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짝이 없는 남성과 여성들. 서로 처음 만나는 이들이 외딴집 ‘애정촌’에 모인다. 각자에게는 이름 대신 남자 O호, 여자 O호라는 이름이 주어진다. 이름은 공개되지 않지만 이들의 외모와 학벌, 직업, 재력, 집안환경 등 ‘스펙’이 그대로 노출된다. 이들은 일주일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를 탐색한다. 이들이 이 시간 동안 골몰하는 것은 한 가지, 결혼을 위한 짝을 찾는 것이다. 


매주 수요일 방송되는 SBS <짝>. 이 프로그램은 결혼할 대상을 고르는 남녀의 심리와 행동이 나타내는 화학적·물리적 변화의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한 공간에 모아놓은 남녀에게 마음에 드는 짝을 찾아보라고 ‘던져’놓고, 수십대의 카메라가 일주일 내내 돌아간다.

지난 3월 방송이 시작되면서 성공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이 프로그램은 5개월로 접어든 현재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당초 가학적이고 관음증을 자극한다는 논란으로 혹평이 일면서 초기 5% 안팎에 불과하던 시청률은 10%대로 뛰어올랐다.
방송 직후 인터넷 게시판이나 포털 사이트에 끊임없이 이슈가 생산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도 성공했다. 특히 7월 한 달 동안 방송됐던 ‘돌싱특집’은 이혼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상처를 극복하며 서로를 보듬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줬다는 호평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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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프로그램의 미덕은 새로운 포맷과 형식이다. 지금껏 공중파 방송에서 볼 수 없던 리얼리티쇼와 다큐멘터리를 결합해 재미와 무게감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인간의 원초적 욕구이자 관심을 자극하는 ‘짝짓기’라는 소재를 활용한 프로그램은 무수히 많았고 다양하게 변주돼 왔지만 <짝>이 보여주는 방식은 새롭다. 연애와 결혼에 관한 인간 심리의 본질에 카메라를 그대로 들이대고 여기에 접근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짝을 찾으려는 세밀한 연애심리는 가감없이 드러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와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결혼관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상당히 노골적이기에, 불편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3일 방송됐던 애정촌 10기 멤버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을 보자. 여기엔 결혼적령기의 남자 9명, 여자 5명이 등장했다. 짝을 찾으러 나왔다는 이들은 초면에 홀어머니를 모실 수 있는지,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직설적으로 물어본다.
특히 해운회사의 외동딸이 등장하면서, 그녀를 향한 남자들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방송내용도 끊임없이 ‘그녀의 스펙’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사실상 ‘주인공’으로 삼는다. 방송 직후 게시판에 이 같은 방송내용에 대한 비난과 물질주의적 결혼관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렇지만 동시에 주목할 만한 것은 일반 네티즌들의 관심도를 반영하는 검색어다. 방송 이후 ‘여자 5호’로 이름붙은 해운회사 외동딸이 산다는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와 해운회사, 학교, 패션까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여자 5호’에 대한 각종 정보는 신상털기 수준으로 공개됐다.
대중적인 체면을 중시하는 특성상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거북하게 느껴지지만 한편으론 화려한 스펙에 대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관심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매회 출연자들은 연애가 아닌 결혼 상대를 찾다보니 서로의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보고 자신과 어울릴 만한 사람을 선택한다. 그러고 나서 감정이 시작된다.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이 구도는 그래서 불편하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은 “배우자를 선택할 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속물적인 모습을 이 프로그램은 직설적·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누구나 알지만 대놓고 말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논란이 일고 대중의 심리를 자극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남규홍 PD는 “결혼 상대자를 찾는 과정에서 현실적 조건을 고려하는 성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면서 “이 같은 조건들이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감정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 구성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앞으로 사회통념상 결혼적령기의 남녀나 ‘돌싱’뿐 아니라 소위 노총각 노처녀로 불리는 40대 전후의 미혼 남녀, 성적 소수자, 외국인, 장애인 등 현재 우리 사회를 이루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결혼할 대상을 향해 접근해가는 과정도 그리겠다”고 덧붙였다.


■ <짝> 출연자 선정은 지원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 면접 등을 거쳐 이뤄진다. 3일 현재 누적 신청자는 2200여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