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동방의 다섯 신, K팝의 새길 열고 닦은 10년


ㆍ압도적 실력의 ‘초국적 아이돌’ 동방신기

2003년 12월26일. 아직 스무살이 채 되지 않은 다섯 명의 재능 넘치는 미소년들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방에서 다섯 신이 일어난다’는 뜻을 가진 동방신기(東方神起). 다소 허무맹랑하다 싶은 느낌마저 드는 이 독특한 이름의 그룹은 아이돌의 전범을 보여줬고 현재 국내 가요계 지형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26일로 정확히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동방신기 이후 수없이 많은 아이돌 그룹이 쏟아져 나왔지만 아직 ‘제2의 동방신기’라 자신 있게 이름 붙일 만한 팀은 없다. 대중문화사적 의미를 갖고 있는 이 아이돌 그룹은 과거와 달리 현재는 2인조(유노윤호·최강창민) 동방신기와 3인조 JYJ(김재중·박유천·김준수)로 나뉘어 다시금 새로운 기록을 써가고 있다.

2003년 5인조 동방신기로 데뷔한 이들은 2010년 동방신기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아이돌에 음악성을 입히다

동방신기 이전까지만 해도 대중의 인식 속에 아이돌은 그저 춤추고 노래하는 시늉을 하는 연예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녹음에 맞춰 입만 벙긋거리고 춤추는 가수를 일컫는 붕어라는 말도 이들을 조롱하고 폄훼하는 데서 나왔다. 동방신기는 데뷔 당시 ‘아카펠라 그룹’을 표방했다. 멤버들의 가창력이 뛰어남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멤버들의 춤과 노래 실력은 이전 아이돌 그룹과는 다른 차원이었다. 이들은 국내에서 상이란 상은 모조리 휩쓸었고 앨범 판매, 팬클럽 회원수 등에서도 다른 가수들을 압도했다. 국내 음악산업이 음원시장으로 재편된 뒤에도 이들이 2008년 내놓은 정규 4집 <주문-미로틱>은 당시 50만장 넘게 판매됐다. 음반 한 장이 50만장 넘게 팔린 것은 2003년 이후 이때가 처음이었다. MBC 라디오 남태정 PD는 “댄스와 노래를 동시에 라이브로 소화하고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실력을 인정받은 아이돌 가수는 동방신기가 최초”라면서 “현재 K팝의 초석을 다진 아이돌 팀”이라고 평가했다.

2003년 5인조 동방신기로 데뷔한 이들은 2010년 JYJ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글로벌 K팝 시발점

동방신기가 일본 시장에 진출한 것은 2005년이다. 일본의 지방 방송국을 찾아 CD를 돌리고 길거리 공연을 하며 맨땅에 헤딩을 시작했다. 실력과 스킨십으로 쌓아 올린 이들의 노력은 2008년부터 빛을 발했다. 싱글 <Purple Line>이 오리콘 주간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해 동방신기는 일본 오리콘 주간차트에서 가장 많은 1위곡을 냈다. 또 세계에서 가장 팬이 많은 가수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한국 그룹 최초로 관객 5만명 규모의 도쿄돔에서 단독공연도 성공적으로 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현재 아이돌이 이끄는 K팝 ‘초국적화’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동방신기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동방신기의 성공 덕택에 소녀시대, 카라, 슈퍼주니어 등 많은 아이돌 그룹은 훨씬 수월하게 일본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연예계 계약관행에 제동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2009년 7월31일 급작스러운 뉴스가 날아들었다. 동방신기가 둘로 갈라진다는 소식이었다. 김재중, 박유천, 김준수가 전속계약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며 소속사이던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이들은 독자적인 활동을 이어갔고 2010년 10월 JYJ로 새 출발했다. 그동안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 사이에 암묵적으로 통용되던 불공평한 갑을관계는 이들을 통해 수면 위로 부상했고 일명 ‘노예계약’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동방신기 사태는 연예인 권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정위 표준전속계약서 개정을 이끌어냈다. 대중음악평론가 최민우씨는 “기획사 중심의 계약시스템의 문제점을 대중적 이슈로 부각시키고 과제를 던져준 계기”라고 말했다.

■동방신기와 JYJ

2명만 남은 동방신기의 위상은 큰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이들은 일본에서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5대 돔 투어를 하며 8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7만석이 넘는 일본 최대의 공연장도 너끈히 채우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내년 초 10주년 기념 앨범을 발매할 이들은 음악은 물론이고 연기로도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반면 JYJ의 상황은 좀 다르다. 이들이 노래하는 모습은 TV에서 볼 수 없다. SM과의 분쟁 이후 이들은 지상파 방송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했다. 거대 기획사와 방송사 사이의 역학관계에 따른 눈치보기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SM엔터테인먼트와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에 JYJ의 정당한 활동을 방해하지 말라는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JYJ가 택한 돌파구는 음반 발매 및 국내외 공연을 통한 팬들과의 직접 소통이다. SM과의 결별 뒤 일본 내 조직력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도쿄돔 공연에서 15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개별 활동 성과도 좋다. 김재중은 아시아 5개 도시에서 가진 단독 공연으로만 11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냈다. 김준수는 뮤지컬계의 티켓파워로 군림하고 있으며 박유천 역시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힌 상태다.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과 한국 모두 기획사 의존도가 커서 JYJ의 방송활동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사 입장에선 거대 기획사와의 관계, 복잡한 손익계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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