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77만 관객 지배하고 마무리… 빅뱅, K팝 영토까지 넓혔다  /1월14일자 경향신문


ㆍ일본 ‘6대돔 투어’ 마지막 오사카 공연 마친 빅뱅


국내 최고 아이돌스타 빅뱅의 폭발력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은 라이브공연장이다. 아무리 큰 규모의 무대라도 빅뱅의 공연 티켓은 예매가 시작됨과 동시에 매진되기 일쑤다. 이들의 무대가 주는 카리스마에 압도되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리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1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 빅뱅 콘서트 현장은 이 같은 유혹의 강렬함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독창적인 음악성과 퍼포먼스, 화려한 무대장치와 추억의 작은 부분까지 건드리는 세심한 영상은 팬들의 흥분과 뒤섞이면서 4시간 내내 5만명의 관객들을 몰입시켰고 완벽히 지배했다. 다섯 멤버의 눈빛과 몸짓, 손짓 하나라도 놓칠세라 관객들은 숨죽였고 호흡했고 조바심을 했다. 첫곡 ‘하루하루’의 명징한 피아노 전주가 시작되면서 흐느끼는 듯한 팬들의 탄성은 이내 거대한 함성이 되면서 공연장을 뒤덮었다. 여기에 화답하듯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멤버들은 ‘블루’ ‘배드보이’ ‘가라가라고’ 등 히트곡을 연이어 일본어로 부르며 무대를 누볐고 내내 자유분방했다. 지드래곤은 끊임없이 도발적이면서 자신만만했고, 태양은 관능적이고 탄력 넘치는 춤을 멈추지 않았다. 탑의 랩은 감미로우면서 때론 끈적거렸고, 승리는 작은 눈빛 하나도 세심하게 관객들과 나누며 분위기를 띄웠다. 일본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MC로 활동하는 승리를 중심으로 이들은 능숙하게 일본어를 구사하며 즉석에서 토크쇼도 펼쳤다. 

공연 중반 ‘러브송’을 부를 때쯤 전면부에 있던 무대는 돔 중앙으로 이동했다. 다섯명의 멤버를 태운 ‘플라잉 스테이지’가 관객들과 가까워질수록 팬들의 함성도 커졌다. 태양의 ‘링가링가’,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탑의 ‘둠다다’, 승리의 ‘어쩌라고’, 대성의 ‘날개’ 등 개별 멤버들의 개성과 존재감만큼이나 이들이 보여주는 솔로 무대의 장악력도 강했다. 팬들은 한국말로 ‘동영배’(태양의 본명), ‘강대성’을 외치기도 했다. 공연 말미 ‘판타스틱 베이비’ ‘필링’‘배드보이’를 연달아 부르며 마무리했지만 공연장의 열기는 한참동안 사그라들지 않았다. 

빅뱅의 이날 공연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6대돔(사이타마, 후쿠오카, 나고야, 도쿄, 삿포로, 오사카) 투어의 마지막 무대였다. 돔공연은 1회 공연에 5만~6만명의 관객을 모을 수 있는, 흥행력을 자랑하는 가수들의 전유물이다. 이 때문에 6대돔 투어는 일본에서도 톱가수들만 엄두를 낼 수 있는 공연이다. 일본에서 6대돔 투어 전석을 매진시킨 것은 외국가수로는 빅뱅이 처음이다. 이들은 두달 남짓한 기간에 열린 16차례 공연에서 모두 77만1000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는 빅뱅이 2009년 일본에 정식 진출한 지 4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동방신기에 비해 후발주자인 빅뱅이 일본에서 자리잡은 방식도 동방신기나 다른 K팝 가수들과는 좀 달랐다. 일본 대중문화에 정통한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동방신기가 한류의 터를 닦고 K팝의 영역을 구축한 뒤 이를 타고 소녀시대, 카라 등이 일본 시장에 안착했다면, 빅뱅의 음악은 K팝이 아닌 월드뮤직으로 받아들여지며 클럽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즉 빅뱅은 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 서구의 팝 음악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YG재팬 와타나베 요시미 사장은 “빅뱅 멤버 5명은 각각 독특하고 두드러진 개별 활동으로 일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파고 들어왔다”면서 “일본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는 승리가, 음악프로그램에는 지드래곤이 나오고 영화관에서는 탑을 만날 수 있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해외에서 K팝 붐을 이끄는 가수들이 현재는 아이돌에 국한돼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장르의 확장이 필수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런 점에서 빅뱅은 스스로의 음악을 만들고 자기의 색깔을 추구하는 아티스트의 면모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K팝의 영토를 확장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