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잼있게 살기



가수 이승환씨가 소극장 콘서트에 나선다.

올림픽 체조경기장 등 대형 블록버스터급 공연을 줄곧 이어왔던 그가 다음달 12일 대구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9월까지 소극장공연을 이어간다. 서울공연은 다음달 23일부터 400석 규모의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다.

지난 20일 서울 강동구의 작업실에서 만난 이씨는 “2003년부터 어쿠스틱 사운드에 천착해 왔는데 올해는 극대화해서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공연장이 크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확 줄였다”고 말했다.

사실 그의 공연은 강렬하고 에너지 넘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참석한 관객들이 땀흘리며 함께 뛰고 열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카리스마 때문이다. 어쿠스틱한 소극장 공연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는 “고즈넉하게 앉아 있는 시간이 1시간30분 정도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공연 때문에 얼마전 7인조 밴드를 새로 짰어요. 저까지 포함된 ‘이승환 the Regrets’를 결성했는데, 이 밴드를 통해 제 현재를 보여드리려고요. 예전에 버라이어티한 무대에 풀사운드로 꽉 채웠다면, 이번엔 여백과 비어 있는 사운드로 음악적 변화를 시도했지요. 작은 무대에서 팬들을 챙기며 교감하는 것이 더 어렵긴 한데, 그동안 너무 ‘쳐 돌리는’ 제 공연에 힘들었을 관객들까지 어루만지고 보듬고 싶었어요.”

그는 콘서트 때마다 음향부터 객석까지 모든 것을 직접 챙긴다. 뿐만 아니다.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그의 히트곡들도 원곡대로 부르는 법이 없다. 매년 콘서트 때마다 부르는 곡이지만 매번 편곡을 달리해 새로운 버전을 들려준다. 대중에겐 그 점이 불만 아닌 불만이기도 하다. 그 역시 대중의 기대에 대한 의무감과 음악적 욕심 사이에서 늘 고민한다.

“추억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배신감을 줄 수도 있겠지만, 더 완성도 높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결국 제 욕심을 따르게 돼요. 이게 ‘빠심’(팬덤을 지칭하는 속어)을 공고히 하는 데는 도움이 돼요. 땅에 떨어진 지명도를 올리는 데는 별 효과가 없지만…, 하하. 그래도 전 추억보다는 현재를 팔고 싶거든요.”

이 때문에 그는 이번 공연에서 신곡도 2곡 선보인다. 인터뷰 말미,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프로그램 ‘나가수’에 대해 슬쩍 물어봤다. 그러자 그는 “요즘 행사 섭외도 많이 오는 것이, 가요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 뒤, “9월 말까지 전국 공연을 해야 한다는 핑계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무대 뒤에 숨겨진 비장한 의지와 깊은 고민까지 다 보이기 때문에 그들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볼 땐 저도 결연해지고 떨려요. 음악에서 멀리 있던 대중의 귀를 열어주고 가까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다는 점은 정말 고맙죠. 단 짧은 시간 안에 감동과 자극을 주다보니, 다른 음악에 대해선 자칫 심심하고 맹맹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게 좀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