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한동안 출근길 라디오 시사프로의 대명사였다. 지난해 손석희가 라디오를 떠난 뒤 자리잡은 새로운 대명사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FM98.1 오전 7~9시)다. 방송내용이 인터넷과 뉴스를 통해 활발히 유통되며 청취율도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방송상의 양대산맥인 한국PD대상까지 수상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현정 PD(38·사진)의 냉철하고 군더더기 없는 진행솜씨에 신뢰와 인간미가 느껴지는 목소리 역시 청취자들의 귀와 마음을 열고 있다.


프로그램의 상승세에 대해 김 PD는 “가장 뜨거운 이슈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 즉 당사자를 통해 팩트를 전달하는 것이 우리 프로그램의 목표이고 본질”이라며 “그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고 청취자들이 판단하도록 한 것이 공감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특정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일반적인 시사 프로그램은 전문가나 시민단체 관계자, 관련 학자들의 의견을 듣는 경우가 많지만 <뉴스쇼>는 사안의 당사자를 불러낸다. 용산 철거민들의 시위 현장에 전화로 연결됐던 한 철거민의 “여기 사람이 죽어 실려갔다”는 외침은 용산 시위의 실상을 처음으로 알린 것이었다.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의 대변인,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 등도 <김현정의 뉴스쇼> 마이크 앞에 섰다. 2011년 5월 군 훈련소에서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해 급성 뇌수막염으로 죽은 훈련병의 아버지를 일주일 넘게 설득해 이뤄졌던 인터뷰는 방송 내내 스튜디오를 눈물바다로 만들었고 ‘눈물나서 못 듣겠다’는 청취자들의 문자 수백통이 답지했다. 며칠 후 군 당국에선 의료시스템을 전면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 의견을 통해 군 의료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넘어갈 수도 있죠. 그렇지만 그래선 바뀌지 않아요.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어야 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믿거든요.”


말이 쉬워 당사자지 섭외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욕먹고 문전박대 당하는 것은 다반사다. 가장 ‘뜨거운’ 인물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밤이든 새벽이든 일이 마무리되는 법이 없다. 지난해 11월25일 언론사 중 최초로 인터뷰했던 시국미사의 주인공 박창신 신부 역시 당일 새벽에야 ‘OK’ 사인을 받아냈다.


빙빙 돌리지 않는 직설적인 질문 방식도 청취자들을 사로잡는 포인트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법한 것을 쉬운 말로, 끝까지 묻는 그의 질문에 종종 의도치 않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버린 정치인들은 곤혹스러워하기도 했다. 출연자들의 말이 길어지면 재빨리 정리해 이해도를 높여주고 꼭 알아야 할 핵심을 짚어가는 진행 덕분에 이제는 인터뷰를 하겠다는 출연자들이나 제보자가 줄을 잇고 있다. 


“평범한 사람인 제가 궁금한 부분은 남들도 궁금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떠오르는 본능적 궁금증을 ‘돌직구’로 날리는 건데 다행히 시원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어릴 때부터 워낙 음악을 좋아했던 ‘감성소녀’라는 그는 2001년 입사해 <꿈과 음악 사이>를 만들다 우연한 기회에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됐다. 2007년 <이슈와 사람들> 진행자가 휴가를 갔을 때 대타로 투입됐다가 호응을 얻었다. 이듬해 <뉴스쇼>가 신설되면서 앵커로 발탁된 뒤 1년간의 육아휴직을 제외하고는 5년간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보통의 라디오 진행자들과 달리 그는 PD로서 회의, 취재, 콘텐츠 관리까지 하다보니 새벽 5시에 집에서 나와 밤 9시 넘어 퇴근하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9살, 5살 된 두 아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겨 놓고 일주일을 하루처럼 보낸다.


“요즘처럼 마음이 힘든 적이 없다”는 그가 얼마 전 트위터에 올렸던 글은 수천회 리트윗되며 많은 이들을 울렸다.


“세월호 유족분이 잊혀지는 게 두려우시대요. 힘없는 분들이 기댈 데는 국민 관심밖에 없는데 그마저 멀어지면 어떡하냐는 거죠. 그래서 아이들이 마지막까지 어떻게 구조되는지, 보상과 대안마련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자고 썼어요. 특히 이번 사건이 아픈 것은 상식을 따르며 우직하게 살던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다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을 본 것 같아서예요. 우리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상식을 따르며 우직하게 사는 그분들의 마이크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