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노영심(43·사진)은 요즘 하루 8시간씩을 피아노 연습에 매달린다. 오후 1시까지는 명동성당에서, 오후엔 악기상가가 밀집해 있는 낙원동으로 옮겨 밥을 먹고 잠시 눈을 붙인 뒤에 밤 10시까지 쉼없이 피아노만 친다.
이처럼 피아노 연습에만 전념하는 것은 20여년 전 음대 입시를 준비하던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14일 LG아트센터에서 펼치는 피아노독주회를 앞두고서다.
“이번엔 연주회를 피아노만으로 오롯이 구성했어요. 그전엔 앙상블 등과 함께 무대에 서서 연주를 했지만 이번엔 뭐가 됐든 간에 피아노로 모든 구성을 채워야 하는 거잖아요. 김광민 선배는 저더러 겁도 없대요.”
그는 이번 ‘5월의 피아노’는 자신의 연주 인생의 기점이 되리라는 예감이 든다고 설명한다.
“ ‘왜 피아노를 치나’ ‘지금 어떤 피아노를 치고 있나’ 하던 의문이 끊임없이 저를 괴롭혔어요. 그런데 얼마전 그 답을 찾게 됐죠. 지금까지 쳤던 피아노가 나를 위한 연주,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들려주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이제는 그 무게중심을 듣는 사람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죠. 치유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피아노를 듣는 이들에게 ‘당신의 아픔을 연주해 주겠다’ ‘당신과 함께하겠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다’는 의미여야 한다는 거죠. 물론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 의미를 채워가고 싶어요.”
듣는 이를 어루만지고 싶다고 말을 하지만 그의 음악과 음악적 활동은 항상 세상을 향해 왔다.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 노동자 등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곳을 보살피는 일에 그는 항상 음악으로 참여하며 나눠왔다. 또 통념을 뛰어넘는 실험적 시도도 많았다.
“좋은 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는데 사실 그건 제가 나름대로의 유명인이라 치르는 유명세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유명한 이름만 갖고 하는 어떤 일은 소진되기 쉽죠. 그래서 좋은 일을 하려면 음악을 만드는 것처럼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도 그거죠. 단순히 불쌍한 사람을 돕자가 아니라, 제가 가진 사회성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에 관심을 가지는 거죠.아마 하반기쯤이면 구체화될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그를 <작은음악회>의 MC로, 가요 ‘희망사항’의 작곡가로 기억한다. 방송에도 얼굴을 내밀지 않다보니 대중들의 기억은 십수년 전에 머물러있다. 그러다보니 그를 만날 때도 “요즘은 뭘하고 지내냐”며 근황을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 별로 유쾌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는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다고.
“잠시 안 가봤던 세상에 소풍을 갔던 거라고 생각해요. 여섯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면서 줄곧 피아노는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어요. 대중가수나 방송 MC 등은 목표해본 적도 없었는데 대중가요를 작곡하고, 노래를 하고, 자연스럽게 MC를 맡으면서 얼떨결에 유명해진 거잖아요. 그런데 제가 너무 알려지면서 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어요. 그게 저한테는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었고, 그러다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 결론을 내렸던 거죠.”
지난해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 소개돼 인기를 얻었던 ‘이별이 먼저 와 있다’ 등 특유의 서정성 넘치는 곡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그를 향한 가요계의 러브콜은 지금도 뜨겁다. 그렇지만 요청에 비해 가요 쪽에서 다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노래를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히트곡을 부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이유다.
“앞으로 음악인생도 그래야겠죠. 조용하게, 천천히, 건반 앞에 앉을 수 있을 때까지, 상황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좋은 음악을 하는 거죠. 저는 그걸로 만족해요.”
공연일정 14일 오후 7시. 게스트 박창학, 윤건, 스비타르 오마르. 문의 (02)2005-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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