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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임재범 앓이

by 신사임당 2011. 5. 25.



#인터넷 포털사이트 지식 Q&A

질문=전 마흔 가까이 된 주부입니다. 음악에 별 관심없이 살았어요. 근데 요즘 제가 미쳤나봐요. 나가수 본 뒤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하루종일 듣고 또 듣고 있어요. 저 이상한 거 아니죠? 왜 그의 노래에 빠지는 걸까요?(아이디 비공개)

답변=절대 이상한 거 아닙니다. 전 내일 오십줄 접어드는 아줌마인데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해서도 하루를 임재범씨 노래로 시작해서 임재범씨 노래로 맺음합니다.(tldkfkqslek)/ 아무 걱정 마세요. 내 나이는 님의 두 배 가까이 됩니다. 살면서 이만한 감동 흔치 않을 겁니다.(ghalrhw99)/ 나만의 현상이 아닌 것 같아 안심.(afpk7080) / 난 남자인데 더 이상한 건가요?(ke300)….


#지난 주말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 고향에 다녀온 직장인 박모씨(39)는 왕복여정 모두 들르는 휴게소마다 같은 노래를 들어야 했다. 곡목은 임재범의 ‘너를 위해’. 간이 음반매장 좌판대 앞에는 임재범의 얼굴을 담은 CD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22일 방송에서 임재범이 윤복희의 ‘여러분’을 부른 뒤 인터넷에는 셀러브리티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너무 감동을 받고 은혜로워서 정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윤복희 페이스북),
“노래를 듣고 울어본 것 중 가장 많이 운 날.”(싸이 미투데이),
“노래에 계속 눈물이, 존경합니다.”(슈퍼주니어 이특 트위터)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열풍이 ‘임재범 신드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에는 임재범에 대한 궁금증을 묻는 질문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뉴스와 검색어는 어김없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한다. 직장이든, 식당이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임재범이 화제에 오른다.

막연한 체감이 아니라. 객관적 자료도 이를 증명한다. <나는 가수다>의 영상을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다음TV팟에 따르면, 임재범이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 3건의 조회수는 23일 현재 1100만 클릭을 넘어섰다. 역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박정현의 경우 7개 동영상 조회수가 418만건이다.

음원 다운로드 및 스트리밍 집계도 압도적이다. 그가 불렀던 ‘너를 위해’는 지난 7일 기준(다운로드 집계는 시간이 많이 걸림)으로 다운로드 45만3978건, 스트리밍 230만6707건을 기록했다. 첫 방송부터 출연해 여러 곡의 음원이 제공되고 있는 김범수, 이소라에 이어 3위다. ‘빈잔’ ‘여러분’ 등이 결과에 합산된다면 압도적인 1위에 올라설 것이라는 게 음반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2000년 발매돼 이미 절판된 임재범의 앨범 <메모리즈>는 지난 1일 재발매가 이뤄졌고, 다음달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치러질 콘서트 ‘다시 깨어난 거인’은 최근 인터파크가 집계한 주간 티켓 예매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왜 이럴까. 방송 및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 우선 대중가수 임재범이 갖는 ‘희소성’을 꼽는다. 그는 25년간 대중가수로 노래를 불렀지만 대중매체에 얼굴을 내민 적은 드물다. 인터뷰는 물론이고 방송에서 노래를 불렀던 적도 <수요예술무대> 등 손꼽힐 정도다. 대중매체와의 접촉을 꺼리는 것으로 유명한 서태지도 음반을 낸 뒤에는 <음악중심>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임재범은 시나위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며 탁월한 보컬 실력으로 이름을 알린 뒤, 솔로앨범으로 ‘대박’을 냈다. 당시에도 일체의 방송이나 홍보활동은 없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다보니 소문은 증폭됐고, 여느 가수들과 다른 행보는 대중들에게 ‘기행’으로 비춰지며 루머와 신비감을 키워갔다.

‘나가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MBC라디오 남태정 PD는 “80년대에 입사했던 선배 PD들도 임재범을 만난 사람이 거의 드물다”면서 “희소성 강한 존재의 실체를 확인했을 때 별 게 없다면 그냥 사그라들었겠지만, 임재범의 무대는 대중들이 전혀 만나보지 못했던 새로움을 전해줬기 때문에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새로움은 ‘야생성’이다. 대중들이 흔히 매체를 통해 접하는 가수들의 노래나 창법이 정제된 상품이라면, 임재범의 목소리와 노래는 인위적인 가공을 배제하고 원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린 야생에 가깝다.

대중음악계의 한 관계자는 “임재범처럼 80년대 록음악을 하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서양 록음악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한국식 창(唱)의 특성을 접목한 발성법을 연구해 창조적이고 개성적인 보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반적으로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을 보면 작곡가나 프로듀서에 의해 대중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교육되고 키워진 측면이 있고 듣는 사람에게도 편하게 전달된다”면서 “그렇지만 임재범의 야생성 강한 ‘득음’은 덜 편할지는 몰라도 삶의 결이 듣는 이에게 전해진다”고 분석했다.

작곡가 김형석은 “노래는 결국 감정을 전달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그 기능”이라며 “엄청난 가창력에 진정성 있는 드라마가 실리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우했던 어린시절과 딸에 대한 사랑, 부인의 암투병 등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역정과 굴곡진 개인사가 방송을 통해 전달되면서 극적효과와 감동을 높이기도 했다.

한편 임재범의 소속사 관계자는 “임재범씨는 그동안 대중 매체를 통해서만 대중을 만날 수 있는 시스템에 힘들어했다”면서 “다행히 <나는 가수다>를 계기로 자신을 극복하고 컨트롤하면서, 대중들의 큰 사랑에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감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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