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빅뱅은 현재 K팝의 상징적인 존재다. 매번 새로운 스타일과 컨셉트를 만들고 그것이 대중을 설득해 트렌드로 이어지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매년 이맘때 선보이는 빅뱅의 새 음반과 콘서트 ‘빅쇼’가 K팝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자 K팝 시장에 던지는 새로운 방향제시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올해의 빅쇼가 지난 2일부터 3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빅뱅 얼라이브 투어’라는 부제에서 엿볼 수 있듯 앞으로 이어질 월드투어의 시작점이다.
 이번 공연은 기존의 빅쇼와는 스타일이 사뭇 달랐다. 8500만년 전 냉동된 채 우주로 보내진 지구 최고의 밴드. 그러나 지구가 다시 그들의 음악을 필요로 해 그들이 돌아온다는 설정. 이같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영상과 무대퍼포먼스가 더해지며 공연 전체는 뮤지컬처럼 일관성있는 짜임새로 구성됐다. 익히 알려진 ‘투나잇’으로 빅뱅의 화려한 귀환을 알린 이들은 ‘핸즈 업’ ‘판타스틱 베이비’ 등 대중적 정체성을 설명하는 곡을 초반에 배치했다. 새 음반에 소개된 ‘판타스틱 베이비’는 빅뱅이 구사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무대 퍼포먼스의 전형을 보여주는 곡이다. 후반부는 ‘하루하루’ ‘거짓말’ 등 빅뱅의 초기 인기곡으로 마무리했으며 중반부엔 ‘배드보이’ ‘블루’ 등 신곡들을 연달아 들려줬다. GD(지드래곤)&탑, 승리, 태양, 대성 등 솔로 무대는 초, 중, 후반부에 골고루 분산됐다. 덕분에 멤버들의 개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솔로무대는 전체 빅쇼에 적절하게 녹아들었다. 단 중반부에 이번 음반 신곡을 집중 배치한 것은 다소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었음직한 대목이다.
 곡마다 달리한 비디오영상은 SF영화의 영상처럼 박진감 넘치는 효과를 보여줬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머라이어 캐리의 무대에서 세션을 맡았던 이들로 구성된 세션 밴드는 빅뱅의 전곡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레이디 가가 등 톱 뮤지션들의 공연을 지휘했던 로리앤 깁슨이 총감독한 이번 무대는 앞으로 16개국 25개 도시에서 같은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팬들 입장에서는 새로움보다는 아쉬움이 좀 더 진하게 남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려울 듯하다. 공연 시간은 2시간 남짓으로 예년에 비해 훨씬 짧았고 팬들과의 스킨십에서도 만족할만하지 못했다. 게다가 넓은 무대를 빈틈없이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팬들과 호흡하고 뛰어노는 대신 상대적으로 작아진 무대에서 보여주기에 치중했다. 객석의 시선을 효과적으로 집중시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에너지를 펼칠 물리적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점은 안타깝다. 세션 밴드의 라이브 연주에 보컬의 소리가 거의 묻히다시피 한 것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스타일 면에서 해외 아티스트의 내한공연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은 이번 빅쇼가 월드투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지드래곤과 탑이 꾸민 ‘뻑이가요’ ‘하이하이’ 무대에서는 북청사자놀이와 같은 한국 전통문화를 떠올릴만한 요소를 퍼포먼스에 끼워넣은 것은 애교스럽기까지 하다.
 세계 트렌드에 뒤지지 않는 음악과 패션, 매력넘치고 독창적인 퍼포먼스와 무대매너는 가히 국내 최고이고 여전히 경탄스럽다. 그렇지만 멤버들의 이같은 움직임을 확인하고 즐기기에 체조경기장과 같은 공연장은 적합하지 못했고 이들의 음색을 감상하기에 음향적으로 부족함이 있었다. 세계 음악팬들앞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이들은 앞으로 더 잘 ‘보여지고’ 잘 ‘들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