있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남유럽에서 저질 식물성 오일을 수입해 가난한 이들에게 비싸게 파는 악덕상인들도 많았다.  지식사이트 하우스터프웍스닷컴(www.howstuffworks.com)을 보면 16세기초 루터가 독일 지역의 그리스도교도인 귀족들에게 쓴 공개서한에서 “로마 가톨릭은 엉터리 금식을 하면서 우리들에게는 슬리퍼에도 바르지 않을 싸구려 기름을 먹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루터는 “그들은 신성모독이나 거짓말, 불순한 것에 탐닉하는 것보다 버터를 먹는 것이 더 큰 죄라고 주장했다”면서 “가장 악질적인 것은 성직자들이 버터를 먹는 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판매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터>의 저자 코스로바는 “우연찮게도 16세기에 버터를 주로 생산하고 많이 먹던 국가들 대부분이 로마 가톨릭 교회 신앙에서 이탈해 나왔다”고 흥미로운 분석을 했다.
결과론적이긴 하나 실제로 지금도 올리브유를 많이 먹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부유럽은 가톨릭 교세가 강하고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 버터를 많이 먹는 지역은 개신교세가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